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생명은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진실된 순간을 포착해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진의 생명이고 힘입니다.” 임응식, 『경향신문』 인터뷰, 1982
I. 들어가며
임응식(1912-2001)은 한국 현대사진사의 중심에서 사진의 가치와 위상적립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인물(도판1)이었다. 그가 주도한 ‘생활주의적 사실주의’는 한국 현대사진을 세우는 든든한 뿌리가 되었다. 임응식은 또한, 사진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여 각 대학에 사진과의 독립 신설을 주도하고 이끌었으며, 교육자로서의 삶에도 충실하였다.
일제 강점기에 처음 사진을 접한 임응식의 초기 사진은 인상주의식 풍경사진과 실험적 경향의 사진 등 당시의 사진 경향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었다.
그의 삶과 작품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6.25전쟁의 참전이었다. 이전까지의 모든 생각을 통째로 바꿔 버린 이 사건으로 임응식은 사진이 가진 본질적 요소 즉, 현실에 대한 진실성과 사실성에 대해 재고하여 ‘생활주의적 사실주의’라는 이름을 붙이고 평생에 걸친 작품의 주제로 삼는다.
임응식이 한국 현대사진사에 기여한 또 한가지의 특이한 사건은 1957년 국내 최초의 대규모 국제 사진전인 《인간가족전》을 유치한 일이었다. 당시 30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인파가 감상한 이 전시는 사진도 예술이라는 인식을 일반에 심어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임응식은 198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임응식 회고전》 개최 후 자신의 작품 중 150여 점을 기증하였고, 나머지 작품 또한 미술관에 영구 보존됨으로서 한국 현대 사진 컬렉션 형성에도 크게 기여를 하였다.1) 본 글에서 필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임응식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 사진사의 선구자였던 그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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