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관연구 제 14 집


	I. 들어가는 말 II. 상호현실주의 Ⅲ. 엔드리스	Ⅳ. 전시디자인 Ⅴ. 회화 - 조각 - 건축 Ⅵ. 맺는 말 * 참고문헌 및 도판

I. 들어가는 말

시대를 앞서 독자적인 세계를 일구어온 인물들을 선지자라 일컫는다면 20세기 전반에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하였던 만능 미술인 프레데릭 키슬러(Frederick Kiesler; 1890-1965)를 이렇게 칭하는 것은 마땅하다. 화가이자 조각가로, 디자이너이자 건축가로 일생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었던 그의 작품세계는 당시를 풍미하던 기능주의에 반하여 독자적인 상호현실주의(Correalism)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르지 않는다. 기능은 비전을 따른다. 비전은 현실성을 따른다”¹⁾는 그의 사상은 어떤 장르를 다루던 기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능과 그것을 둘러싼 주변 상황, 그리고 변형되고 확장될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까지를 포괄하는 것이었다. 키슬러의 상호현실주의는 회화, 조각, 건축, 디자인, 전시공간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상호현실주의 개념을 응용하고 실천했다는 정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의 상호현실주의가 주택이나 가구 등의 공업생산품과 유기체로서의 인간 사이의 상호관련에 주목한 기능주의 비판에 그치지 않고, 예술작품의 존재방식에 관한 제안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확장 가능성은 모더니즘의 맥락을 벗어나는 것이어서 포스트모던시대라 불리는 오늘날 다양한 미술 현상을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글에서는 키슬러의 이론과 작품세계을 통해 상호현실주의가 어떻게 실현되어왔는지 살펴봄으로써 그의 활동이 현재의 예술방식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살펴보겠다.

1)재인용 Dieter Bogner, Frederick Kiesler; Inside the Endless House, Historisches Museum der Stadt Wien, 1997년 12월 12일부터 1998년 3월 1일까지 열린 전시회 도록, p.9 (원문은 Kiesler. Frederick, Inside the Endless House. N.Y. 1964, p.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