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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수집과 분류체계의 의미
현대미술은 형태를 달리하면서 미에 대한 인류의 근본적인 욕구를 지속적으로 반영해 왔다. 근대와 현대로 오면서 미술은 장인적 기술과 창의력을 통해 의식적이고 의도적으로 제작한 미적 이벤트나 오브제로 개념과 그 형태가 변화하였다. 여기서 핵심 개념은 창의성이다.
창의성이 점점 주목되고 강조될수록 현대미술은 전통적인 미의 개념을 넘어서고 있으며 그 결과물은 실로 엄청난 다양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제 현대미술관들은 이렇듯 다양한 미술경향들을 수용하기 위해 변화를 맞이해야 될 시점에 이르렀다. 특히 소장품 관리를 위한 작품분류는 더 이상 이전의 미술 분류방식에 적절하지 않게 되었다. 많은 현대미술작품들은 안료와 여러 재료를 혼합한 입체적 형태로 표현되어, 정확히 회화도 아니고 조각도 아닌 ‘설치’라는 개념을 가진다.
어떤 경우에는 ‘해프닝’이라고 불리면서 일회성을 지닌 퍼포먼스도 있다. 이들은 순수미술이라기 보다 공연예술로 볼 수 있는 연극적 이벤트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비디오 아트를 비롯하여 첨단 기술매체를 활용한 미디어 아트, 디지털 아트, 넷아트 등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범위의 작품들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미술관은 ‘무엇을 수집할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수집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재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최첨단 미디어 기술을 이용한 현대미술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아직은 일반화된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현대미술을 다루는 미술관에 있어 철학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한 작품이 미술관에 소장되었다는 것은 그 작품이 단순한 미적인 오브제 이상으로서, 사람들의 삶에 중요성을 갖고, 또한 그러한 중요성을 지닌 종류의 미술을 대표한다는 암묵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미술관은 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미술품을 구입할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며,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화랑에서 구입할때도 마찬가지이다.
미술관에서 수집할 작품은 소장되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활용되었던 것이라야 한다. 미술작품으로서 인정되고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즉 어떤 문화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라야 비로소 문화적 오브제로서 미술관 소장품으로 자격을 갖추게 된다.
어쨌든 현대미술관은 이러한 신중함을 거쳐 작품을 수집해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소장품을 안전하게 보존관리해야 하는 주된 업무를 가지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작품의 보존관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등록(Registration)과 목록화 작업(Cataloguing)은 소장품 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큐레이터가 박물관의 일반적인 성격과 자신이 몸담고 있는 박물관의 목표와 수집방향을 알고 있다고 해도, 소장품에 대한 기록과 정보를 다루는 법을 모른다면 사실상 수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1) 수집보존의 중요성 못지 않게 소장품의 기록작업은 중요하며 정확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기록되어 있지 않으면 거의 가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기록작업에 있어 선행되어야 하는 업무는 소장품 분류체계를 확립하고 미술용어 및 관리용어의 표준화이다. 사실상 오래된 미술관은 전통적이고 나름의 시스템으로 소장품을 분류하여 체계화된 관리구조를 통해 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은 아직은 소장품이 5,000점이 채 되지 않아 기록업무를 수정 가능할 수 있는 기간에 속하므로 보다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소장품 기록 관리 업무를 위해 소장품 분류체계를 재정립하는 쪽을 선택하였다. 그리하여 본 연구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기존 소장품 분류체계에 대한 분석을 통해 현실정이 반영된 소장품 분류체계로 재정립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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