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획 방법론

안소연(학예연구관)

Ⅰ. 머릿말

Ⅱ. 전시회의 기획
     1. 자료조사 및 연구
     2. 전시회 개념설정
     3. 개최 타당성 검토 및 예비조사		 Ⅲ. 전시회의 추진

Ⅳ. 맺음말

하나의 전시회를 완성시키는데 있어서, 기획단계의 일만큼 중요하면서도 일반화 하기 어려운 작업도 드물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재료를 통해 작품으로 구체화되기 이 전에 정립되어야하는 예술가의 작품구상과 마찬가지로 전시 담당자가 그가 속한 미 술관의 정신적, 물질적 조건을 전제로 하여 그의 예술적 관점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모범이 될 만한 좋은 기획의 예를 제시하기 보다 그러한 기획에 접 근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요건들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1. 자료조사 및 연구

전시에 관한 아이디어를 완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전에 다양한 자료와 정보의 구비를 전제로 한다. 전시기획의 주체인 큐레이터의 업무 가운데 자료조사와 연구 가 항상 제1의 선행과제로 거론되는 것도, 미술관 소속 기구 가운데서 자료실의 확 충과 자료 정보교환의 업무가 중요시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좋은 전시회의 기획 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자료의 조사와 연구는 우선 미술사를 비롯하여 현 미술계 동향과 관련된 도서 및 잡지, 카탈로그, 팜플렛 등 인쇄물을 통해 일차적으로 행해질 수 있다 이는 큐레이 터의 자질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가운데, 미술사교육을 기본으로 여기는 외국의 실 례를 통해 확인될 수 있는 사실이다.

아직까지 우리 나라 에서는 큐레이터를 위한 정식학과나 교과과정이 수립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지만, 큐레이터 양성에 하나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프랑스의 미술관학 교 Ecole du Louvre 의 경우를 보면 3년간의 미술사학 과정과 1년간의 미술관학 과 정 그리고 1년 6개월간의 미술관 실습과정이 교과목으로 제정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술관학교 출신이 아닌 경우, 정규대학 미술사학과 전공생에 한하여 Ecole du Louvre에서의 3년간 미술사학 이수생과 동등한 자격을 인정하여 주는 것 을 보더라도, 미술사가 큐레이터의 기본소양을 위해 그 어느 학과목보다도 우선적 으로 습득하여야 할 과목임을 알 수 있다.

교과과정을 통한 미술사 지식의 습득이외에 신간잡지를 비롯, 전시 카탈로그나 팜플렛 등에도 늘 첨예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것은 역사로 기록되기 이전 단계의 사실들과 최신 정보를 수집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쇄물을 통한 자료의 조사와 연구가 가장 손쉽게 그리고 기본적으로 행해질 수 있는 과정이기는 하나, 우리는 많은 경우, 그것이 실제작품을 통해 얻는 직접적인 정보와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곤 한다.

인쇄물을 통한 정보란 큐레이터의 눈 에 의거한 직접적인 인식의 결과가 아니라, 타인의 감식에 의한 의견기술로서 간접 적인 정보의 수준에 머무르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그 정보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자 신의 감성과 의견을 유보한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반드시 실물을 통해 스스로의 감 식력을 키우고 의견을 수립해나가야 할 것이다.

많은 경우, 우리는 실제작품을 대할 때 작가의 상상력이나 아이디어, 감성등과 직접 교류하는 경우보다. 이미 입력된 문 자정보를 피상적으로 확인하며 지나치는 경우가 자주 있어왔다. 이는 반드시 지양 해야할 태도가 아닌가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품을 실제로 많이 접할 것이며, 한 점의 작품이라도 몇시간 혹은 몇일 동안 반복해서 바라보고 관찰하는 자세가 요구 된다. 가능하다면 작품의 사진을 직접 찍거나 스케치해보고 그 크기를 재고 특성을 기록해감으로써 자신의 내부에 실물을 통한 작품의 정보를 많이 축적해 두는 일이 필요하다.

자료의 조사, 연구를 위한 또 다른 방법중의 하나로는 작가나 작품소장자, 미술 계 종사자들과의 접촉을 통해서 살아있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일이 있다. 그렇 게 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추가정보(작품상태나 작품가격등)를 입수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특히 후자의 정보는 상설전시를 위해 작품을 구입해야 하는 경우는 물론이 거니와 단기간의 기획전시를 위해서도 반드시 입수해야할 정보에 속한다.

기획전시 를 추진함에 있어서 작품이 전시장에 반입되고 반출될 때 반드시 상태조사서를 작 성해야 한다든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보험에 가입할 경우, 위의 정보는 실제로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자료의 조사, 연구과정중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이면서도 실행에 옮기기가 까다로운 일 중의 하나로 우리는 미술작품의 소재(所在)를 파악하는 업무를 들 수 있다. 비록 풍부한 미술사적 지식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훌륭한 전시기획 안을 마련했다 할지라도, 그 전시안을 충족시켜줄 작품이 누구에게 어느 곳에 소장 되어 있는지를 알 수 없다면, 그리고 그 작품을 대여해 올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면, 그 전시 기획안은 실현 불가능한 하나의 안(案)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술품의 소재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먼저 생존작가의 경우는 작가와의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서 정보를 입수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전문 소장자나 판매인과의 접촉을 통해서 정보를 수집해 나가는 방법을 생각 해 볼 수 있다.

소장자에 따라서는 자신의 소장품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여 정보제공을 주저하거나 작품대여를 불허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는데 작품이 공개 됨으로써 가능한 문화차원에서의 사회적 기여라든가 그 행위의 미술사적 중요성을 인 식시켜 협조를 구하는 방법도 미술관이나 큐레이터가 수행해야할 섬세한 부분에서의 임무가 아닌가 한다. 개인소장의 작품이 기획전에 출품될 경우, 소장자의 청에 의하 여 소장처를 밝히거나 또는 비밀에 붙이는 것을 사전에 협의하는 것도 대여를 유도하 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장품을 대여할 경우에 대여료를 지불 하는 경우도 간흑 있지만, 대부분은 대여료없이 작품의 상태보존에 대한 엄격한 협의 를 거치는 경우가 태반이므로 그에 상응하도록 보험가입과 전문 보존과학자에게 작품 상태보존을 의뢰하는 등의 적절한 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작품의 소재지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는 소장자가 작품과 미술관을 연결시키는 방법을 모르고 있거나, 그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작품을 사장시킴으로써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불행한 경우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 평소에 도 미술관은 정기적이고 조직적인 조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해 나가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큐레이터 각자는 물론이거니와 미술관의 회원들을 활용한 지역 내 조사활동 또는 수시로 접수되는 미술품 소재관련 정보를 수집하여 자료 화일을 만들어 정리함으로써 필요한 때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