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Ⅳ. 작품 분석
27)
구조적 형식으로서 평면과 반복행위를 통한 동양적 정신성으로의 접근을 정상화는 일련의 <무제> 시리즈를 통해 일관되게 시도되고 있다. 그는 끈적끈적한 물질적 체온이 완전히 탈각된 모노톤에 의한 전면 회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대단히 풍부한 느낌의 세부 묘사에 의하여 완성되어 있으며 이는 화면 전체에 씨줄과 날줄을 불규칙하게 긋고 거기에서 생겨난 많은 단위의 사각형들을 부분적으로 떼어내고 이 위에 다시 칠하고 또 다른 부분을 떼어내고 역시 다른 칠을 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미묘한 요철의 평면에 도달하도록 하고 있다.
바탕 위에 덧발라진 질감 대한 집착을 통해 불규칙하게 그은 선에서 발생한 수많은 사각형들을 덧칠하고 지우는 반복 행위를 통하여 화면의 질감의 물질성을 화면에서 제거하고 물질이 아닌 그 무엇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김기린은 같은 시기에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안과 밖>시리즈 등을 발표하였다.
그는 70년대 중반부터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모노톤의 검은 그림들을 발표하였는데 검은 그림은 검은 안료 위에 다시 검은 안료를 덮어가는 수십 번의 반복 행위를 통해 완성시켜 나간 것으로 이를 통해 그는 물질성을 소거시켜 검은 바탕이면서 결코 검은 마티에르로서의 색이 아닌 세계에 도달하고자 하였다.
특히 4점의 시리즈로 완성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서는 한지를 수십 번 발라 올림으로써 마침내 한지가 지니고 있는 물질성이 제거된 채 투명한 정신 공간을 열어보이고자 했다. 그는 반복된 덧칠로 이루어진 창호지 문틀의 형상들에서 동양의 정신적 경지에 도달하고자 했던 것이다.
최병소의 <무제>의 경우에도 신문지 위에 검은 먹을 처리하고 이 위에다 반복되는 연필 긋기를 시도하여 신문지가 무수한 연필 긋기의 행위에 의해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상태에 까지 이르러서야 작품을 완성시키고 있다. 그는 무수한 연필 긋기를 통해 본래의 신문지의 역할은 사라지고 반복된 행위를 통해 새로운 형상의 세계를 열어갔다고 할 수 있다. 이정지의 경우에는 나이프를 통한 화면의 물감 덧바르기를 통해 매체의 속성을 탐구해나간 작가라 할 수 있다.
반복된 덧바르기와 칠하기를 통하여 일필에 그어진 정신성을 추구했다. 윤명로는 73년도를 전후해서 <크랙(균열)> 시리즈를 판화에서 힌트를 얻어 회화에 도입하였다. 그는 이를 “있는 것과 있으려는 것과의 관계에 질서 지워진 또 하나의 리얼리티”라고 스스로 정의 내렸다.
‘있는 것’은 ‘물질’이고 ‘있으려는 것’은 ‘의지’다.”28)라는 말을 통하여 그가 진행하였던 두꺼운 물감 칠을 통한 의도적인 균열을 화면에 가득히 채우고 이를 통하여 순수한 평면을 통한 물질과 정신성을 탐닉하였다. 최명영의 경우도 <등식 75-9>등의 작업을 통해 반복행위를 통한 물질의 질감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였다. 그는 물감을 반복적으로 칠한 후 손가락으로 이를 지워나감으로서 그 흔적을 남기기나 두텁게 칠해진 화면을 페이퍼로 문지름으로서 물질의 속성을 고민해 나갔다.
또한 <백색 79-61>등의 작품에서는 캔버스에 유화물감을 반복하여 덧칠해 나가는 작업을 통하여 나중에는 종이 화면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전개하였는데 이는 서구적 개념으로서의 물질보다는 동양적 개념에서의 정신 사유의 결과로 화면의 본질적인 개념을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
윤형근의 경우에도 생지의 바탕의 한 귀퉁이, 캔버스 좌우의 끝 부분만을 일정한 반복의 칠을 더해 감으로써 안료의 번짐이 안쪽의 생지로 침투해 가면서 생겨나는 독특한 구조로써 작품을 완성시키고 있다.
그러니까 반복되는 덧칠에 의해 생겨난 번짐은 아주 미묘한 몇 단계의 톤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때, 그의 화면은 생지의 바탕과 안료의 접합이 이루어 놓은 미묘한 느낌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반복되는 덧칠과 행위에 의해 동양적 정신세계를 추구한 작가들이다.
반면 바탕으로서 캔버스의 구조를 반복되는 행위와 일루젼등으로 파악하여 물질의 본질적 속성과 근원을 파악하고자 한 작가들도 있었다.
