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Ⅲ. 엔드리스
"엔드리스 하우스는 엔드리스라 불릴 수 있다. 왜냐면 모든 모서리가 만나고 연속되기 때문이다."3)
키슬러의 Endless Space의 시작은 Endless Theater(1924)에서 시작하여 공간주택(1933) 이빨의 집(1947-1948), Endless House(1950), Endless House(1959)에 이르기까지 상호현실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인간과 환경을 결합시키는 과학이 상호현실주의는 이미 살표본 바와 같이 기능 우선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기계시대의 막혀진 방들로 구성된 기능주의 공간을 비판하고, 바닥, 천정, 기둥에 의해 구분되지 않는 연속적인 공간을 창조하고자 하였는데 공간의 연속성에서 나아가 그 곳에서 영위되는 사람들이 유연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생활의 연속서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키슬러의 작품에 등장하는 구조는 달걀이나 조개껍질 등에서 볼 수 있는 곡면의 연속적인 구조와 같은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초기 작품인 <엔드리스 극장>안(1924)을 보면 키슬러가 평평한 타원형의 달걀형 건축을 제안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 내부는 연속적 구조체의 원리에 입각한 나선형 구조를 띤 것이었다. 이후 <나선형 대형상점 A Big Marcket in the Form of Sprial, 1925>에서 다시 한번 동일한 구조를 발견할 수 잇는데 여기서는 중앙에 위치한 원통축으로 건축물 전체가 매달려 있는 외팔보기술을 사용하여 건물바닥이 마치 볼트처럼 연속되고 있다.
1933년 <엔드리스 하우스 Endless House>는 장방형의 방, 상자같은 집에 반기를 들고 '연속적인건축물'을 창조하고자 시도한 그가 제시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엔드리스 하우스>에서 실내가 완벽하게 싸여진 듯한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벽면과 천정을 둥글게 하였다. 창문도 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로 설계하였고, 조명은 3가지의 방법을 사용하였으며, 목욕탕이 없는 대산 침대마다 욕조가 부착되어 있는 등 가구는 건축과 통합된 조각품으로 되어있었다.
그에 의하면 이 모든 효과는 '내부적 평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키슬러의 절친한 친구였던 아르프의 "이 계란모양의 타원형 구조물 속에서라면 인간은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는 것과 같을 것" 이라는는 언급은 키슬러의 의도가 적중하였음을 설명해준다.
건축의 내용이 그 구조보다 중요하다는 전제에서 ‘벽으로 둘러싸인 집, 혹은 장식이 있는 집, 평화스러운 집’을 주장했다. 건축에서 골조를 사용하는 대신 ‘지속적인 장력(張力)’으로 대신하고 베일과 엷은 막(膜)을 최대한 이용했다. 그는 자신의 건축물이 서로 다르고 서로 대비되는 공간적 단위의 성좌(星座)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기 위해 ‘갤럭시(Galaxy)’란 말을 즐겨 사용했는데, 그기 일생동안 보충해나간 이 계획의 일면은 <유니버설 극장>(1960-61)을 위한 그의 구상에서 이 ‘갤럭시’의 실례를 볼 수 있다.
<유니버설 극장>은 철근 콘크리트의 연속적인 각체 구조로 단 하나의 기둥도 대들보도 없이 장력에만 의존하도록 의도되었다. 내부도 천장에서 바닥까지 연속적인 곡면으로 되어있어 시각적으로, 음향효과에 있어서도 죽은 공간이 없는 엔드리스한 기능을 가지고있다.
키슬러의 작품에 등장하는 구조는 달걀이나 조개껍질 등에서 볼 수 있는 곡면의 연속적인 구조와 같은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초기 작품인 <엔드리스 극장>안(1924)을 통해 키슬러는 평평한 타원형의 달걀형 건축을 제안하였는데 이 내부는 연속적 구조체의 원리에 입각한 나선형 구조를 띠고 있다.
같은 기법이 <나선형 대형상점>(1925)에서 다시 한번 등장한다. 여기서는 중앙에 위치한 원통축으 으로 건축물 전체가 매달려 있는 외팔보기술을 사용하여 건물바닥이 마치 볼트처럼 연속되는 플랜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바닥, 벽, 천장이 연속적인 곡면구조로 된 <엔드리스하우스>(1959)에서 다시 선보인다.
이러한 컨셉과 동일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그가 행한 몇 개의 전시디자인 설계이다. 1947년 초현실주의 국제전의 <미신의 방>과 같은 해 열린 <피의 불꽃>전의 전시 디자인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키슬러는 기존의 평범한 사각형 실내공간을 전제조건으로 하면서 바닥, 벽, 천장이라는 기호화된 실내공간에 뫼비우스 띠와 같은 연속적 구조를 이용하여 엔드리스 개념에 입각한 공간연출을 선보였다.
