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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사진입문-초기사진
임응식은 1912년 11월 11일 부산 대신동 576번지에서 임춘화(林春和)와 김복덕(金卜德)의 4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풍족한 편이었으며 집안 분위기 또한 개화된 편이었다. 그리고 집안에 바이올린 등 악기가 여럿 있는 문화적으로도 대단히 선진한 집안이었다.2)
그가 처음 카메라를 접하게 된 것은 1926년 그의 나이 열 네 살 때의 일이었다. 부민공립보통학교(富民公立普通學校)를 졸업하고 일본의 와세다중학교(早稻田中學校)에 입학할 당시 사업차 만주 등지를 여행했었던 그의 큰형 응룡(應龍)씨가 카메라를 선물한 것이었다.
독일제 어린이용 카메라 ‘박스 텡고르(Box Tengor)’였다. 기본적인 카메라 사용법을 익힌 임응식은 당시의 부유한 집안 자제답게 자신의 집에 현상, 인화 시설을 갖추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다.3) 학창시절 그는 미술과 음악(바이올린)에도 소질을 보였으나, 형과의 경쟁으로 인해 미술을 포기하였고, 그 후 매달린 바이올린은 그의 아내 박갑득(朴甲得)의 성화로 그만두게 된다.
결국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였던 사진을 아내의 동의 하에 자신의 평생의 업으로 삼게된다. 이후 그는 일본인들로 구성된 ‘부산여광사진구락부(釜山黎光寫眞俱樂部)’에 가입하여 도이 에이치(土肥英一), 요시카와 슈지(吉川牧二)로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다.4) 이즈음(1934년)에 그의 작품 <초자(硝子)의 정물(靜物)>이 처음으로 일본의 월간 사진잡지인 『사진살롱』에 입선하여 실리게된다.
임응식은 와세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부산체신공무원양성소에 들어가 6개월 동안 통신 기술을 습득한 후 일본 도시마 체신학교(豊島遞信學校)에서 수학했다. 그는 통신 관계 기술을 생업으로 삼을 작정이었다. 사진가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던 시절의 분위기에서는 예술이 직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의 첫 직장은 자유롭게 사진을 찍기 위해 선택한 강릉 우편국 말단 공무원이었다.5) 임응식은 강릉에서 아마추어 사진가 그룹인 ‘강릉사우회’를 조직하고 활발한 활동을 보이게 된다. 당시 사진단체는 서울이나 지방 할 것 없이 일본인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강릉사우회’는 1935년에 발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37년 제1회 사진전람회를 열었다.
임응식은 이상록과 와타나베, 후카이 등과 함께 이 전람회의 심사위원과 회장으로 활동하였다.6) 이때 그는 ‘전조선사진연맹’ 주관의 《제4, 5회 전조선사진살롱》에 <둑을 가다>(도판2)와 <모자(母子)>를 출품하여 연속 입선하게된다. 강릉에서 4년 동안 근무 후 부산지방 체신국으로 옮겨 6년을 근무하게된다. 이후 해방 전인 1944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에 있는 일본물리탐광주식회사(日本物理探鑛株式會社)에 과학사진 담당요원으로 취직하게된다.7)
당시 일본에서 해방을 맞이한 임응식은 그 때의 벅찬 감정을 나타내기 위해 <작렬(炸裂)>(도판3), <혼란(混亂)>(도판4), <용해(溶解)>(도판5), <소생(蘇生)>(도판6)이라는 4부의 추상적 화면의 사진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제작하고 ‘림스그램(Limsgram)’이라고 명명한다.8)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위의 작품들은 추상표현주의적 화면의 사진으로 제목과의 연관성을 볼 때, 당시 원폭의 위력에 패망한 일본의 모습과 독립의 기쁨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내의 사진이 풍경이나 초상위주의 인상주의풍 경향이 주류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지극히 실험적인 경향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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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임응식, 『임응식회고록-내가 걸어온 한국 사단』, 눈빛, 1999, p.14.
3) 임응식의 아버지는 당시 막내아들의 간청이라면 수염이라도 뽑아줄 정도였으며, 그의 큰형은 임응식의 강력한 지원병이었다고 회고하고있다. 임응식, 위의 책, pp.19-21.
4) 임응식이 부산여광사진구락부에 가입하여 일본인 사진가들에게 지도받은 시기가 1931년 이며 그의 아내와 결혼한 연도는 1932년으로 기록되어있으나, 그의 회고록(위의 책, p.30)에는 아내와의 결혼 후 가입한 것으로 서술되어있어 다소 오류가 있다.
5) 1930-40년 당시 부산은 일본군의 주요 요새였다. 부산의 주요 지역은 군사기밀보호법의 명목으로 보호되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와 검열을 거쳐야 했으며, 이를 무시한 임응식은 유치장까지 붙들려 가게되었다. 이후 강릉 우편국장으로 취임한 친구의 아버지를 따라 강릉 우체국에 취직하게 된다. 임응식, 앞의 책, pp.39-56.
6) 최인진, 『한국사진사(1631-1945)』, 눈빛, 2000, p.265.
7) 임응식, 앞의 책, p.44.
8) 임응식, 위의 책, p.46.
9) 사진이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서 혹은 예술과 문화의 일부로서 모습을 드러냈던 때는 1920년대 이후부터 1945년 사이, 일제 강점기 시절이었다. 1929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정해창이 예술사진을 전시한 것을 비롯하여 박필호, 이해선, 임응식, 정도선 등이 해방 이전까지 예술사진 시대를 개막했으나, ‘예술을 위한 예술’, 즉 현실과 동떨어진 살롱사진에 몰두함으로써 동시대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했다. 진동선, 「현대 사진의 부정과 긍정-한국사진의 회고와 전망」, 『월간미술』, 1999년 12월, pp.9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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