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와 수정, 소금 병, T자, 방열기, 알콜 버너, 까치발 신호기, 혹은 철물 구조가 내 그림에 등장했다. - 사과나 새우, 배 대신에. -- 라즐로 모흘리 -나기 --
콜라쥬 테크닉이 유화를 대치했듯이 진공관이 캔버스를 대치할 것이다. 오늘날 미술가들이 붓과 바이얼린 또는 페품으로 작업하듯이 어느날 그들은 축전기나 저항기 또는 반도체로 작업하게 될 것이다. -- 백 남 준 --
Ⅰ. 여는 말
근대사에서 인간의 생활을 가장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온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과학과 테크놀로지의 발전이다. 우리의 생활을 반영하는 미술 역시 그 개념과 양식
의 근본적인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중의 하나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미
술과 테크놀로지의 관계는 흔히 양자가 어울릴 수 없는 대립적인 것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나 또는 잘 조화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에 의해 고찰되고
규명되어 왔으며, 더 나아가 과학과 테크놀로지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우리의 생활
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현대에서 미술이 이를 어떻게 반영하고 다루어야 할 지
를 탐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는 더욱 중요한 논제가 되어왔다.
이런 관심과 모색에 병행해서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결과로 미술에 최첨단의 장비
와 기술이 이용되는 반면, 서기 2000년이 바로 눈 앞에 육박한 이 시점에도 많은
작가들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작업하고 있기도 하다.
오늘날 컴퓨터나 레이져 등을
이용한 최첨단의 미술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런 작품들이 미술계의 '主流'를 형성
하지는 못하고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1960년대에 미술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에 뜨
거운 관심이 집중되었을 때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예견한 전통적인 의미로서의
미술의 종말은 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며 미술과 테크놀로지
의 진정한 관계는 무엇인가?
미술과 테크놀로지의 관계와 그의 역사적 고찰에 대해서는 이미 적지않은 양의
글들이 쓰여져 왔다. 그럼에도 이 주제가 끊임없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미술
의 모습과 의미는 우리 생활의 변화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며 테크놀로지
가 이미 '풍경'이 되어버린 엄연한 현실이 미술에 어떤 변수로 작용하는 지를 가늠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광범위하며 다양한 접근이 가능한 이 주제를 모
두 다루기란 불가능하므로 이 글에서는 그에 가장 큰 관심이 모아졌던 1960년대 후
반을 전후한 시기에 초점을 맞추어 현재의 상황에 대한 진단을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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