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Ⅲ. 평가 및 보완사항
일평생 ‘예술과 함께, 예술을 위하여’ 살아온 노화가의 끊임없는 자기갱신의 과정은 많은 예술가들이 추구하려는 지향점으로서 지역화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후배예술가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미수를 맞이하여 이번 《올해의 작가전》에 보여주고 있는 녹슬지 않은 작가의지는 앞으로 그의 작업 방향을 가늠케 하는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며 또한 화단에 여전히 신선한 생기를 불어넣는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덕수궁미술관 《올해의 작가전》은 원로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도 지속되어야할 전시임에 틀림없다.
현재 2회에 걸치는 동안 나타난 몇 가지 보완되어야할 사항들과 문제점들이 나타났는데 이는 덕수궁미술관에서 개최되는 다른 개인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향후 전시기획, 진행, 평가에 고려하여 향후 보다 의미있는 전시를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1.작품발굴 및 대여
‘올해의 작가’ 선정 당시 기존 작품이 많이 남아있는 작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하더라도 실제 조사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예상외로 초기작품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최근 작품들은 작가가 직접 소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전시회 카탈로그, 화집 등을 통해 보여지는 기존 작품들 중 상당수 유실되었거나, 소장처가 불명확하다거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 외부에 노출하기 꺼리고 있는 등 실제 조사된 작품을 전시출품으로 연결시키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작가가 화랑을 통해 작품을 판매하는 경우 화랑에서 그 작품을 구입한 소장가들을 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만약 그 화랑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어디에 누가 소장하고 있는지 더 이상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작고작가의 작품조사에서 뿐만 아니라 현재 활동하고 있는 원로작가들의 초기작품 조사에서도 똑같이 겪고 있다.
이러한 작품발굴의 어려움은 전시주제 설정 및 성격을 규정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요소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즉 현존하는 작품들만 모았을 경우 그 작품들의 성격과 경향에 따라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여질 수 밖에 없으며 최근 작품들 역시 그 작품들에 따라 선정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실있는 전시를 위하여 작품 및 작가와 관련된 자료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수집하여야 할 것이다.
작품 대여에 있어서는 최근 근대미술 전시가 많아지면서 개인 소장가, 은행, 기타 문화재단들의 경우 작품대여를 꺼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공공미술관에 작품을 대여하는 것이 자산의 사회적 환원의 또다른 방법이며 우리나라 문화의 정신적, 물질적 유산을 함께 공유한다는 소장처/소장가의 인식변화가 요구되며, 미술관의 경우 그들에게 작품 대여에 따르는 예우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2.전시주제 설정 및 작품선정
원로작가의 화력의 궤적을 살펴보는 전시이므로 전시작품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져 있게 마련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현존하는 작품들이 적을 경우 그 작품들의 전반적인 경향에 따라 전시의 성격이 좌우될 수 있다는 한계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덕수궁미술관 《올해의 작가전》은 2개의 전시장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경우 출품작품수는 최대 80점 정도이다. 그런데 수십년 화력을 일부 작품을 통해 압축시켜 보여준다는 것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올해의 작가 2002-전혁림전》의 경우 전혁림의 전반적인 조형세계를 살펴보기에는 부족하였으나 새로운 시각으로 전시를 구성함으로써 향후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다양한 평가기준을 적용하고, 새로운 성격의 전시를 창출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원로작가 전시의 특성상 그가 장기간 이룩한 작품세계를 전반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는가라는 문제와 특정한 주제 아래 선정된 작품을 중심으로 하는 전시이어야 하는 지의 문제 사이에서 갈등의 소지가 있게 마련이다. 단순 나열식의 전시가 아닌 분명한 성격을 지닌 전시를 기획하는 데 있어서 작품을 시기별로 선정할 것인가, 혹은 전시주제를 정해야할 것인가 등등에 대한 나름의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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