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I. 《마니페스타Ⅳ》
독일의 경제, 산업, 교통의 중심지인 국제도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고 있는 마니페스타는 일종의 소규모 현대미술 비엔날레의 성격을 띠는 미술전람회로 로테르담, 룩셈부르그 등의 유럽의 각도시를 순회하며 2년마다 한번씩 개최된다.
이 전시는 유럽의 급변하는 정치, 사회의 변화를 예술 분야에 현실적으로 반영하려는 가시적 결산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신생작가들을 발굴하고 유럽 전역의 문화 예술적 네트워크 구축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서로 다른 문화의 도시와 도시를 조우하는 과정의 예술 행사로서 작가와 비평가, 문화 예술 관계자들의 관계를 더욱 증진시키는 수단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 마니페스타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과거의 European Art Manifestation 재단에서 분리하여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서 국제 마니페스타 재단으로 독립,마니페스타의 장기 발전을 위한 지명 큐레이터연합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올해 전시에서는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러시아 출신의 이아라 부브노바(Iara Boubnova), 스페인 출신의 누리아 엔귀타마요(Nuria Enguita), 스테파니 모아스동 트렘블리(Stephanie Moisdon Trembley)1)등 3명의 공동 큐레이터가 70여명의 작가들과 그룹을 초청해 전시를 기획하였다.
한국의 참여 작가로는 독일에서 활동하며 개념적 의미가 담긴 사진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양혜규가 참여하였으며 전체적으로는 사진, 비디오, 영화 등의 미디어와 설치 매체가 전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5월 21일부터 8월 25일까지 약 3개월간 프랑크푸르트 쿤스트페라인, 쉬른 쿤스트 할레 야외 전시장, 프랑켄슈타이너 호프와 슈테델 미술대학(도판1,2), 기타 특별 전시 사이버 공간등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자리잡은 여러 전시 공간에서 분산, 전시되고 있는 마니페스타는 대다수의 참여 작가가 자신의 출신지가 아닌 타지역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실험성 지닌 젊은 작가 층이며 작품의 성향들 역시 정치,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예술에 대해 발언하는 비판적 시각을 지닌 또 하나의 활기넘치고 신선한 현대미술 비엔날레라고 말 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 시내와 마인강 주변에 위치한 마니페스타 전시장은 크리스토프 뷔헬, 압슬르트노, 샐 랜돌프, 루체차르 보야드지에프, 할릴 알틴데레, 디르크 프라이쉬만, 안드레아스 포가라쉬, 리제 할레브, 양혜규 등 많은 청년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이 이방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특정 문화에 대한 자신들의 개인적 이야기를 담고 있어 유동적이고 부초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전시의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비록 전체 전시장을 파악하고 찾아가기에 지리적으로 불편한 점도 없지 않았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전시 디자인과 홍보 방법은 관람객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도판3,4)
사실 프랑크푸르트는 외부에서 독일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경제력을 바탕으로 문화 활성화 정책을 추구하는 산업 도시로 볼 수 있는데 젊은 다국적 작가들이 참여하는 금년 마니페스타 전시 역시 독일 정부와 프랑크푸르트시 당국의 미술문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시의 근본 목적이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소장 작가들을 한자리에 초청하여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 환경에 서로 반응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근본 취지인 까닭에 상당수의 작가들이 비교적 국제 무대에 알려져 있지 않은 생소한 작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 이유로 미술의 근본 조형성 보다는 사회적 이슈를 주목한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특히 화장실의 좌변기의 물이 마인강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영상 설치물을 통하여 보여주는 한스 쉬비어스의 작품과 터키 출신의 할릴 알틴데러가보이의 말보로 담배갑을 이용하여 이방인의 눈에 비친 유럽의 실정을 유머스럽게 묘사한 작품들은 출품작들 중에서도 관람객의 관심을 자극하는 여러 작품들 중 하나였다고 생각된다.
또한 좌판대 같은 가변 설치물에 비스트로(Bistro)라는 이름을 붙여 주최 도시의 서비스 산업에 대한 비평을 가미한 작품이나 여러 명의 작가들이 그룹을 형성해 작품을 공동 제작한 점들이 이번 전시에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카셀 도큐멘타와 같은 국제적 미술행사에 이어 비록 규모는 작지만 또 하나의 독일의 대표적 현대미술 비엔날레로 자리잡고 있는 마니페스타는 무엇보다도 전시 예산의 80%를 시 정부에서 부담하고 전시회 수입과 후원사의 협찬을 보조 받아 나머지 부분을 처리하는 등 재정적으로 안정을 기함으로써 여타 도시의 국제 행사와 경쟁력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미술행사로 가늠되고 있다.
매재나 장르 형식에 관계없이 정치, 사회적으로 비판 의식을 지닌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는 한편 웹 사이트에서 야외 전시장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강연, 워크샵, 공모전 형식을 도입한 금년 마니페스타는 미술의 주류가 점차 개인이 아닌 공동 창작 과정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으며 도심주변 곳곳에 분산되어 마치 미술축제와도 같은 다양한 흥미를 자아내고 있었다.
다만 이같은 전시의 개념적 성격과 재정적 지원, 참여작가의 참신성에도 불구하고 구석구석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함과 약간은 산만하고 어수선한 작품의 흐름과 전시공간,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홍보 문제등 전시의 내용과 시각을 제한하지 않기 위해 대주제의 전제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공동 전시 기획자들의 변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가 향후 전망있는 국제적 미술 행사로 불리우기에는 전시의 내용이나 작품의 규모 ,질적인 점에 있어 몇 가지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이 부분적으로 눈에 띤 것은 필자의 시각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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