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Ⅳ. 결 론
다양하고 규모있는 국제미술 행사의 특성과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추구되고 있는 우리 미술관 해외미술 정보조사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된 이번 《마니페스타Ⅳ》와 《카셀도큐멘타ⅩⅠ》의 참관은 급변하는 현대미술의 생생한 열기를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으며 전시와 미술문화의 권력화, 또는 유럽 대 변방이라는 문화 실권주의의 중심세력과 주변국가의 실상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가시적 예 중의 하나였다고 말할 수 있다.
“현대 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비평적 토론공간 확장을 위해 아방가르드적 실천”을 이야기하는 《카셀도큐멘타ⅩⅠ》의 기획자인 오쿠이 웨이지의 말이 아니더라도 글로벌화되는 세계적 문화의 흐름에 비추어 특징적이면서도 다양한 국제 미술 행사는 지금 이시간에도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각 행사들은 매우 느리게 또는 급격하게 그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변화되고 있으며 즉각적인 일탈을 꾀할 수 있는 그 자체적인 힘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는 예술의 창작과 수용과정에서 점차 고정된 방식을 탈피하고 있으며 수많은 현대 미술가들 역시 그들만의 경계선 안에 편안하게 안주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또는 그들 스스로 움직이면서 마치 유랑민처럼 예술적 고행을 해나가고 있다.
동양적 정서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이러한 현대미술 이벤트들 중 특히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이런 행사들은 글로벌화되는 지구촌 미술문화의 정체성과 수많은 논쟁들 속에서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한국 현대미술의 내면을 이해하고 방향 제시를 할 수 있는 좋은 가시적 예라고 볼 수 있었다.
신진작가 발굴, 비평가 등용, 유럽전역의 문화 예술적 네트워크 구축을 목적으로 개최된 마니페스타와 동시대의 미술, 정치, 사회에 대한 쟁점들을 주제로 많은 워크샵과 개최중인 전시를 묶어 하나의 흐름을 구성한 카셀 도큐멘타는 그런 점에서 차별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아티스트와 관람객 사이의 의사소통의 접근을 통한 상호간의 동화를 통해 현대미술의 담론과 미의식을 공유하고 함께하는 이벤트의 장이 되는 것이 마니페스타와 도큐멘타의 목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글에서는 올 여름 독일에서 개최된 국제 미술행사인 《마니페스타Ⅳ》와 《카셀도큐멘타ⅩⅠ》의 일반적 내용과 특성, 각 전시의 취지에 관해 살펴보았으며 20세기 후반에 들어 활발하게 열리고 있는 국제미술제의 다양한 변화 속에서 바람직하고 올바른 정체성을 확보하며 독자적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미술문화의 정책적 대안으로서 이 행사를 비교 관찰해 보았다.
따라서 미술전람회라는 문화적 명분을 뛰어 넘어 국가적, 사회적, 물질적 권력화되는 서구 미술 행사의 실상을 통해 우리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분석해 보고 향후 나아갈 한국화단의 방향을 진단해 보는 것은 어쩌면 이번 연구조사의 목적을 떠나 당연한 결론인지도 모른다.
올해 해외미술 정보조사라는 조사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독일과 네덜란드의 미술계를 돌아보는 동안 필자는 한국의 미술문화 인프라 구축과 활성화 정책의 실현은 범국가적 지원과 특히 자발적인 시민과 일반 대중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나름대로의 한계를 느꼈다.
그점은 어느 곳에 가든 전시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 중 많은 층이 노인들과 어린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점과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았더라도 기존의 시설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재생하고 있다는 점, 또한 풍부한 후원사와 협찬사의 지원을 보면서 경원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비록 한국 작가들이 이번 《카셀도큐멘타ⅩⅠ》에 한 명도 참여하지 못한 점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현대미술 또한 오늘날 국제적 현대미술에 대한 흐름과 시각을 새롭게 인식하고 그 바탕이 되고 있는 힘과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동시에, 현대미술의 중심부로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자세를 지닌다면 우리 미술계 또한 언제까지나 세계 화단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며 그 전망 또한 어둡지 않을 것으로 기대를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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