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도예 30년 -전시기획 과정과 연대별 작품성을 중심으로-

장영준(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Ⅰ. 머리말
Ⅱ. 전시의 배경 및 취지
Ⅲ. 전시추진과정		 Ⅳ. 전시의 성격 및 연대별 특성
Ⅴ. 맺음말
Ⅳ. 전시의 성격 및 연대별 특성

한국 현대도예의 출발점은 대학교육이 시작된 1950년대를 전후하여 추정해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면면이 이어져 내려온 우리 전통 도예의 정신과 기술이 그 뿌리를 형성하고 있음 을 알 수 있다.

저 멀리 선사시대 토기나 삼국시대의 토우나 토기, 고려시대의 청자나 조선시대 의 백자, 분청사기 등이 우리 한국도예의 역사적 흐름을 형성시켜 오고 있는 맥인데, 오늘의 현대 도예가들이 이런 전통을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과거나 서구에서 배워온 기법을 응용하여 또 다른 세계를 창출해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얘기할 수 있는 문양과 기형 등 의 조형적 성향을 들 수가 있겠다.

초기 서구적 기법이 수응되던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전 개된 작품 성향을 분석해 보면,

첫째, 과거의 전통도예를 그대로 모방하는 전승도예의 흐름을 들 수가 있겠고
둘째, 기능 형태, 태토, 문양, 유약 등에서 과거의 도예에 맡은 비중을 두지만 그중에 어떤 한 요소나 물 레로 성형한 것을 변형시키면서 이와같이 하는 흐름.
셋째, 형태를 물레로 성형하여 전통적인 성격을 유지하지만 새로운 유약과 문양장식을 시도하거나 또는 물레로 성형한 것을 변형시키는 흐름.
넷째, 순수한 조형 또는 재료의 실험에 관심을 두는 흐름.
다섯째, 오브제의 성격의 흐름.
여섯째, 작가의 세계관 사상, 감정, 신앙 등 작가의 삶이나 사회문제 등을 표현하는 흐름.
일곱째, 설치작품. 여덟째, 환경도예 또는 건축도예라고 불리는 흐름 등으로 <한국 현대도 예 30년>전의 운영위원이자 도예작가인 임무근 교수는 정리하고 있다. 물론 이런 유형중에서 도 다시 분류를 해야 하는 경우와 두 세가지 성격이 복합되어 표현된 것들도 있지만 어떠한 형식으로든지 길게 정리, 고찰하는 것이 우리 현대도예의 실상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 로 여겨진다.

중견과 원로작가(작고작가 2명 포함) 143명의 작품 293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도예역사를 이어왔던 시대적 특성을 띤 작품들은 물론 그 동안 우리 도예계를 이끌어 왔던 주 요작가들이 대부분 참석한 뜻깊은 자리였다.

94년에 개최된 <민중미술>전에 이어 한국미술의 미술사적 검증과 도예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기획된 도예전은 60년대 전통도 자 형태로부터 90년대 환경도예, 설치작품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 한국현대도예가 지녀온 제 양상을 한자리에 모은 의미있는 전시회였다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민족은 뛰어난 예 술적 기질로 세계 그 어느 민족보다도 우수한 업적을 남겼으며 고아한 품위. 섬세한 장인정 신, 순박하고 청순한 마음써 등을 문화유산에 반영시키며 발전해 왔다. 이번 도예전 역시 기 형이나 순수조형작품, 재료의 실험을 위주로 한 작품, 작가의 감정이나 사상을 표현한 작품, 설치작품에 이르기까지 전통양식을 소화하여 현대적 해석이 가미된 작품들이 출품되었다.

전 시작품들의 특성을 작가별, 연대별, 형식별로 살펴보면 먼저 60년대는 50년대부터 시작된 한 국 현대도예의 흐름을 이어받는 한편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되찾아 문화, 교육분야의 욕구가 팽배해지면서 의욕적인 도예가들이 기술적 과재를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모색하는데서 시작되 었다고 볼 수 있다.

