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Ⅲ. 결론
한 작가의 일생과 예술의 성과를 되돌아보는 회고전의 경우, 대부분 그 작가를 미화시키거나 과대평가 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그러나 연정 안상철이 제시하고자 했던 여러 실험적 탐구들은 아직도 많은 해석을 요구될 만큼 미완의 영역에 놓여 있다.
특히 <영>의 시리즈로 나타난 암석과 고목의 반입체 작업이나 오브제 작업들은 그 제작동기에서부터, 제작방법 그리고 그의 조형적 성과 등에 대해 보다 활발한 연구가 요구되는 것이다. <영>의 시리즈는 우리 전통화단에 파란을 일으킨 작품임에 틀림없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안상철의 작업이 너무도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 졌고 이러한 조형 실험을 뒷받침 해줄만한 비평적 토대도 지극히 미약했기 때문이다.20)
그의 작고 10년 만에 <안상철:수묵과 오브제>전을 통해 다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 이 작품들은 다시금 안상철이라는 작가의 선구자적 조형 실험에 대한 미술사적 평가를 필요로 한다.21) 우리 전통회화의 현대성 모색이라는 문제를 다룰 때, 안상철에게서 발아된 한국화에서의 입체운동의 성과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상철에게서 촉발된 한국화에서의 오브제미술은 그의 후학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현대차원회’를 통해 오늘날까지도 계승되고 있기 때문이다. 1974년 《현대화회전》에서 시작된 이모임은 김수길, 이설자, 이왈종, 최영애, 박선희, 현인순, 오현주, 김규현, 성창경, 송수련, 선학균 등을 회원으로 하고 있으며 이미 74년 전시때부터 한국화의 전통화법을 보여주는 대신 순수 추상 작품에서부터 짚, 섬유, 못, 철사 등의 오브제를 붙인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제2회전(1975. 10.18-24)에서 미술평론가 임영방은 이들의 작업에 대해 “재료와의 싸움이고 극복”이며 “물질과 사물을 캔버스에 도입” 하였다고 평하였다.22) ’‘'현대화회’는 1976년에는 그룹 명칭을 바꾸어 《제1회 현대차원전》을 개최한다.23) 현대차원회는 2003년 8월까지 제33회의 회원전을 개최하여 일관된 주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드문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안상철이 “영(靈)”이라 칭한 세월을 초월한 예술적 에너지가 그의 후학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교훈적이다. 안상철의 암석과 고목 등의 오브제에 대한 실험적 양식들은 시류에 휘말리지 않고 독창적 예술세계에 정진하여 얻은 성과임을 조용히 웅변하고 있다.
20)우리나라에서 입체, 설치, 퍼포먼스가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시점을 윤진섭을 비롯한 몇몇 비평가들은 1967년 <청년작가연립전>이 개최되던 시기로 보고 있다. 이 시기에 안상철은 이미 입체 조형작업을 어느 정도 진행시켰던 단계에 있었으나, 그 사실이 연구자들에게 간과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 『공간의 반란 : 한국의 입체·설치·퍼포먼스』, ‘95미술의 해 조직위원회, 1995, pp.14-17
21)국립현대미술관, 안상철: 수묵과오브제, 2003, 삶과 꿈, 서울
22)제2회 현대화회전 카탈로그, 1975
23)1980년 이경성은 제10회 현대차원전에서 이 그룹의 성과를 “자연의 물체가 지니고 있는 소질인 형태, 질감, 색을 작품의 구성요소로 택하여 형과 질 그리고 색으로 물체세계를 대립시켜 평상시에 지니고 있는 물체에 대한 관념세계를 구체화...(중략)...종래의 화선지의 평면을 이탈하여 우리 생활의 주변에서 얻을 수 있고 우리생활의 밀접한 소재들을 찾아 화면에 표현”하였다고 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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