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Ⅲ. 결론
들뢰즈와 가타리의 철학사상에는 기관 없는 신체/기관화, 탈영토화/(재)영토화, 탈코드화/(재)코드화, 탈지층화/지층화 등 크게 두 개의 축이 있다. 전자와 후자의 개념을 구분하는 요소는 바로 욕망이다. 여기서 욕망 개념은 결여로서의 욕망이 아닌 생산으로서의 욕망이며, 니체의 용어로는 ‘권력의지’이며, 스피노자의 용어로는 ‘코나투스’에 가까운 개념이다.
욕망에 의해 강렬도의 분포가 변화하고 그에 따라 어떤 기관(영토)이 형성되기도 하고 기관 없는 신체(탈영토화)가 되기도 한다. 이것이 대략적인 들뢰즈와 가타리 사상의 얼개이다.
다음 단계로 이들은 위의 기본 틀을 실질적으로 예증하기 위해, 다양한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현상 및 사건을 유형적으로 분석한다. 『안티-외디푸스』에서는 원시사회/전제주의/자본주의 분석과 정신분열증/편집증 연구가 진행되었고, 『카프카』에서는 문학의 예를 빌어 설명했으며, 『천의 고원』에서는 정치학, 언어학, 음악, 미술뿐만 아니라 유목민의 전쟁기계라는 생경한 개념까지 동원하여 여러 현상의 질적 차이를 구분하였다. 이에 따라 들뢰즈와 가타리의 유목주의가 보여주는 특징은 다음과 같이 대략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모든 것을 움직이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욕망을 상정하고, 그것을 생성, 생산, 창조 등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힘으로 파악한다는 것이다. 즉 이들은 결핍, 결여, 부정을 모른다.
둘째, 기관화를 경계한다는 것이다. 즉 사회의 고정적인 가치, 체계, 질서 등을 거부하는 것이며, 지배세력의 획일적이고 억압적인 권력에 반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개인의 자유로운 분자적 흐름을 중요시하며 사회의 다원화 경향을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이론이다.
셋째, 탈주가 중시된다. 탈주는 현실도피가 아닌 현실을 변화시키는 창조적인 생성능력이다. 사회를 탈주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사고와 가치를 생산하여 차이와 복수성을 긍정하고 나아가 그 사회를 보다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다.
넷째, 탈주선은 고유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탈주선은 지배권력에 의해 재영토화되어 차단되고 소멸될 수 있으며, 더불어 긍정적인 생성능력이 고갈될 경우 부정적인 죽음의 선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점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철학은 열린 체계로 그 안에는 풍부한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본고는 결과적으로 이들 사상의 드넓은 바다를 단지 하나의 협소한 시점으로 재단하고 동결시켰다는 점에서 이들의 방향과는 반대로 진행되었다는 한계가 역설적으로 지적될 수 있다. 또한 우리 시대에 문화 현상 이해에 있어서 유목주의를 직접적으로 적용시키지 못한 점은 또 하나의 부족한 점이며 후일의 과제로 남겨두어야 할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