권순형, 정담순, 김석환, 김재석, 김익영, 이종수, 황종구, 황종례, 임무 근, 조정현 등이 이 시기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한국 현대도예의 1세대 작가들 로써 초기 우리나라 도예계를 이끌어온 선구자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출품작들은 그룻형태의 물레성형을 위주로 한 기형에 금칠이나 녹유 등의 색유를 가미한 실험작품과 미국 등에서 수학한 권순형 등이 보여준 사각형의 기형에 기하학적 문양과 시유를 한 여러작품들이 전시되었다.

특히, 황종구, 김재석의 작품은 전통의 자기 형태를 지니면서도 금채나 금분 등 을 그룻표면에 시유한 특색있는 작품을 출품했으며 김석환, 황종례, 김익영, 조정현 등은 옹 기나 항아리 형태의 기형을 변형한 실험성 짙은 작품을 전시하여 수수하고 정감 넘치는 세계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권순형, 정담순, 임무근 등은 오브제 형상의 자유스러운 모습에 판형무 의나 사선무늬 또는 현대적 감각이 짙은 유약과 채색을 가미하여 그 시대에서는 새롭고 특이 한 작품을 전시하였다. 60년대의 작품들은 대부분 형태가 소규모이고 전시대위에 진열되어야 만이 작품성이 돋보이는 정적이고 아담한 특징을 지닌 관계로 중앙홀의 개방적이고 넓은 공간 속에 배치함으로써 시 확장과 전시의 도입부임을 강조하는 디스플레이를 연출하였다.

70 년대의 작품들은 중앙홀 한편에서부터 재 1전시장의 좌측 주요 동선까지 진열되었다. 이 때는 한국 현대도예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으므로 출품작가나 작품들의 수가 현저하게 증가 하였고, 작품의 성향들 또한 물레성형을 한 호, 발, 접시, 병 등의 기물을 기본으로 하기는 하 지만 그릇을 변형시키고 도판을 구부려서 제작한 작품도 눈에 띄며 벽면에 장식할 수 있는 도 벽 작품들도 전시되었다.

그리고 기하학적인 문양을 가미한 도조작품들과 오브제 등에 재유, 청자유, 분청유, 투명유, 금속산화물 등을 첨가해 발색시킨 작품들이 병행하여 진열된 것은 이 시기에 들어와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도예교육과 국내외 도예전시에 따른 도예계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하겠다.

작가들로서는 60년대부터 활동해 왔던 1새대 작가들 외에 한길홍, 김 회영, 배진환, 서한달, 이성근, 권영식, 이기주, 이부웅, 노경조, 유혜자, 윤광조, 이회선, 김 병억, 김익영, 이수종, 한봉림, 오천학, 서동회, 권오훈, 이규성, 임무근, 원대정, 신광석, 황 현숙, 조정현 등을 들 수가 있다.

특히 이들 중 원대정은 흰색바탕에 동산화물로 점무늬를 가하여 산화번조시킨 굽이 길고 붉은 반점이 잘 어우러진 큰병으로 75년 국전에서 도자기로서는 최초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는데, 이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서 특별히 전시 된 것이었다.

또한 정담순은 미국에서 귀국하여 대부분의 작가들이 기물형태의 작품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최초로 서구적 조형성을 띄고 제작된 오브제 형식의 순수창작 도예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 시기에 제작되었던 실험작품과 유사한 양식의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아직도 많은 비중의 물레성형 작품과 상업적 성격을 띄 거나 장식위주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80년대는 한국 도예계의 면모를 살펴볼 때 도예 인구와 그룹의 증가, 개인전, 공모전 등의 전시회가 발발하게 이루어지고 젊은 도예인들의 해 외유학에 따른 조형적 시각의 확대와 사용재료의 다양화 등 전반적인 도예환경이 개선되는 관 계로 순수성을 띤 창조적 도예작품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시기다.

