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미국현대미술의 세계화과정과 미술관의 역할

노 재 령(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Ⅰ. 유럽에서의 미국미술의 위상
Ⅱ. 미국적인 미술에 대한 비평언어		 Ⅲ. 미국적인 미술담론의 시대적 상황
Ⅳ. 미국미술의 세계화를 주도한 미술관
Ⅱ. 미국적인 미술에 대한 비평언어

(뉴아메리칸 페이팅전)은 뉴욕의 현대미술관에서 당시 '미술관 소장품 큐레이터'라는 직책 을 맡고 있던 도로시 밀레에 의해 기횟되었다. 전시도록에는 당시 이 미술관의 관장 알프레드 바르의 서문이 실렸다. 그의 서문을 읽노라면 바르가 이 글에서 의도하는 바가 추상표현주의 의 독창성과 주체성을 이론적으로 정리하고자는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술용어로써"추상"과 "표현주의"가 유럽미술사에서 유래된 것인만큼 바르는 추상표현주의 패인팅을 추상미술과 표현주의미술과 차별하고자 다음과 같이 서문에서 기록하고 있다.

이 전시의 출품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이 "추상"적이라는 주변의 해설을 거부한다. 그러면 서 또한 최근들어 미국내에서 자주 전시하고 있는 독일 표현주의미술과 어떠한 연계성도 부정을 하는 것이다.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창작의 결과로써 대부분의 회화작품 들은 추상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절대 이 그림들이 의도하는 바가 비구상회화라고는 할 수 없다. 또한 전통회화의 관습에서 중요시하는 화면 구성, 선의 미, 페인트의 질감, 또는 색 의 조화 등 "조형성의 미"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회화적인 요소들이 화폭에 담겨져 있는 경우, 이는 질서를 찾아내려는 작가의 의지의 결과물이며 이는 곧 카오스에 의해 생 산되는 작품의 시작만큼이나 직관적인 것이다.

위에서 인용한 바르의 글에서처럼 미국의 페인팅은 유럽회화의 관습과 양식과 구별되면서 나름대로의 성격에 대한 정의를 찾으려고 했다. 미국의 평론가이자 미술사가였던 클레먼트 그 린버그는 '미국적인 양식의 회화(American-style Painting)'에 대해 기록하면서 미국미술의 독창성을 정립하기 위하여 당시 얘기되던 추상표현주의미술에서의 동양겅신 또는 오리엔트미 술의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정하였다.

프란즈 클라인의 회화가 중국과 일본의 서예를 연상케한다는 이야기들이 일면서, 이미 토비의 그림에 대해서도 일전에 거론되어왔던, 추상표현주의회화에서 동양미술의 영향에 대한 담론이 다시 일고 있다.

이 나라가 태평양을 맞대고 있다는 지리적인 조전으로 인하 석 미국인들이 이제서야 프랑스인들, 더우기 이태리인들과 영국인, 그리고 독일인에게까지 도 영향을 미치는 역량있는 미술을 생산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이처럼 치부하여 설명한다.

사실상 애당초 추상표현주의 계열의 작가, 클라인을 포함해서 그 어느 누구도, 동양미술에 대해서는 피상적인 관심을 갖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의 미술은 완전하게 서양의 미술문화 에 그 근거를 두고있다.

그린버그는 위 글에서와 같이 미국미술에서 동양미술의 영항력을 부정하였다. 그린버그는 프랑스의 평론가 미셀 타피에가 1952년 잭슨 폴록에 대해 해설하는 글에서 처음 정의 내린바 있는 미국미술계에서 '태평양파(Pacific School)'에 대한 담론에 대항하는 것이다.

타피에의 글 발표 이후 미국미술에서 동양과 오리엔트의 요소가 깃들여 있다는 담론은 미국미술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평론글에서 답습되었다. 다음은 [뉴욕타임즈]신문기사의 내용으로써, 본지의 미술기자였던 힐턴 크래머가 프랑스 평론계에서 회자하던 태평양파에 대한 논리를 폭로하는, 상당히 국수주의적인 그의 입장을 밝히는 글이다.

'태평양파'는 언제나 하나의 신화로써 존재해왔다. 이는 프랑스인들이 뉴욕의 작가들의 위 세가 날로 커지는 것에 대한 그네들의 자존심에 손상입은 것을 치유하기 위해 날조한 허구 이다. 그러면서 프랑스인들은 미국미술에서 독창적인 성격이 태평얀문화권으로부터 빌린 것이라는 논리를 무척이나 즐기었고 뉴욕파의 권위가 만연하여 더 이상 이를 부정하기에 어렵게되기까지 줄곧 이 논리를 고수하여 왔다.

크래머의 위와 같이 감정 격한 글을 통해 미국미술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담론과 텍스트가 상당히 편협한 국수주의와 결탁되어 이야기되었다는 것, 그리고 자국 미술의 아이덴티티에 대 한 미술평론의 언어가 미국의 현대미술에 대한 비평이 전개되면서, 그 내용이 서로 상반되기 도 하고 대치되면서 전개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파리와 뉴욕미술계가 힘의 대결로 맞서는 양상을 보였으며, 세계미술계에서 자국미술의 위상 확립이 전시행정력과 비평언어가 다져지면서 가능하였다는 점을 (뉴아메리칸 페인팅) 전시의 예를 통해 알 수 있지만, 세계화 과정이 또한 상당히 국수주의적인 논리를 동반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뉴욕미술계의 평론가들과 미술관 관계자들은 독자적인 미국미술의 미학에 대한 논리를 확립 하려는 반면에, 파리에서 일고 있던 태면양파에 대한 담론은 미국현대미술의 특수성을 이론적 으로 부정하려는 의도가 있었으며 미국이 동서양이 만나는 기점으로 미국현대미술은 동양적인 것을 흡수하여 생산된 모방작품(Pastiche)이라는 비난이며, 이는 유럽 전통과의 연계성 또한 부정하는 것이었다.

미국이 서양의 문화권에 속하는데도 유럽인들이 얘기하기를, 미국에는 문화적 전통이 뿌리 깊게 자리잡지 않았고, 탄탄한 민족문화가 없다는 것이었으며, 그림으로해서 미국은 아시아의 정신과 미학을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뉴욕파의 역량이 가세하 면서 유럽에서는 이를 거부하고 여기에 대항과는 그들의 입지가 평론의 언어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