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와 미술관의 사회적 기능

최태만(학예연구사)

Ⅰ. 현댸사회의 문화적 징후들
Ⅱ. 미술관의 역사
Ⅲ. 미술관학의 역사와 이념		 Ⅳ. 문화적 참여제도:개방적 미술관의 요청
Ⅴ. 미술관문화 정립의 몇 가지 조건들
Ⅵ. 문화발전론에서 본 국립현대미술관과 미술관의미래
Ⅰ.현대사회의 문화적 징후들

현대사회에서 미술관이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위치와 역할에 대한 논의는 교육기회의 확대와 여가기회의 증대에 따라 새롭게 대두된 관중들 즉 실질적인 문화소비 자라고 할 수 있는 대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기술의 급속한 발 전과 그 영향력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매스 미디어 등에 의해 이 시대의 대중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맡은 문화정보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이다.

출판기술의 발달이 낳은 각종 출판물의 대량생산과 대량보급은 파피루스나 양피지에 필사(筆寫)하던 시대만 하더라도 제한된 엘리트들의 독점물이었던 지식의 매개체로서의 문자와 도서가 정보와 의사를 전달하고 소통시키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 되도록 만들었으며, 더 나아가 지식의 전문화, 세분화, 고도화 현상은 대중 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킴은 물론 교양의 축적에 중요한 공헌을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인쇄술의 발달이나 도서의 급속한 보급이 가져온 삶의 변화를 훨씬 능 가하는 새로운 변화의 시대 속에 살고 있다. 과거 문자가 담당했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시각매체들이 고도로 발달한 응용과학의 하이테크 놀로지에 의해 대중의 문화적 취향을 '읽는 것'으로부터 '보는 것'으로 바꾸어 놓 았음을 우리는 주변에서-우리 자신의 모습과 행동방식, 사고의 패턴에서-쉽게 발 견할 수 있는 것이다.

매일 일상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매스 미디어의 각종 정보와 광고의 홍수가 대중들의 삶자체를 인스턴트화된 정보들의 집적 속에 자신의 일상을 의탁하도륵 강요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대중들은 이제 고급스런 장정의 화집 속에서나 볼 수 있던 명작을 상업광고의 짜릿한 카피와 부드러운 선율이 조화를 이루는 영상 속에서 주마간산식으로 흘려보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뉴스)를 통해 미술품의 표절시비에 따른 가장 신속한 정보를 생생한 영상과 함께 입수할 수 있고, (문화가산책)식의 문화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바로 며칠 전에 이루어 졌던 최첨단의 예술활동 기록을 사회자의 자상한 소개와 방송국 스튜디오에 초청된 예술가의 직접적인 진술이나 평론가의 섬세한 해설을 통해 목격(감상)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행기회의 확산은 책이나 매스컴을 통해 불안하게 대리체험해 왔던 명작을 현장에 가서 직접 확인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종류의 단편적인 사례를 보더라 도 현대사회는 과연 '문화의 폭발적인 수요와 공급'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이다.

문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의 중대와 더불어 문화중개기구 또한 활발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미술관, 도서관, 공연장 등의 문화촉매기구의 설립 을 포함하여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산하에 문화발전연구소를 개설하여 문화촉매 활동 가를 양성할 목적의 단기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시행한 것이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 루어진 것이다.

나아가 기왕에 시행중이던 '박물관법'을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 으로 개정, 시행하고 있는 것도 미술계 내의 오랜 요구를 수렴한 측면도 있지만 그 것보다 점증하는 대중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한다는 이념적 전제가 깔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의 문화정책 혹은 전략을 반영하고 있는 이 새로운 법령의 제 1조 목적조문을 보면 미술관의 목적 및 사회적 기능에 있어서 미술품의 수집, 보 존, 전시, 조사연구 뿐만 아니라 일반공중의 문화교육에 이바지하여야 한다는 것에 대해 명시해 놓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이러한 선 언적 규정은 1971년에 개정된 유네스코 산하 비정부간조직인 국제박물관협회 (ICOM)의 정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바 현대사회에서 미술관이 추구해야 할 사회 교육적 방향에 대해 제시해 주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미술관은 값나가는 미술품의 수장고로서, 심지어 '명작의 무덤'으로 불려질 만큼 수집 및 보존기능에 일차적인 목적을 두어 왔다. 그러나 대중들의 문화 참여기회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수집과 보 존이란 맥락에서 뿐만 아니라 미술문화의 전파 및 공유란 차원에서 미술관의 개념 을 포함한 활동이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글을 통해 필자는 미술관의 바람직한 위상정립과 방향의 설정을 위해 그 동안 인류가 기울여왔던 노력과 사례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현대사회에 있어서 미 술관의 기능이 무엇인가를 규명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