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Ⅴ. 마치며
19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중반까지 진행되었던 한국 모노크롬 미술은 미니멀 경향의 국제적 조형성과 더불어서 한국의 독자적 미의식 창조라는 양면적인 과제를 동시에 만족시켰던 미술 양식이다.
형식과 내용에서 성취해낸 독자적 업적에 대한 해석은 한국적 모더니즘의 태동이라는 어휘로 기록되지만 한편으로는 모노크롬 회화의 형식주의 미학은 순수 조형으로서의 예술 내적 조건에만 천착하여 사회적 산물로서의 미술의 기능을 배제하였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들이 지나치게 정리되고 패턴화되는 경향은 민감한 텍스처에의 탐닉과 함께 자기 표현의 억제, 물성(物性) 자체를 드러내 보이는 태도를 보인다는 미학적 입장의 부심에도 불구하고 심하게 다층적인 취약성을 노출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현대미술의 미학적 요체로 남아있다기 보다는 양태화 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 현대미술을 정착 시켰다는데에 70년대의 의미를 둘 수 있다고 할지언정 80년대를 바라보는 미래 지향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70년대 후반을 장식하는 양태, 즉 양태화 되어 감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31)
이는 1970년대의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미술로 평가받아 온 모노크롬 미술이 창작 단계나 해석에서 사회적 차원을 배제했다는 것으로서 그들은 1970년대의 당시의 폭압적인 정치 ·사회의 현실보다는 예술의 내적 조건에 그 기반을 두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80년대 민중미술 진영으로부터 비판받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 이들에 대하여 ‘오히려 억압된 사회 구조 속에서 화가들은 현실에 대한 욕구와 미련 대신 자기 해체와 동시에 자연의 순리로 돌아가고자 했으며 이미지로 대표되는 현실적 사물과 가치를 환상으로 규정하려했다.’32)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복영은 이를 작가들이 억압된 사회분위기를 떠나 근원적인 물성에 해당하는 자연에 귀의했으며 그 속에서 미술로 표현할 수 있는 ‘물성의 자연적 결정체’인 단색 평면을 성취했으며 그것으로 하여금 자연의 권화(權化)라는 지위를 갖게 했고 사회 현실로부터 받은 억압을 도리어 공격하고자 했다33)고 언급한 바 있다.
살펴보았듯이 모노크롬 미술은 여러 가지 비판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서구 조형미학을 수용하되 전통적 정서로서 정신성의 차원을 확보함으로써 그간의 우리 현대미술이 확보하지 못한 주체성과 미학의 세계적 보편성을 동시에 해결했다는 점으로 한국 현대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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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오광수, 「한국 미술의 구조」, 『한국 미술의 현장』, 조선일보사, 1998, p.59 재인용, 장석원의 「오늘의 미술, 오늘의 미학」.
32) 김순희, 같은 책, p.36.
33) 김순희, 같은 책, p.36 재인용, 김복영, 「70년대 단색 평면회화의 기원-그 일원적 표면양식의 해석」, 『월간미술』,19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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