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 15년 : 1980-1994 - 전시조직 과정과 평가 -

최태만(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글머리에
Ⅰ. 민중미술의 성격
Ⅱ. 전시기획배경
Ⅲ. 전시추진과정 		Ⅳ. 전시장조성 및 출판
Ⅴ. 부대행사
Ⅵ. 평가 및 반성
1. 민중미술의 성격

민중미술의 형성, 전개, 확산과정, 미학 및 주의·주장에 관한 한 주로 이 미술운동에 참여 했던 이론가와 작가들에 의해 독자들에게 풍부하게 소개된 바 있으므로 이글에서 굳이 재론할 필요는 얼을 것이다.

그러나 민중미술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았는가 하는 점은 전시의 구성 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므로 필자는 전시구성 당시 고려하였던 전시 디자인을 염두 에 두고 민중미술의 성격에 대해 개관하고자 한다.

민중미술을 논의함에 있어서 먼저 '민중'이란 어떤 개념이며, 어떤 계급(계층)을 지칭하는 것인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즉, 우리나라에서 민중이란 용어가 정치적 계급을 지칭하는 개념으로서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적 모순의 심화와 그것에 대한 자각에 의해 전개된 민주화 운 동과정 속에서 이 개념이 비단 정치, 경제 뿐만 아니라 종교, 학문, 예술 등으로 폭넓게 확산 되었다는 사실을 이해하여야 한다.

사회변혁운동이 지식인으로부터 이른바 기충민중의 운동으 로 변화, 발전해 가는 사회변혁의 국면 속에서 보편적 휴머니즘에 입각한 미술이 아니라 대항 문화적 혹은 사회변혁적 전망까지 담보할 수 있는 미술이 요청되었고, 그 결과 민중미술이 자 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민중미술은 첫째, 민중사관에 입각한 민중미술의 전개 둘째, 민 중과 소통을 지향하는 새로운 창작방법론의 개발 세째, 문화의 민주화를 지향하는 미술운동의 모색이란 실천적 목표를 표방하고 있었다.

이런 종류의 미술이 나타나기 시작하던 초기만 하 더라도 삶과 유리된 유미주의와 교양주의에 아첨하는 미술에 대한 거부와 현대화를 서구화의 동일시하며 70년대 한국미술을 풍미했던 모더니즘에 대한 반정의 흔적이 두드러졌던 전문가 중심의 활동이었던 비판적 경향이 민족·민중이란 개념으로 정립되면서 그 실천적 방향이 정 치와의 결합이란 단계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특히 소집단이나 개인적인 창작활동의 방식으로부터 조직적인 연대의 펼요성예 따라 1985 년 「민족미술혐의회」가 결성되면서 미술운동의 질적인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미술인 조직의 결성이 미술운동의 질적 성숙을 보장하는 측면은 있었으나, 그것이 곧 사회변 혁운동과의 완전한 결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통적인 창조신화에 바탕한 사회적 통념으로 서의 미술은 창작과 유통에 얽힌 구조적 문제와 교육의 관행, 미술사와 비평 등 내부의 제도 적 조건의 제약 때문에 사회변혁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이른바 '현장활동'의 강화가 요구되었고 그결과 개 인의 주관적인 창의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분명한 목적과 효용성을 지닌 집단창작활동이 활발 하게 이루어졌다.

정치적으로 한국사회를 얼어붙게 만든 재5공화국의 공안정국이 민주화운동의 정치투쟁을 더 욱 강화시켰으며 정세파악의 관점과 운동의 방향, 목표, 전망 등에 따라 이른바 정치노선의 분화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앞서 말한 바 있듯이 미술의 전통적인 관습에도 불구하고 사회운 동론의 활발한 전개가 민중미술운동내부의 논리 또한 과학적으로 심화시켰다고 할 수 있을 것 이다. 사회운동의 발전 및 확산과 더불어 사회과학 서적의 광범위한 독서는 현실인식에 대한 시각의 과학화를 요청하였고 그 과정에서 미술운동의 방향성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글이 수 얼이 발표되었으며, 젊은 이론가들에 의해 사회과학적 개념과 문예이론들이 창작활동에 대입 되기도 했다.

민중미술 진영이 이러한 새로운 이론들의 시험장처럼 취급되기도 했으나 '현실 에 대한 과학적 인식의 요청이 미술의 사회적 활동을 단순히 작품의 '소통'으로만 구현 시키 지 알고 현실변혁을 위한 실천적 행위로 발전시키고자 한 성과는 있었다.

그러나 이론과 실천의 화해란 부정과 통합이란 힘든 변증법적 과정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80년대 중후반에 이루어졌던 수많은 담론들에 비해 실제 창작활동에 있어서 이론적 전제들을 실천적으로 담아낼수 있을 만큼 그것이 유효한 것이었던가 하는 것에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즉, 69년에 김지하(金芝諦)시인이 작성했던 '현실동인'의 창립선언문에 담겨있던 민족적 리 얼리즘'이란 테제가 80년대에 이르러 실천될 수 있었던 점에서 이 이론은 전위적인 것이었다.

고 할 수 있다. 그러나 00년대 중후반의 담론들은 89년 동구권의 붕괴로부터 발원하는 사회 주의 진영의 개방과 개혁의 파고(波高)에 의해 급기야 소련연방의 해체를 야기하고 이러한 세 계정서의 급격한 변화에 의해 이 담론들이 시론(試論)으로서의 유효성만 지닌 채 역사의 언저 리로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중미술에 있어서 이론 과 실천의 결합이 창작과 비평의 상호보완이란 보편성을 획득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은 긍정 적으로 평가할 만한 성과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