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창작과정에의 개입
개방된 공간에서 정형화된 형식이나 틀없이 우연적이고 즉각적인 행위를 통해 특별한 상황을 연출하는 해프닝과 퍼포먼스의 경우는 삶 자체를 예술의 영역에 포함시키기 위해 관객의 반응까지 작품에 포함시키기에 이르렀다. 집단참여와 소통의 예술을 표방하는 해프닝이 일상과 삶을 예술에 통합시키는 적극적인 방안으로 길거리의 시청각적 광경과 행인을 포함하는 길거리 퍼포먼스를 시도한 것이다.
존 케이지(John Cage)가 맨해튼 거리에 피아노를 설치하고 길거리 소음을 작품화한 것으로 유명한 <4분 33초>, 백남준(Nam June Paik)과 샤롯 무어맨(Charlotte Moorman)이 베니스에서 곤돌라를 타고 연주했던 수상 퍼포먼스 등은 일상공간 또는 길거리에서 수행되는 현장예술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음계에서 벗어나 행위자에 의해 악기가 선택되고 해석되는 일체의 가능성을 열어둔 그의 음악은 행위에 주목하고 행위를 통한 관람자의 참여와 소통을 이슈화함으로써 작가와 관람자와의 경계를 허물고 일상을 예술화하고 예술을 일상화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한편, 1963년 부퍼탈(Wuppertal)에서 열렸던 백남준의 첫 개인전에 발표되었던 <자석 TV Magnetic TV>(도판8)는 관람자가 TV화면과 상호작용하는 첫 번째 시도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작품은 거대한 자석이 TV외부에 위치하여 그 움직임에 따라서 전자신호에 새롭게 간섭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그 결과 수신된 이미지가 변형되어 화면 위에서 빛의 추상적인 패턴이 나타나게 되는데 관람자들은 누구나 미리 준비된 자석을 움직여 화면 위에 자신이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관람자들과의 상호소통의지를 드러내는 이와 같은 작업은 1963년부터 60년대 후반까지 계속되어 TV라는 매체의 일방적 송신방식을 탈피하여 관람자와의 소통을 꾀하고 있다.
백남준의 위와 같은 작업은 당시 독일에 ZDF만이 유일한 방송국으로 존재하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채널 선택권이 아닌 단지 TV를 켜거나 끄는 행위만을 선택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미디어의 대명사 격이었던 TV와 관람자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던 것이다.
관람자 참여가 강조된 인터액티비티라는 측면의 직접적인 실험자로는 미국 작가 미론 크뤼거(Myron W. Krueger)를 들 수 있다. 1969년 미론 크뤼거는 네 모퉁이에 큰 스피커를 두고 벽에는 색 튜브를 매달고 바닥에는 민감한 감지장치를 설치하여 관람자가 들어가면 소리나 빛의 변화가 일어나는 작품을 만들었다.
1969년 만들어져 1970년 메타플레이전에 처음 소개된 <비디오 플레이스 Video Place>(도판9)는 관람자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그것을 분석하여 조형적 비디오효과로 편성하고 나아가 합성음을 내도록 제작되어 있다. 작가에 의해 인과관계가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관람자의 움직임 자체만이 화면에 나타나는 이미지와 사운드를 결정하도록 되어 관람자의 행위는 작품을 새롭게 창조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후 인터액티브 아트는 오늘날 미디어의 발달에 힘입어 무한히 확장하는 감각환경과 그로 인해 불투명해지는 사실의 경계 그리고 보이지 않는 힘의 개입 등을 시사하면서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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