※ 본 전시는 11월 1일 (일)에서 11월 5일 (목)까지 특별 연장합니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 〈올해의 작가상〉은 한국현대미술의 가능성과 비전 그리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제도로서 2015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된다.
올해의 작가상의 공정한 진행을 위해 운영위원회(5인)를 발족하였고, 운영위원회는 추천위원(10인)과 심사위원(5인)을 별도로 위촉하였다. 각 추천위원은 1인/팀의 작가를 추천하였으며, 국내외 미술계 인사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엄정한 심사를 통해 〈올해의 작가상 2015〉전에 참여할 후보작가 4인을 선정하였다. 후보작가로 선정된 김기라(1974), 나현(1970), 오인환(1965), 하태범(1974)은 〈올해의 작가상 2015〉전을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전시기간 중 이루어지는 심사위원단의 최종 심사를 거쳐 ‘2015 올해의 작가’ 1인이 선정된다.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 김기라는 불확실한 오늘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으며, 나현은 서울과 베를린의 도시 개발과 역사적 경험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오인환은 공간적 의미의 사각지대를 사회 문화적 맥락으로 확장하며, 하태범은 사건 사고의 현장을 전달하는 대중 매체의 태도를 재해석한다.
올해의 작가상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 http://koreaartistprize.org
김기라
김기라(1974-)는 퍼포먼스와 설치, 영상 작업을 통해 예술과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작가의 시각언어는 많은 기호들을 수집하여 편집하는 행위를 기반으로 작가 특유의 유머와 은유적 화법을 통해 현대 사회와 개인의 관계, 공론의 장을 찾기 위한 방식들이다. 작가는 현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갖고 있는 사회, 문화적 위치와 그에 반하는 개인과 집단의 욕망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 전문가들과 협업을 시도하며 다층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 과정 및 결과를 시각예술에 접목하여 생각의 노동이 작품화되는 지점을 탐색한다.
‘플로팅 빌리지’(Floating Village)는 일반적으로 수상가옥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우리 사회의 단면과 고민을 보여주기 위해 사회문화적 개념이 함축된 합성어로 이 용어를 차용하였다. 작가는 ‘공동선’이라는 명제 아래 작가적 입장과 태도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의 현실, 역사, 이념, 정치, 세대, 지역, 노사문제 같은 갈등과 대립, 충돌 등을 심미적 관점에서 풀어낸다. 예컨데 영화감독, 신경정신과 의사, 성우, 무용가, 시인, 현장미술가, 연기자, 음악가, 가수 등 타 장르의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그 과정의 결과를 〈이념의 무게-한낮의 어둠〉(2014), 〈붉은 수레바퀴〉(2015), 〈떠다니는 마을〉(2015) 등 플로팅 빌리지의 개념을 대입한 영상 설치 작품으로 선보인다.
나현
나현(1970-)은 역사적 사건과 기록에 관한 자료를 기반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작가이다. 작가는 객관화되고 공인된 역사를 해체하고 재조합 하는 과정에서 보다 밀도있고 입체적인 해석을 위해 프로젝트라는 수행적이고 유기적인 작업 형태를 선택한다. 작가는 역사학, 인문학, 문화인류학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아카이브를 수집, 분석하여 구조적 재배치를 시도하며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직접 탐방하여 예상치 못한 돌발경험을 통해 또 다른 성격의 주관적 아카이브를 구축한다.
작가는 서울의 난지도와 베를린의 악마(Teufelsberg)의 산을 바벨탑의 유적으로 추정하고, 그 사회문화적 의미를 탐구하고 있는 〈바벨탑 프로젝트-난지도〉를 소개한다. 작가는 악마의 산과 난지도의 두 장소가 가지고 있는 근, 현대의 다양한 기억과 시간의 층위를 발굴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장치로서 목조우물을 설치하고 그 속에 내재된 불안과 폭력의 속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특히 '민족'의 의미에 집중한다. 바벨탑에 관한 기록과 함께 백여 년 전 독일제국의회에서 벌어졌던 Mischehe(다른 민족이나 종교간의 결혼) 차별 법제화 논의와 단일민족임을 자부하던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의 급속한 다 민족화 현상을 은유적 제스처로 표현한다. 작가는 서울의 난지도에서 채집한 다양한 귀화식물을 전시장에 설치된 바벨탑에 식재하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과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한민족들의 인터뷰를 연결 지어 보여주며, 다양한 언어와 민족의 기원과 확산을 담아 내고 있는 난지도가 하나의 바벨탑임을 증언한다.