전시디자인에 있어서는 회화 나 조각과 같은 작품들이 상호연속관계를 지닐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은 엔드리스의 개념에 있어서 공간의 연속성에 그치지 않고 그곳에 놓인 물체들 사이의 연속성에까지 확대적용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물체 상호간의 연속성을 키슬러는 갤럭시라는 용어로도 설명한바 있다.
1957년 설계한 월드 하우스 화랑(World House Gallery)의 내부공간구성에서도 전시되는 회화나 조각작품의 배치도 유니트들 사이의 연속성을 고려하여 디자인하였으며며 엔드리스의 개념은 연속된 곡면을 지닌 실내공간의 연출과 작품들간의 연속성 나아가 화랑을 방문하는 관객과 공간과의 관계 혹은 관객과 작품과의 관계에도 엔드리스 개념을 적용하였던 것이다.
<바이블성전 The Shrine of the Book(1965)>은 평생을 두고 염원하였던 키슬러 건축의 유일한 실현물이다. 그가 이 건물을 의뢰받은 것은 1958년이지만 우여곡절 끝에 완성을 본 것은 1965년의 일이다. 고고학적 유물인 『사해사본』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설계를 위하여 그는 당시 고고학적 자료로 대학도서관의 유리케이스에 넣어 전시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였던 의뢰인을 설득하여 기능적인 측면보다는 연극적인 공간구성을 통해 궁극적으로 정신적인 ‘재생의 장’을 연출하고자 하였다.
이 신전은 종교적 기능을 수행하는 일종의 극장으로 여기에도 ‘보이지 않는 연극’ 다시 말하면 관객의 정신적인 재생을 테마로 방문객의 내면세계에서 상연되는 연극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건축물의 특징중 하나는 전시공간이 모두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상에 있는 것은 키슬러가 최초의 영감을 구체화한 흰색의 커다란 돔과 검은 색 입방체의 벽뿐이다. 이 두 개의 구조물은 건축물이라기보다는 마치 조각같은 인상을 준다.
흰색 파라볼라 형태의 돔은 외견만 보더라도 지붕, 씌우개, 또는 내부에 무엇인가 감싸고 있는 용기의 덮개와 같은 것임을 예견케한다. 실제 이 돔은 <바이블 성전> 중앙홀의 쉘터 기능을 하는 것이다. 반면 그 옆에는 아무런 기능을 갖고있지 않는 이 돔과 상응하는 검은 색 벽면이 대조를 이룬다.
271,000개의 흰색 타일로 덮인 돔은 타일의 딱딱한 질감 대신 여체와도 같이 관능적인 모습을 하고 있으며 침묵하는 검은 벽은 돔의 존재감을 강력하게 해주는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킨다. 내부공간에 있어서도 키슬러는 연속적인 공간구조 외에 심리적 정신체험을 강조하기 위하여 특별한 공간구성을 시도하였다. 내부로의 진입을 위하여 관객은 탁 트인 외부경관을 지나 거친 돌을 싸아둔 벽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 장방형의 내부 정원에 이르게된다.
사방이 에워싸여진 정원공간은 윗 부분만이 하늘을 향해 열려있을 뿐인데 성전 외부의 이미지를 제거하고 내부공간에 집중시키게 한다. 양 브론즈문 사이의 어두운 복도를 지나면 원형 유리케이스에 사해사본 중 이사야서가, 플로어 주위에 배치된 8개의 유리 케이스에는 각기 다른 「사해사본」이 전시되어 있다. 이 원형 돔의 재부에서 발생하는 관객의 움직임을 보면 초기의 아이디어인 <엔드리스 극장 계획안>(1923)과 <공간무대>(1924)에서 보여준 공간연출기법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결국 <바이블 성전>이라는 박물관 건축에서 「사해사본」을 전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연기하는 극적 공간을 실현시킴으로써 살아있으면서도 재생(rebirth)을 경험하기 위한 일종의 극장이 됨으로써 그의 사상의 기저가 되는 엔드리스를 실현하였다.
키슬러의 작업은 건축이라는 특정장르에 국한시켜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고 회화나 조각과 같은 미술장르의 하나로 규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는 심리적으로 유발되든 눈앞에서 전개되는 일이든 극적 세계를 경험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없다고 생각하였다. 이것은 환경조각 <우리, 너, 나 Us, You, Me>(1964-65)를 구성하는 37개의 조각군 사이를 회유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3)재인용 Dieter Bogner, Frederick Kiesler; Inside the Endless House, Historisches Museum der StadtWien, 1997년 12월 12일부터 1998 3월 1일 열린 전시회 도록, p.9(원문은 Kiesler Frederick, Inside the Endless House. N.y. 1964, p.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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