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전시구성
2.전시구성 및 출품작품선정
3)제3부 정물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꾸미지 않은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형태의 세계를 찾아나가는데, 자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듯이 모든 것은 화가의 주변 세계로부터 나온다. 정물, 한국의 환상, 구성 등은 1950년대부터 꾸준히 그려왔던 주제이나 최근 작품까지 연결되는 일관성을 보여준다.
특히 이러한 주제들은 한국적인 것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합쳐져서 전통문화에서 보여주는 갖가지 물건과 문양, 문자, 그리고 독특한 색감이 가득 찬 화면을 만들어냈다. 마치 조선시대 민화의 책거리 그림, 혹은 민화의 화조도를 보는 듯한 사물의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려고 한 것은 단지 한국적 소재의 차용이 아니라 이러한 소재들이 화면상에서 어떻게 구성되어질 수 있는 지에 관한 원리에 대한 관심이다. 즉 모든 대상의 상호적인 배열과 그것에 수반되는 배경처리와 같은 나름의 조형원리가 형성된다.
여기에 색과 면에 대한 탐구가 더해지고, 구상과 추상의 구분을 초월한 형태관(觀)으로 대상을 변형, 해체, 조립함으로써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도판 16)
입체작업의 경우는 마치 스텔라의 작품처럼 회화의 경계를 넘어선 입체조형이라 말할 수 있다. 색채의 대상화, 면의 단순화를 바탕으로 평면작업의 정물화를 3차원의 공간 속에서 입체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인데, 이 입체조형은 전혁림이 다루었던 다양한 재료사용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도판 17)
최근 평면작업에서는 붓터치가 사라지고 간결한 면 처리가 두드러지는데 여기에는 사물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이전에 보여주었던 모든 조형원리를 더욱 정리하였다. 또한 선명한 색채(파랑, 빨강, 노랑, 흰색, 녹색 등등)가 두드러지는 데 최근 작품에서는 색의 구성이 문제다.
초기작품은 미묘한 색채변화를 유도하는 잔붓질과 어우러져 화려한 화면을 보여주는데 1980년대부터 선명한 색채와 단순한 형태만이 걸러지게 된다.(도판 18)
이러한 색상 구사는 사실 우리 전통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바 적지 않다. 그는 곧잘 민화, 단청 등에서 볼 수 있는 색감에 매료되었다고 얘기한다. 우리의 기억 속에 선명히 자각되어 있는 선명한 색감이 화면에 표출되면서 그의 조형세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색채는 전혀 낯선 것이 아닌, 너무나 친숙한 것이 된다.
그림의 각 부분에서 색과 면이 합치된 독특한 처리가 이루어지고 그것이 실마리가 되어 다른 부분을 지배한다. 색의 즐거운 조화는 화면을 유기적으로 구성하는 배합의 원리를 이끌어낸다. 이는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결과이며 최근 한국의 풍물도, 한국의 환상도와 맞닿아 있다.(도판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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