오인환
오인환(1965-)은 특정한 공간과 시간의 문맥을 활용하는 참여적이고 장소특정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작가이다. 작가는 정체성의 문제에서 시작해 사회 전반의 규율과 예술의 상관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개념적이고 문화비판적인 작업을 시도한다. 작가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가부장제 사회에서의 개인의 정체성과 집단과의 관계, 그 연결적 맥락에서 형성된 문화적 코드들을 해체하거나 재해석하며, 차이, 다양성, 소통 등 현대미술의 키워드를 작품으로 녹여내면서 일상의 경험과 연결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미술 작업을 진행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목격되는 개인들의 다양한 사각지대 찾기의 사례들을 수집하고 관객들과 공유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문화적인 사각지대가 관념적인 구상이 아니라 일상의 현실임을 말한다. 그리고 작가는 미술관과 전시라는 미술계의 공적 제도를 하나의 지배 문화의 장으로 여기고, 이러한 제도에 대한 상황적 사각지대 찾기를 시도한다. 전시장 내에 설치된 CCTV의 사각지대를 활용하여 관람객들에게 감시와 통제가 벗어난 사각지대의 경험을 제공하며, 시각장애인 도슨트에 의해서 미술작품을 설명하는 식이다. 이러한 미술제도 내의 사각지대 찾기는 ‘오늘날 작가는 누구인가?’, ‘무엇이 작가를 규정하는가?’ 등의 질문으로 확장되어, 작가와 미술제도의 관계와 의미에 대해서 반문한다. 이러한 시도는 미술계라는 제도 속에서 자신의 자유로운 문화적 공간을 형성하고자 하는 작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성찰일 수도 있다.
하태범
하태범(1974-)은 사진 이미지를 기반으로 영상 및 조각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이다. 작가가 주로 관심을 갖는 주제는 동시대의 사건, 사고 현장과 이것을 일반인들에게 전달하는 대중 매체의 태도이다. 작가는 미디어에 노출된 재앙적인 사건, 자연재해, 전쟁 등 사고 현장들에 대한 보도사진을 수집하여 이를 흰색의 오브제로 재해석한 뒤, 미디어가 보도한 이미지와 같은 구도로 촬영하거나 특정 이미지를 클로즈업하여 작품으로 재생산 한다.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사건의 실상을 전달하는 대중 매체가 지닌 일각의 정치적 태도와 그 결과물을 끊임없이 소비하고 있는 이 사회의 소비주의적 단상을 지적한다.
작가는 매일 인터넷에 올라오는 여러 사건들을 다룬 뉴스 사진들을 작품의 주요 자료로 수집한다. 이 이미지들은 대부분 분쟁지역이나, 재해를 다룬 사진들로 파괴된 건물과 잔해 등, 폐허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흰색의 작은 모형으로 만들어 사진으로 완성시킨다. 작가는 사진의 배경을 의도적으로 삭제 하면서 생기는 여백을 통해 자신의 방관적 시각을 점점 극대화 한다. 〈연평도〉(2011), 〈일본쓰나미〉(2012), 〈필리핀론토〉(2014)등이 이러한 맥락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반면 〈시선〉(2015) 시리즈에는 어린이들의 얼굴만이 부각되어 있다. 작가는 주로 비영리 구호단체 광고로부터 난민 소년, 소녀들의 이미지를 접한다. 뉴스가 사건 현장의 참혹함을 생생히 ‘제공’한다면, 비영리 구호단체에서는 그 안에서 고통 받는 이들의 모습을 ‘제공’함과 동시에 무언가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고 작가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