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관람자의 참여
현대미술에 있어서 작품 속의 세계와 현실 세계의 침투가 이루어지는 것은 보다 신체적인 체험을 통해서이다. 관람자의 신체적인 체험을 유도하는 작품은 참여를 통해 감상적 차원의 완성을 이루려는 비결정성을 내포함으로써 인터액티브 아트의 참여와 유사하다.
작품의 감상이 신체적인 체험과 결부되면서 관람자 참여가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반부터였다.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자전거바퀴 Bicycle Wheel, 1913>의 경우 관람자가 돌리도록 되어 있어 관람자가 직접 움직임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예술의 진지함을 비웃으려는 의도를 담고 있으나 능동적인 관람자 참여의 선구적인 예가 되고 있다.
1923년 엘 리씨츠키(El Lissitzky)가 발표한 <프룬 공간 Proun Space>은 베를린미술대전에서 한 전시실을 사용하였다. 그의 작품은 6면을 검정, 회색, 흰색의 공간적 요소를 구성하고 상호침투하게 되어있었으므로 이 공간에서 관람자의 움직임은 구성을 변화시키게 되어 있었다. 관람자에게 이상주의적 세계로 끌어올려진 것 같은 느낌을 유도하기 위한 이 작품에서 관람자는 신체적인 움직임을 통하여 감상에 이르게 된다.
도날드 저드(Donald Judd),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 등으로 대표되는 미니멀 작품의 경우 역시 관람자의 신체적인 움직임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작품의 특성은‘하나 다음에 또 하나(one after another)’3) 라는 표현에서 읽을 수 있듯 무미건조한 형태로 요약될 수 있다.
작품의 내용적 측면을 배제하고 외적 구성요소만을 추구하였던 미니멀리즘 작가들의 의도에 부합하기 위해 작품은 자연히 순수한 물체로서의 특성만이 강조되기에 이르렀다. 프리드에 의하면 이들 작품은 작품과 주변 물체와의 단순한 외형적 비교를 통해 지극히 무미건조한 즉물적 감상을 할 수 밖에 없으며 그 감상조차 시간적 경과에 따라 상황적으로 경험되는 연극적 특성을 지닌다.4)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적 감상은 관람자의 지속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특히 심리학적 인식, 총체적 형태와 경험을 강조했던 모리스의 경우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 관람자가 작품을 경험하는 것 자체를 작품의 완성으로 본다는 점에서 참여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본다’라는 대신 ‘경험한다’는 개념을 제시한 그는 관람자와 작품의 육체적 물리적 교류가 작품의 필수불가결한 인식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완성된 것으로 여겨지던 작품 개념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동시에 열린 구조로 이해하게 하고 있다.5)
그러나 오늘날 인터액티브 아트에서와 같이 작품을 변화시키는 동인으로서 관람자 참여의 직접적인 형태는 미술작품에 움직임을 도입하고자 시도하였던 1950년대, 60년대의 키네틱 아트(Kinetic Art)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50-60년대의 옵 아트(Op Art) 계열의 작품에서 관람자의 시각적 반응은 작품의 주요 요소가 되며 키네틱 아트 계열의 작품에 이르면 관람자가 직접적인 조작을 통해 작품에 참여하기에 이른다. 1932년 비뇽(Vignon)화랑에 전시된 알렉산더 컬더(Alexander Calder)의 작품의 경우 관람자가 모터를 움직이도록 만들어져 있었으며 모터없이 지렛대의 원리와 공기의 유동에 의해 움직이는 작품들의 경우도 관람자가 작품을 만짐으로써 움직임을 촉발하였다.
컬더의 조각에서 관람자의 역할이 움직임을 촉발하는데 머물고 있는 반면, 니콜라스 쇠페르(Nicolas Schoffer)나 파나이티스 바실라키스 타르키스(Panayiotis Vassilakis Tarkis), 쟝 팅겔리(Jean Tinguely)와 같은 작가들의 조각은 관람자가 지속적으로 작품의 변화에 개입하도록 되어 있다.
쇠페르의 의 경우 리에쥬의 탑은 주변의 소리나 빛에 반응하게 되어 있으므로 관람자가 소리를 내거나 박수를 치거나 작품 앞에 다가와 그림자를 만듦으로써 움직임을 변화시키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작품을 보면, 작품의 구조자체가 자족적 성질로 완결되지 않고 관람자가 작품에 변화를 유도하는 것 자체가 의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작품 자체가 아우라를 지닌 채 현실과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방적인 존재방식을 띠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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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onald Judd, “Specific Object”, Art Yearbook 8, 1965.
4) Michael Fried, “Artand Objectfood”, Artforum Vol.5, no.10, 1967, 6.
5) 진휘연, 『아방가르드란 무엇인가』, 민음사, 2002, pp.169-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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