하종현은 <접합>시리즈를 통해 당시 그의 관심사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는 마대와 물감의 행위가 융화된 상태, 그것은 작가가 말하고 있듯 물질이면서 동시에 물질이 아닌 세계, 마대이면서 색이기도 하고 색이면서 마대이기도 한 세계, 여기는 안료와 질료와 마대란 소재, 그리고 이를 접합시키는 행위가 일체화됨으로써 그 어느 것도 아닌 새로운 개념의 작품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는 표현 수단으로서 색이 하나의 물성으로서 생생하게 자기 발언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상황을 만들고자 하였다. 마대를 이용한 작업의 경우 올이 성긴 마대 뒤에서 물감을 밀어냄으로써 마대와 물감이 임의의 표정을 갖게 되고 작가는 이것들이 서로 잘 융합될 수 있도록 뒷받침 해 주었다.
마대를 이용한 접근은 심문섭, 이강소, 신성희, 박장년도 시도하였다. 신문섭은 <현전 76>시리즈를 통하여 캔버스 평면 뒤의 프레임에 형상 자욱을 내는 일련의 작품을 시도하였다. 1975년 파리 비엔날레에 출품하기도 한 이 작품들은 물감의 운동성, 시간성을 실험하던 중 물질에 더 관심을 가져감으로서 천, 종이 등 물질 속에 감추어진 속성을 드러내고자 시도한 작품들이다.
조각가로서 그는 사각 틀 속에서만 형성된 회화의 구조를 ‘닳는다’라는 유사 형식을 연출함으로서 시간을 미리 당겨서 물질의 속성을 보여주려 시도한 것이다. 인위적인 활동을 통하여 캔버스의 물성을 보여주고자 한 노력은 이강소의 경우에도 <무제 1975>를 통해 선보이는데 그 역시 캔버스 평면을 한올씩 빠뜨리는 작업 등을 통해 캔버스의 속성을 드러내 보이고자 하였다. 신성희는 그려진 화면과 그리지 않고 남겨둔 화면을 통하여 비교에 의한 속성파악에 주력하였다.
은 전체 화면을 추상으로 표현하되 캔버스의 일부분을 의도적으로 남겨두어 허상과 실상으로서 캔버스의 속성을 선명하게 비교하여 보여준다. 박장년의 경우는 바탕으로서 캔버스를 일루젼을 이용하여 감추어진 속성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화면의 바탕으로서 존재하는 마대 캔버스의 숨겨진 기능을 화면위에 그려나감으로서 관람자는 존재 가능한 마대의 여러 가지 형상들을 가늠해 보게 된다.
당시 물성에 대한 연구는 한지에까지 확장되기도 하였다. 권영우는 일련의 <무제>시리즈를 통해 한지를 이용한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는 캔버스에 한지를 발라 올리고 한지 위에 칼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일정한 흠집을 내거나 일정한 칼자국을 내거나 부분적으로 찢거나 해서 작품을 완성시켰다.
대단히 단조로운 행위와 절제된 소재(재료)의 접합이 이루어질 뿐인 그의 작품에서 바탕과 행위의 극도로 긴장된 접합의 단계를 읽을 수 있는데 그는 이를 통하여 한지라는 바탕과 그 위에 가해진 행위의 고른 숨결의 접합을 통하여 물성을 탐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지는 정창섭의 주요 매체이기도 하다.
그는 <귀>시리즈를 통하여 한지와 매체의 혼합을 통하여 속성을 탐구하고 이를 드러내는 작업을 꾸준히 발표하였다. 한영섭의 경우에는 70년대에는 탁본 작업을 통해 여러 가지 매체를 실험해 오다 한지의 특성을 살리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는 요철지로 배접하고 테이프를 이용하여 유화물감을 바름으로써 종이의 특성과 유화의 기름 성분을 이용한 독특한 작품세계를 일구어 냈다.
윤미란의 경우도 한지와 실을 이용한 손작업의 반복을 통하여 평면회화의 특성을 나타낸 경우로 바탕에 발려진 종이와 실의 관계, 실을 뜯어내는 행위와 남겨진 종이가 만들어 내는 형상 등으로 모노크롬의 맥을 이어나갔다.
또 다른 미술가들은 캔버스 바탕에 순수한 호흡의 일체화를 통해 무위의 경지를 추구하기도 하였다. 박서보는 <묘법> 시리즈를 통해 화면에 일정한 반복의 손의 작동, 드로잉을 시도해 나간다. 그러한 행위는 화면에 균질한 호흡에 의해 완성되고 있으며 화면은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장으로써 유동하는 리듬과 드로잉에서 일어나는 바탕과의 침투현상을 미묘하게 담아낸다.
