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주의 연구 - 들뢰즈와 가타리를 중심으로

류한승(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I. 서론 II. 본론
  1.욕망하는 기계
  2.기관없는신체
  3.유목민과 탈주
Ⅲ. 결론
  * 참고문헌

I. 서론

최근 언론과 문화계에서는 우리시대를 해석하는 하나의 문화코드로 ‘유목주의’를 말하고 있다. 작년 대선 과정에서의 ‘노사모’, 월드컵 때의 ‘붉은악마’, 미군 장갑차 희생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 등을 하나의 ‘노마드’ 운동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더불어 휴대폰과 노트북 등 디지털 통신장비에 힘입어 이동하면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는 신 인류를 ‘디지털 노마드족’이라 칭하고 있으며, 심지어 자신의 뜻에 따라 직업을 자유롭게 바꾸고 개척하는 사람을 ‘잡노마드족’이라 부르고 있다.

유목을 언급할 때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 군둘라 엥리슈(Gundula Englisch)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프랑스의 질 들뢰즈(1925-1995, 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1930-1992, Felix Guattari)가 실질적으로 유목주의를 철학적·사회학적으로 심도 있게 연구·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위의 현상을 들뢰즈와 가타리가 주장하는 유목주의와 동일한 맥락으로 보기에는 큰 무리가 따르지만, 노마드족이 기존의 체계와 제도를 탈피하여 새로운 가치와 영역을 찾아다닌다는 것과 컴퓨터 네트워크를 이용한 리좀적인 망상조직의 형태를 보인다는 점에서 유목주의 맥락으로 이해되는 것으로 보인다.1)

우리나라 미술계에 있어 들뢰즈와 가타리의 사상이 비로소 대중성을 갖게 되었던 주요한 계기는 ‘지구의 여백’이란 주제를 가졌던 제2회 광주 비엔날레와 로댕갤러리에서 개최된 ≪나의 집은 너의 집, 너의 집은 나의 집≫전 등을 통해서이다. 이후 여러 이론가들과 작가들이 이들의 이론을 활용하여 직·간접적으로 새로운 비평과 창작에 착수하였고, 우리는 미술잡지, 전시서평, 작가론에서 노마드, 유목, 탈영토화, 소수자, 되기, 리좀, 탈주, 욕망하는 회화 등과 같은 이들 고유의 용어와 자주 마주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최근 유목주의로 대표되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철학·사회사상이 미술을 비롯한 문화전반에 많이 응용되는 추세이다. 오늘날 이들의 이론이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 주목할만한 것은 체계화, 표준화, 제도화를 추구하는 주류에 대한 공격성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공격은 파괴 혹은 부정을 의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대안의 제시가 이들의 궁극적 목표이다.2)

또한 욕망, 무의식 등 미시적 흐름을 주목함으로써 코드화되지 않는 인간 본연의 내재된 힘을 재조명하고 나아가 사회에 있어 억압받고 열등한 것으로 여겨지던 소수적인 것을 재발견함으로써 중심이 분산된 다원주의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철학을 이해하고 하나로 정리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작업일 수도 있다. 더욱이 비전공자가 이들 사상을 다룬다는 것은 무모한 모험이지만, 본고는 이들 논의의 가장 기초적이고 특징적인 것만을 살펴봄으로써 최근 거론되는 유목주의와 그와 관련된 논쟁들을 재점검할 수 있는 하나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1) ‘유목(nomad)’이란 용어에 대해 본고에서는, 좁은 의미에서 이들이 『천의 고원』 12장에서 다루는 유목민 연구는 ‘유목론(nomadology)’이라 지칭하였으며, 넓은 의미에서 이들 철학의 특징을 대변할 때는 ‘유목주의(nomadism)’라는 용어를 선택하여 사용하였다.
2)들뢰즈의 초기 저술은 언제나 일면에서는 파괴, 일면에서는 건설이라는 비판의 형태를 띤다.(마이클 하트, 이성민·서창현 역, 『들뢰즈의 철학사상』, 갈무리, 1996, p.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