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별’의 후예들이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기본 원소인 수소, 산소, 탄소, 질소, 칼슘 등은 지구와 우주를 구성하는 성분 원소들과 동일하다. 이는 첨단 ‘과학적’ 분석은 물론이거니와, ‘진흙을 빚어 신의 숨결을 불어넣고,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종교적’ 신념과도 상통한다. 결국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별’의 먼지로부터 비롯되었음을 ‘과학’과 ‘종교’에서 공통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듯 숭고한 우주의 족보를 지닌 고귀한 존재인 인간들은 고작 수천 년의 세월 동안 만들어낸 ‘문명’의 우월성을 자랑하며, 스스로의 위엄을 망각하고 편을 갈라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듯 치열한 생존경쟁에 목숨을 건 위기의 상황 속에서 나약한 ‘개인’은 온전히 제 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두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살피며 한걸음씩 나아간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한들 우리는 종종 깊은 수렁에 빠지거나,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며, 때로는 천 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곤 한다.
인간은 자신의 역량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면하거나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한없이 나약해질 때 비로소,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자신 앞에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하늘과 검은 우주에 펼쳐진 반짝이는 별들의 향연을 바라보며 비로소 존재의 근원에 대한 깨달음과 인간 욕망의 덧없음을 자각하고 거대하고 숭고한 존재 앞에 무릎을 꿇는다. 인간의 문명으로 여전히 상상 불가한 미지의 영역인 광활한 우주를 메우고 있는 수 천 억 개의 별들을 바라보며, 나의 삶을 성찰하고 돌아보게 된다.
현대의 예술가들은 하늘의 별과 같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인 ‘너와 나’에 대한 애정과 세심한 관찰을 바탕으로 우리의 존재가 우연히 만들어진 하찮은 존재가 아님을, 거대한 우주와 본질을 공유한 존재이자 우주의 한 부분으로 돌아갈 운명을 지닌 고귀하고 지적인 존재임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특정한 관객의 감상을 위한 ‘예술’이 아니며, 서로 부대끼며 사랑하는 우리 이웃들의 소중한 ‘이야기’이다. 이들의 작품은 광폭하게 회전하는 거대한 생존의 수레바퀴에 매달려 앞 만 보며 내달리는 우리들의 편협한 시각을 넓혀주고,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을 이완시키며,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에서 삶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작고, 미약한 우리의 존재가 암흑 속 우주를 밝히는 작은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존재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는 회화, 사진,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은 일상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그 속에 감춰진 보석같이 반짝이는 소중한 순간을 드러내는 15작가의 작품 23점으로 구성되어있다. 전시 출품작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8,100여점의 한국현대미술 소장품 중에서 주제에 맞게 엄선된 대표작들이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은 친숙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막연히 난해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현대미술’과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 명품 현대미술의 수장과 보존의 메카이자 다양하고 흥미로운 전시를 통해 충북 및 청주 지역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비전을 제시하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