행위는 행위의 방식을 드러내지 않으며 표면은 또 표면으로서의 어떤 표정을 의도하지 않는 중간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그의 작품에서 그는 “이미지의 표현이 하나의 환상에 불과한 것만은 너무도 자명하다. 탈 이미지 또는 탈 표현을 강조하는 까닭은 행위의 무목적성을 통해 행위 그 자체에 살고자 함이며 이 무위 순수한 행위 속에서 크나큰 해방감을 맛보고자 함이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그의 반복적 드로잉의 요소들을 통한 존재감의 발견이라는 주제는 일군의 화가들에 의해서도 발견될 수 있는데 하동철, 최상철, 형진식, 이건용, 이완호 등이 그들이다. 하동철의 경우에는 반복적인 패턴으로서 그의 맥박을 일정한 신호음으로 화면에 그어 나가는 작품을 미국에서 선보였다.
한 호흡에 그을 수 있는 맥박의 박동수를 일정한 표식으로 파스텔 물감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에서 우주 속에 한점 존재하는 인간의 생명감을 찾아볼 수 있다. 최상철은 단색의 화면에 테이프를 떼 내는 반복적 행위의 흔적을 남기기도 하였으며 형진식은 캔버스의 틀과 액자의 문제를 최소화시키는 문제에 몰두하면서 그리는 행위만 남겨둔 드로잉 작업 <무제> 시리즈를 시도하였다.
분수처럼 솟아나는 드로잉의 형상을 10호 정도의 작은 캔버스에 반복적으로 담아내서 전시장 벽면에 설치함으로서 캔버스 자체의 반복을 시도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기도 하였다. 팔을 돌리는 곡선과 신체의 한계 속에서 행해지는 드로잉의 반복이라는 개념은 당시 이건용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는 베니어판이나 도화지를 자신의 키만큼 잘라내고 매직펜으로 팔의 뒤로 돌려 반복적으로 드로잉을 시도하였다. 그 후, 신체가 허용하는 일정 단계별로 화면을 잘라내고 팔이 허용하는 선에서 드로잉을 진행하여 총 6단계의 분할 화면에 반복적 드로잉이 만들어지도록 하였다.
이완호는 팔이 허용하는 직선과 그 낙착 지점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드로잉하여 반복적 행위를 통한 몰입의 흔적을 남기기도 하였다. 반면 일정한 형상을 통해 평면에로의 접근을 시도한 작가들도 존재하였다.
이동엽은 ‘물(物)과 정신이 서로 화학 반응하여 자신의 무게로부터 벗어나 상승하듯 공간으로부터 투명해지는 것’이라는 부유하는 존재감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화면 속으로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물 컵 등을 통해 ‘존재의 불안과 형상의 무의미’함을 백색을 통해 나타냈다. 그는 <무상상황>에서 붓질의 시간성, 현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화면 자체에서 생성되어 나오고 귀의하는 구조로 파악하였다.
허황 또한 우연한 기회에 접한 베게의 형상에 집착하여 부유하는 존재를 캔버스 안에 나타내고자 하였다. 서승원과 이승조의 경우는 기하학적 추상의 계보에서 발전하여 비교적 선명한 조형의 기본 어휘인 선, 형태, 색면을 가지면서도 평면화 되어가는 모노크롬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진옥선 또한 뚜껑이 열린 텅빈 작은 상자들을 화면 가득 메우면서 반복적이고 평면화된 화면을 선보이고 있다.
비어있는 상자 구조를 통하여 인간의 실존적인 고민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모노크롬의 계보를 잇고 있다. 이에 반해 김창열의 경우는 물방울이라는 분명한 형상이 등장한다. 그는 물방울이란 주제를 통해 다양한 변주를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물방울>(1979년작)의 경우 화면에 물이 스며들어 얼룩이 형성되어 뚜렷한 형체를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을 당시 제작하였다.
지역작가들의 교류는 당시 미술계의 상당한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김종근의 경우 <적> 시리즈를 통해 그을음을 사용한 평면성과 반복성을 보여주었다. 그는 흙을 덧 입힌 캔버스나 일반 캔버스에 성냥이나 휘발유로 그을음을 만들어 화면에 반복적으로 그 흔적을 보여주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유황에서 나오는 자연발생적 색을 통하여 몰입과 무아의 경지를 선보이고자 했다. 김홍석의 경우는 실을 이용한 경우다. 그는 검은색이나 흰색의 바탕위에 실을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뜨리거나 배치하여 평면과 실의 동질성과 이질성에 관하여 탐구하였다.
