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I. 상호현실주의
키슬러는 1930년대 컬럼비아 대학 건축학부에 개설된 디자인 상호관련연구소의 객원교수로 일하면서 그의 이론의 중심이되는 상호현실주의를 발표하였다. 그는 상호현실주의를 인간과 환경을 결합시키는 과학, 복잡한 상호관계를 구성하는 총체적 체계라 정의하였다.
각각의 장르가 지닌 고유성을 주장하고 그것의 극단으로 치닫는 모더니스트들의 태도와는 달리 서로 다른 예술장르와 과학 그리고 마술이나 미신에 의해 취할 수 있는 정보까지 결합시키는 그의 태도는 전자의 그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는 수차례 자신의 상호현실주의 이론을 발표하였으며 이것을 실제로 실현시키고자 노력하였다.
상호현실주의라는 용어가 비롯된 것은 1930년대 건축에 있어서 근대 기능주의의 성과물인 국제양식(International Style)에 대한 비판으로 출판한 “프레데릭 키슬러, 상호현실주의, 바이오테크닉-디자인을 위한 새로운 접근”에서부터이다. 여기서 그는 상호현실주의와 바이오테크닉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는데 여기서 표명된 사상은 이후 그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가 된다.
또한 1937년『아키텍추얼 레코드』2월호에서 9월호에 걸쳐 상호현실주의에 관한 여섯 편의 시리즈로 된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그는 여기서‘집은 기계나 예술 작품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동굴의 거주자가 되기를 원했다. 이것은 원시 오두막의 바닥, 기둥, 천정으로 구성되는 전통적인 구조를 버리고 인간 육체의 피부와 같은 유기체적 구조를 뜻한다.
즉 바닥, 벽, 천장으로 특별한 연속체를 만들기 위해 보, 널빤지, 시멘트, 나사, 못과 같은 요소들이 연속적 장력에 의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바이오테크닉과 연속적 장력의 구조를 핵심으로 하는 상호현실주의는 원자구조의 양성자와 중성자처럼 불변하는 최소한의 요소가 아니라 변형될 수 있는 요소들이 본래의 특성을 버리지 않고 변형되어 테이블이 건축이 되고, 조각은 회화가 되는 상호연관을 이루는 것이었다.
그의 상호현실주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 것에 대표적인 것으로 <움직이는 가정용 책꽂이>과 <프리 포름>을 들 수 있다. 이것은 한가지 기능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었다. 1942년 금세기화랑의 전시회를 위해 고안된 프리 포름은 물결치는 파도형태의 곡선 가구로 18가지의 기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움직이는 가정용 책꽂이> 역시 바이오테크닉과 상호현실주의에 기초한 대표적인 디자인이다. 그는 기존의 형태나 형식에서 디자인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발생을 추적하고 그 결과 유추된 대상물의 개념이 명확해진 후에 디자인을 시작하였는데 우선 책장의 역사적인 변화과정을 검토하여 인쇄물의 형식변화와 책장형태의 진화가 상호밀접한 관련을 갖고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당시 가정에서 책과 인쇄물이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조사하였다.
그리고 책장의 형태를 디자인하기 위해 그것을 이용할 때 인간의 시선, 손, 팔, 몸통 그리고 다리 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분석하였다. 인간의 동작과 책장의 기능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야한다는 것이 상호현실주의의 핵심이며 이러한 관계를 충족시키는 도구를 디자인하는 것이 디자인의 상호관련이다.
또한 키슬러는 책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경우를 예상하여 약 250권을 좋을 수 있는 책장을 하나의 유니트로 하고 이것을 조합하는 방식을 택하였으며 책장의 각 유니트를 360°회전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이용자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스트레스를 절감시킬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이어서 발표된「상호현실주의와 바이오테크닉에 관하여: 새로운 건축디자인 방법에 관한 실헌과 정의」(1939)는 앞의『상호현실주의, 바이오테크닉-디자인에 관한 새로운 접근』(1930)의 증보개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키슬러는 1949년『오늘의 건축』지의 기획물 ‘오늘날의 조형예술’에「상호현실주의 선언」(Boulogne, 1949)을 발표했다. 상호현실주의에 관한 그의 이론을 집대성하는 이 논문은 후에 단행본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이상에서 소개한 문헌 외에도 같은 내용의 논문이 1942년에서 49년에 걸쳐 초현실주의 잡지『트리플 브이 VVV』,『파르티잔 리뷰 Partisan Review』등에 빠르게 발표된다.
이후에도 키슬러는 기회있을 때마다 상호현실주의 이론을 계속 발표했다. 이러한 관계로부터 엔드리스 하우스는 생명의 가능성을 내포한 생식세포이며, 공간적이고 정신적인 연속체로서 물리적, 정신적, 사회적, 신비적, 마술적인 결합을 가능케한다.
“건축이나 도시에서 각 요소는 그것이 회화건, 조각이건, 내부 설치건, 기계적 장비건 한 가지로만 기능하는 배타적인 표현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능의 결합을 통하여 발전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상호 관련은 물리적인 조건을 기반으로 할 수도 있고 환경적인 조건을 기반으로 할 수도 있으며 실제요소의 핵이 될 수도 있다.”2)
2)Kiesler. Frederick, "Manifeste du Correalism", Architecture d'Aujourd'hui, Paris, 1949,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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