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상설전시 현황과 소장품 활용의 문제 - 우리 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

장영준/장엽(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Ⅰ. 머리말

Ⅱ. 상설전시
      1. 상설전시 구성 및 소장작품현황
      2. 전시구성을 위한 소장품 수집 및 활용

Ⅲ.맺음말

Ⅱ. 상설전시

2. 전시구성을 위한 소장품 수집 및 활용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중의 하나는 미술관의 설립목적이나 성격에 알맞 는 작품을 구입 소장하는 일이며 이것을 효율적으로 전시함으로써 미술관과 관람객 사이에서 서로 통용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케 하는 일이다.

어떤 목적하에 건물을 지었다면 그 건물구조에 알맞는 내부형식을 갖추어야 만이 건물이 지닌 효용가치를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여기에서 내부형식이란 구체적 설립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실천계획에 따른 모든 제반요소들 즉, 인적자원, 예산·설비, 가구집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영구보존과 전시를 주목적으로 하는 미술관에 있어서 는 규모나 외형에 걸맞는 우수한 소장품과 구입정책을 구비하지 않으면 그 기능이나 활동이 상대적으로 가치 하락될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각 미술관들은 각각의 작품수집정책이나 전시계획을 구비하고 있어야 하며 항상 관계된 사항을 조사, 연구하는 기능을 강화시켜 나가 야 한다. 그러나 미술관이 공공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소장품들을 단순히 수집관리 하는 것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공익성을 떤 정책적 행위에서 더욱 그 의미가 두드 러진다고 하겠다.

사회에 대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공익개념을 국제 박물관 협회가(ICOM) 정의한 바에 따 르면 '박물관은 예술, 역사, 미술, 과학 및 기술관계 수집품과 식물원, 동물원 수족관 등 문화 적 가치가 있는 자료, 표본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보존, 연구하는 한편, 그 가치를 부각시키는 데 특히, 대중의 즐거움과 교육을 위해 공개전시 하는 것을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설 립된 항구적 시설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 어느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든지 좋은 예술작품을 수장하기 위한 소장품 구입, 기증에 관한 사항을 미술관의 설립목적이나 미술관 정관 등에 표기하여 주임무로 삼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제반의 업무들이 미술관 규정으로 만들어져 통용되 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미술관 종사자들이 여기에 따라 작품수집 활동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5년 10월 현재 우리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소장품수는 총 3,533점으로 구입, 기증, 기탁 (1,213점별도), 관리전환 등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르별로는 유화, 한국화, 조각, 사진, 판화, 공예(도예, 금속, 섬유, 종이, 목재, 화학재료), 서예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유화가 1, 890점으로 전체 소장품의 53%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진, 서예, 조각, 한국화 순으로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각 전시장별로 전시되고 있는 총 전시작품수는 543점이고 나머지 품들은 장르별로 분리된 각각의 수장고에 보존되어 있다. 대체로 이런 소장품들은 수장고에 장기적으로 보존, 관리되며, 상설전시나 특별전시 계획에 따라 각 전시장에 진열 되는데 때때 로 미술관소장품의 외부 특별전시나 관련기관에 대여전시 되기도 한다.

그런데 미술관 소장품의 보유현황을 볼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서양화, 사진, 서예의 경우 일부작가는 다량의 기증작품을 보유하고 있어 특별전시나 기중작가전 등 작품의 교체시 원할하게 업무를 진행시킬 수 있으나 그외의 작가들은 다양한 작품을 구입하지 못해 정기적 인 작품의 교체시 제약을 받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오지호, 최영림, 이동훈 등의 작품은 초 기부터 말기까지 작품의 상세한 변화와 전개과정을 알 수 있게 50점이 넘는 작품이 소장되어 변화있고 다양한 전시를 관람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반면 이중섭, 나혜석, 박수근 등 한국 근 대 화단의 일부 작가의 경우는 보유 소장품량이 소수인 관계로 주기적으로 교체하여 보여줄 수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그나마 86년 현재의 과천부지로 우리미술관이 이전 한이래 해마다 작품구입예산 증가하면서 구입작품의 내용이나 수량도 다양해지고 질적으로 우수한 작품을 수집하기 위한 정책적 활동이 중가하였음은 매우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라서 현실적인 작품구입예산에 미루어 볼 때 필요한 작품을 제때에 구입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국립기관으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전시조건을 구비하려면 좀더 내용있고 다양 한 작품을 구입하기 위한 대폭적인 예산중대와 기증, 관리전환, 기탁등의 전시행정차원의 활동 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여기서 과천이전이후 작품수집실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음을 알 수 있다.