홍민표의 경우도 <은하수> 작업을 통해 화면 위에 칠해진 파라핀과 물감의 반발작용을 이용하여 무수히 반복되는 별의 무리와 같은 작품을 창작해냈다. 반면 김응기는 지워나가는 행위를 통한 작업을 시도하였는데 그는 신문의 활자나 이미지를 샌드 페이퍼로 반복적으로 지워나가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는 규칙적으로 이루어진 활자배열을 통해 내용을 전달하는 신문의 주요 기능을 지워나가는 작업을 통해 조형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당시의 억압적인 현실에 대한 작가의 비판의식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김용익의 경우는 천을 이용하여 평면과 반복의 이미지를 생산해 내었는데 그는 천을 전시장 벽면에 설치하고 그 위에 흑연을 칠하여 주름의 일루젼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평면화한 모노크롬의 입체적 경향까지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김장섭의 <사물화한 회화>는 한지를 한겹 한겹 쌓아 모르타르를 칠해 두께를 만든 후 바닥에 늘어놓은 작품으로서 여기에서 한지는 평면-회화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들이 서로 모여 물질화하여 회화와 조각의 중간 영역에 위치하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1970년대를 언급하면 곽인식과 이우환 그리고 일본의 모노파가 당시 한국현대미술에 미친 영향과 그 정도를 되짚지 않을 수가 없다.29) 이우환의 작품 <선으로부터>는 흰 캔버스 바탕에 파란 색선들을 위에서부터 길게 내려 그어가면서 그 흔적을 담은 것이다. 단조로운 화면구성과 단색의 색채는 담백한 동양적 미의 세계를 보여준다.
여기에서 선들은 하나로 완성된 개체라기보다는 전체적인 조화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존재이며 그 관계는 운율적이다. 굵기와 형태가 거의 동일한 선들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선명한 푸른색은 밑으로 내려가면서 점차 그 자취가 사라지면서 희미해진다. 이러한 선은 결과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내재된 본질적인 의미를 부각시킨다.
이 작품의 근본적 요소인 선은 동양적인 기(氣)와 생명력의 근본이자 출발점이 되고, 따라서 그림은 마음을 비우고 선을 긋는 일회적인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무위의 자연 상태에 가까워지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곽인식은 ‘작품’ 시리즈에 색채와 광선, 먹을 도입하였다.
점의 투명성 때문에 붓자국 자체는 점을 둘러싼 텅 빈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각각의 먹의 농담과 색은 물질적인 속성에서 벗어나 빛으로의 전환을 나타낸다. 또한 <사물과 사물>은 1975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바탕을 이루는 형태는 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은 비회화적인 형태로 사물의 일종인 ‘종이와 자신의 일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에게 자연의 섭리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둥근 형태는 인간의 감정과 감각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상징하며 한국적 공간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우환은 당시 한국의 현대미술을 일본에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것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그의 작품과 활동은 젊은 작가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양식적으로 모노파와 한국의 모노크롬을 수직적으로 연결 지운다는 것은 전혀 다른 종(種)을 몇가지 외부적 닮은 사항만으로 같은 종으로 편입시키는 것과 같은 무리가 따른다.30)
미니멀한 사고유형이란 부분에서는 서로 유사한 외형을 찾을 수는 있으나 철저한 물성에 대한 자각에서 출발하는 모노파와 종내는 정서의 회귀성을 지니고 있는 모노크롬은 서로 다르게 이해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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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오광수, 「70년대 한국미술이 비물질화 경향」, 『에꼴 드 서울 20년·모노크롬 20년』, 서보문화재단, 1995
그는 이 글에서 크게 다섯 가지로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첫째, 반복되는 덧칠과 행위에 의해 표면을 무화의 구조로 환원시키는 양식
둘째, 표면의 마티에르의 구조에 의해 포화시킴으로써 중성화에 이른 경우
셋째, 바탕자체와 마티에르를 일체화시킴으로써 무화된 구조를 보이는 경우
넷째, 바탕과 행위룰 순수한 호흡의 일체화로 정신과 물질의 침투현상으로 지속해 보인 경우
다섯째, 바탕자체가 일루저니즘으로 귀속됨으로써 부단히 제로지점으로 접근하는 경우
28) 윤명로, 「‘있는 것’과 ‘있으려는 것’의 관계」, 『월간미술』,1996, 3월호, p.59.
29) 모노파(物派)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걸쳐 일본에서 나타난 미술경향을 말한다. ‘모노’는 일본어로 ‘물(物)’, 즉 물건, 물체라는 뜻이며 이 유파는 물체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었다. 그들은 나무, 돌, 점토, 철판, 종이 등의 소재에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직접 제시하였다. 그럼으로써 사물에 근본적인 존재성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였다. 이우환은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참고하여 모노파 작가들의 작업을 ‘그대로의 세계와의 관계’라는 최초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당시 주지주의(主知主義)에서 벗어나, 존재하는 것과의 직접적인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고 서양 근대 비판을 전면에 내세우며 동양적 사고와 연결시킨 이우환의 사상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도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30) 오광수, 「모노크롬은 이념인가」, 『월간미술』, 1996년, 3월호, pp.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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