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소고(小考) - 이중섭의 작품에 나타난 전통성을중심으로 -

이용우(고려대학교 교수, 미술평론가)


Ⅰ. 머릿말
Ⅱ. 李仲燮의 生涯
Ⅲ. 이중섭 화풍의 淵凜
Ⅳ. 이중섭의 작품세계
Ⅴ.맺음말

Ⅰ.머릿말

식민지시대나 전쟁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어떠한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는가 하는 것은 비단 예술가들에게만 한정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유독 그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나갔는가 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는 예술가라는 집단이 담당하고 있는 정신적, 문화적인 위치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기대가 크고, 그 기대가 큰 만큼 이에 대한 보상 심리도 비례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기대를 완벽하리만큼 채워준 작가가 드물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李仲燮이라는 작가에 대해 더욱 큰 의미와 비중을 두어 그를 마치 시대의 犧牲羊인 것처럼 偶像化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생애, 우리에게 남겨진 그에 관한 수 많은 逸話는 李仲燮을 奇入으로 만들고 그의 짧은 생애를 神話 化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의 생애에 대한 逸話性을 강조하는 것이 그의 작 품세계론 평가하는데 끼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李仲燮의 작품연구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남긴 작품이 越南이후의 것으로 8절 지 정도의 크기도 안되는 소품들 뿐이라는 점이다. 물론 작가의 역량이 작품의 크기에 따라 좌 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표작으로 꼽을만한 대작이 존재하지 않는 이러한 경 우, 그에 대한 화풍의 완결된 특성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작가 자신이 훗날 대작을 그리기 위한 밑그림으로 생각했던 습작들까지 그의 명성에 힘입어 정식 작품으로 취급 되는 것도 그의 정당한 평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李仲燮은 자신의 작품이 부족하다는 생각 을 계속하고 있었으며, 이는 그가 자신의 작품이 팔릴 때 보여주었던 반응을 통해서 알 수 있 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李仲燮이 진정 한국적인 전통을 자신의 작품세계에 구현했던 작가였는 가 하는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 전통성이 구현되어 있다면, 그것이 어떤 한 형태로 나타나는가를 살펴 보려고 한다.

전통의 단절은 한국현대회화에 있어서 가장 큰 문 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이며, 이로 인해 전통의 계숭이라는 문제는 작품판단의 중요 한 요소로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전통을 강조하느라 우리는 素材主義에 빠진 작품 을 전통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誤謬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이중섭의 작품에 접근해야 할 것인가? 우선 李仲燮이 그의 회화 수업기에 어떤 화풍의 그림을 제작했는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이중섭이 문화학원을 다닐 때 그의 화풍에는 루오(Georges Rouault)의 영향 보였다고 한다.

과연 그러한가. 그렇다면 그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또 그 영향은 언제까지 보이는가등의 문제를 직접 그의 작품을 살 펴봄으로써 확인해 보고자 한다. 또한 이중섭의 사승관계를 살며 보아야 할 것이다. 일본에 가기 전이나, 일본에서 그가 어떤 스승 밑에서 공부를 하였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그의 작품 이해에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