작품수집실적(신축개관이후) '94. 12. 10 현재
부문 년도별 회화 조각 야외 조각 공예 외국 서예,사진,건축 계
1986 78 31
4 7 1 121
1987 72 10 6 27 24
139
1988 98 18 4 10 14
144
1989 29 4
5 29 5 72
1990 57 10 1 3 25 5 101
1991 45 12 1 8 29 4 99
1992 22 4
1 4
31
1993 14


6
20
1994 25 3

2
30
계 440 92 12 58 140 15 757

위 도표에서 보는바와 같이 작품의 구입실태는 86년부터 88년까지는 폭넓고 다양한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해마다 작품의 구입량이 증가하였음을 알 수가 있는 반면 90년 이후에는 다양 한 장르의 작품보다는 내용과 질적으로 우수한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예산은 동등한 수준이 나 작품의 수량은 줄어들고 있는 구입정책의 방향이 바뀌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우 리 미술관의 상설전시 계획도 미술사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실과 장르별 특성을 강조하는 전시실, 국내외 현대미술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작품만을 모은 전시실 등, 분야별 특성을 강조 하는 전시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우리미술관 상설전시실의 구성은 앞서 언급한 것 처럼 6개의 전시실과 중앙홀 및 2, 3층회랑, 옥외, 야외 전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각 전시실의 성격에 맞춰 약 550여점의 국내외 작가의 작품이 주기적으로 교체전시되거나 장기적으로 고 정 전시되고 있다.

이런 전시형태는 지금까지 시행되왔던 상설전시운영계획에 비추어 볼때 평 f 1년에서 3년 간격으로 교체전시 되었으며 각 전시실의 전시성격에 맞추기 위해 대상작품의 수가 한정되어 교체할 수 없는 작품이나 내용이 맞지 않는 작품들은 전면적으로 교체하지 않 고 30%선에서 2년간격으로 부분적으로 교체, 전시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구입작품이나 보존 상문제가 있다고 진단되는 작품은 수시로 교체하여 전시효과의 증대와 효율적인 작품보존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작품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2-3년에 1번씩 은 교체하여 휴식기를 갖게 해주어야 바람직하겠지만 (외국의 경우 총소장작품의 0.2∼10% 이내전시)전시실의 성격유지와 관람객들에게 시각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또는 작 품의 보유량에 비례하여 전면적인 교체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현재 학예연구원 5명으로 구성 된 상설전시운영위원회가 조직되어 있는 우리미술관은 전시작품의 교체나 전시실 성격규정 등 의 업무를 수행할 때 상설전시를 맡고있는 전시과 직원들과 이 상설전시운영위원회의 학예원 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여 일을 추진시키는데 이 조직을 지속적으로 활용한다면 계획에 따 른 미술관의 작품전시운영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적으로 상설전시의 운영방법에는 야외조각전시와 같은 영구성을 지닌 전시와 5년에서 15년 사이의 중장기전시, 그 리고 1년에서 3년 사이 6개월에서 1년사이의 단기 전시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야외조각장에 전시되어 있는 석재조각들은 몇 백년 이상을 지속할 수 있는 거의 영구적인 상설전시로 볼 수 있고 실내의 조각작품들도 반 영구적인 전시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실내에 전시되어 있는 유화, 한국화의 경우 장시간의 전시도 가능하지만 다양한 전시효과나 회화재료의 보존 과학적 특성상 주기적으로 교체해 주는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이런 방안이 표준적인 안이라 할지라도 미술관내의 보유 소장품량이나 작품의 내용이 뒷바침 되지 않은 경우 현실적으로 이러한 요구조건을 수용하는데는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재정 지원이 충분히 뒷받침 되어 필요한 작품을 제때에 구입할 수 있고 관련 종사자들이 기증이 기탁등 구입이외의 소장품 활성화 정책을 강화시킨다면 이런 문제점들은 해결될 수 있을 으로 생각된다.

그리하여 국민의 미술문화향수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미술관의 위상을 이기 위해서는 현재 소장되어 있는 소장품의 보존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소장작품의 성격이 시대적, 경향별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여 전시계획에 따라 운영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할 것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