출품작가로는 70년대에 출품했던 작가를 포함하여 김혁수, 이인진, 권오훈, 정진원, 고성종 등의 총 117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이 시기의 작품들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고려청자의 재현에 힘쓴 황종구, 황종례 의 전승도예작품 및 옹기에서 출발하였거나 옹기를 연상기키는 형태이지만 옹기라고는 하기 어려운 섬세한 표면질감을 살린 오브제 작품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권순형의 작품처럼 타일형 태로 제작된 도벽작품, 점토무늬, 전사기법을 이용한 평면작업, 재료의 실험에 역점을 둔 작 품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전시장의 진열방법도 각 작품의 특징에 따라 적절한 조 성 방법을 적용시켰으며 조명, 실내구조물을 변형하였다. 예를 들어 이인진, 정진원, 김용진, 권오훈 등 비교적 작품크기가 작은 소품들은 특수 유리케이스에 넣어 전시실의 벽면쪽으로 정 리하여 엇갈리게 진열했으며 그 외의 작품들은 단계적인 원형 전시대를 전시실 양쪽 모서리 부문과 기둥주위에 설치하여 진열함으로써 작품 상호간의 작품성의 강조와 조화를 유도하였 다.

그리고 원경환이나 모인순, 곽태영, 엄상문 등의 작품은 좌대위에 설치하는 작품이 아니 고 전시실 바닥이나 벽면에 부착해야 하는 관계로, 별도코너를 마련하여 국부적으로 강조하는 스포트 조명이나 기타 한지나 장식물 등의 설치물들을 효과적으로 조정하여 진열하였다.

80년 대의 작품들과 혼용되어 진열된 90년대의 출품작들은 우리 도예발전의 기반이 이미 80년대까 지 일정수준으로 조성되었던 관계로, 보다 짜임새있고 의욕적인 그야말로 현대도예라고 부를 수 있는 오브제, 설치작품, 또는 순수한 조형성을 띈 흙작업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전시실 또 한 90년대 도예작품의 성격에 맞추기 위해 자연채광과 구조물등이 잘 정비된 기획전시 전용으 로 쓰이는 제 7전시실을 활용하였다. 이 시기의 출품작들은 설치작품과 대작들이 많은 관계로 전시실의 진열방법을 제 1전시실이나 중앙홀과는 다르게 기획하였다.

작품의 규모가 큰 대작들과 설치물들을 전시실의 중앙이나 시선이 멈추는 사각지대에 배치함으로쩌 관람객의 시선을 유도하고 소품들의 독립적 공간을 방해받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90년대의 작품들은 작품의 크 기뿐만 아니라 형태가 다양하고 오브제 성향이나 조형적 실험, 이야기의 전개, 작가내면세계 의 표현을 시도한 작품들이 많았다.

신상호, 안승업, 최성재, 이수종, 우관호, 최병진, 원경 환, 우동민 등의 설치 도예작품들은 우리 한국현대도예의 제모습을 보여주는 데 조금도 손색 이 없었으며 관람객을 압도하는 힘이 넘쳤던 것으로 기억된다.

따라서 90년대에는 우리 한국 도예계가 위치하고 있는 오늘의 모습뿐만 아니라 나아가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볼수 있는 뛰어 난 현대적 감각의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어 우리 도예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었 다.

그런데 이번 전시를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전시기획 의도를 살리기 위하여 작품의 전시뿐만 아니라 세미나, 슬라이드쇼 등을 개최하여 관람객들의 도예세계에 대 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도자예술의 저변확대를 모색하였다는 점이다. 다양한 미술문화의 향수 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효과적인 행사였다고 생각된다.

작가개인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한 편 우리 도예계의 비교관찰을 목적으로 한 슬라이드쇼는 김혁수, 장진, 전진회를 비룻한 총10 명의 작가가 일주일에 2명색 참가하여 성황리에 개최되었으며, 관람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 던 점도 이번 전시를 통해 받은 인상깊은 점이라 하겠다.

또한 전시회의 일환으로 개최된 <한 국 현대도예 30년>전 기념토론회는 "한국 현대도예 30년의 고찰과 반성"이라는 주제하에 유재
길(미술평론가), 권오훈(작가, 단국대 교수), 신광석(작가, 서올대 교수), 우관호(작가, 홍익 대 교수), 임무근(작가, 서울여대 교수), 정동훈(작가, 원광대 교수), 혀건(미술사가) 등이 참 석해 우리도예의 현실과 역사, 현대도예에 있어서의 전통의 문제, 국제화 시대에 있어 한국도 여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진지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참석자들의 맡은 호응을 받았다는 점 도 한가지 수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