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전시기획
1. 기획배경과 작품선정
2003년은 ‘하멜표류기’로 서양에 한국을 최초로 소개했던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Hendrick Hamel, 1630-1692)이 제주도에 표류한 지 35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그래서 주한 네덜란드대사관에서는 2002 월드컵으로 증진된 韓-和蘭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문화, 체육, 학술행사를 대거 기획, 후원하였다. 그중 이번 전시는 가장 큰 행사의 하나로써 하멜이 제주도에 표착했던 8월 17일을 기념하기 위해 공휴일 전인 14일 전시를 개막하게 되었다.
전시가 개최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2002년 3월 마우리츠하위스(Mauritshuis) 부관장인 프레데릭 판 쿠츠펠트(Frederik van Koetsveld)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전(前)주한네덜란드대사인 헤인 드 프리스(Hein de Vries)가 덕수궁미술관을 방문해 볼 것을 적극 추천했다. 쿠츠벨트는 덕수궁미술관과 그 주변경관의 아름다움에 감명을 받고 덕수궁미술관에서 마우리츠하위스의 소장품을 전시하고 싶다는 서신을 그해 6월 오광수 전(前)국립현대미술관장에게 보내왔다.
마우리츠하위스(Johan Maurits의 집이라는 의미, 도판3,4)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미술관으로써 17세기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곳이다. 이 미술관은 소장품의 우수성과 보존성, 차별화된 소장 정책으로 인하여 유럽에서 가장 특색있는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에게 유명한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의 <튈프박사의 해부학 강의>(1632), 얀 베르메르(Jan Vermeer)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1665), 프란스 할스(Frans Hals)의 <웃고 있는 소년>(1627) 등 뛰어난 작품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회화는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소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전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마우리츠하위스에서는 이번 전시와 관련하여 (주)로렌스 제프리스의 대표인 로렌시나 화란트(Laurencina Farrant)를 한국대표로 선임하여 국립현대미술관과 협의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주)로렌스 제프리스는 1994년에 창립한 미술전문기획 및 컨설팅사로 주로 한국과 외국의 미술교류에 주안점을 두고 활동해왔으며 네덜란드 대사와도 친분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2003년 8월에서 10월경으로 전시개최를 염두해 두면서 작품선정을 위한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쳐 마우리츠하위스와의 목록 교환이 이루어졌다. 1차로 마우리츠하위스에서는 1992~3년 일본의 나가사키에서 전시했던 작품들과 거의 유사한 작품목록 44점을 2002년 7월 우리측에 보내왔다.
우리측에서는 렘브란트, 얀 베르메르, 프란스 할스, 페터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얀 스테인(Jan Steen) 등 국내에 잘 알려진 작가와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14점을 추가 제안하였다. 2차로 그 해 8월에 그들은 우리측에서 제시한 작품목록을 받아들이진 않았으나 지명도 있는 작품 16점을 추가 선정하여 보내왔다. 우리는 10월 다시 9점을 추가 제시하는 서신을 띄웠다.
결국 2003년 1월 작품선정과 전시에 대한 제반 사항들을 논의하기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마우리츠하위스에, 최은주(덕수궁미술관장), 박수진(학예사), 로렌시나 화란트가 방문하게 된다. 그 곳에서 전시장과 수장고에 있는 작품들을 파악하고 작품선정에 들어갔다.
그 결과 기존에 마우리츠하위스에서 제시했던 작품목록의 20%를 변경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렘브란트 3점, 루벤스 2점, 얀 스테인 2점과 프란스 할스, 안소니 반 다이크(Anthony van Dyck), 얀 판 호연(Jan van Goyen), 아드리안 판 오스타더(Adriaen van Ostade), 야콥 판 롸이스달(Jacob van Ruisdael)의 작품 각 1점씩을 대여하기로 하고, 다른 작품들도 우리의 전시주제에 맞는 작품들로 교체되었다.
마우리츠하위스 소장품들은 대부분 수복을 거친 작품들로 17세기에 제작된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품상태가 좋았다. 작품상태 파악 후 몇 점이 교체되는 등 수정목록이 오고 가기는 했지만 결국 작가 44명의 총 50점이 선정되었다. 작품선정 시에 국내에 알려진 대표적인 작품들을 대여해 오길 희망했지만 마우리츠하위스의 입장에서는 소장품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람객들을 위해 대표작들의 대여를 꺼려했다.
붓터치가 유독 눈부신 프란스 할스의 <웃고 있는 소년>의 경우에는 1억 3천만원의 추가대여료를 지불하면 빌려줄 수 있다는 협상안을 제시하여 역시 무역으로 성장한 나라답다는 생각을 했다. 협상기간 동안 전 주한네덜란드대사가 마우리츠하위스를 방문하여 일본의 대여조건보다 좋은 조건으로 협상이 성사되도록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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