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Ⅱ. 만네리즘 연구와 관련되는 개념들로서의 획기시대와 양식
본 논문의 주제인 역사적 만네리즘과 미술사의 획기시대 문제를 연관짓는 개념들을 주제내
용에 들어가기 전에 여기서 먼저 다루려 한다. 역사연구에 있어서 시대의 문제는 역사전개 과
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파악하는 중요한 계기로 그것은 연구의 필연적인 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서양미술사 연구에 있어서 획기시대의 구분은 따라서 하나의 중요연구 영역으로 미술사연
구 자체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되는 것은 특히 양식(Style)이라
던가 획기시대(Epoch)라는 개념이다.
그 좋은 예로서 중세에서 근세로 있는 획기시대로 로마
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가 있고 또 소시기로 구분한 기하학적 문양시기, 아르카익시
기, 고전시기, 헬레니즘시기 등으로 구분되는 고대그리이스 미술등의 예가 있다.
그와같은 획기시대나 소시기는 거기에 상응하는 양식이 전제되고 그와같은 양식은 그같은 획기시대나 소시기에서 추출해낸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 지배적인 양식에 해당하는 것이다. 문
제는 미술사연구에서 역사적으로 일어난 연속적인 제반사항 중에서 미술사가 어느 특정 적용
개념에서 특정양식을 규정하는가 하는 문제에 연관된다 하겠다.
서양미술사연구는 그동안 양
식사적 연구방법에 의해서 획기시대를 규명하는 그와 같은 연구성과를 축적시켜 왔다.
그런데 하나의 획기시대와 하나의 지배양식이 등식을 이룬다는 기계적인 적용방식에 차질
을 빚기 시작한 사실들이 바로 그같은 연구대상의 실제적인 연구과정에서 야기 되었던 것이
다. 즉 하나의 획기시대 내에서 하나의 단일양식이 아닌 다수의 복합적인 양식의 공존이 지적
된다는 사실이다. 소위 획기시대 양의의 다원성의 문제이다.
논자는 이 문제를 다른 곳에서 한번 다룬적이 있다. 한편 20세기 현대미술이 다양한 현상
으로 다기화(多技化) 됨과 아울러 20세기 미술을 역사적 관점에서 고찰할 수 있는 시간적인
거리가 점차 생겨감에 따라서 과거 미술의 역사적 규명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발의 될 수 있
는 것이다. 이 문제는 미술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려는 미술사가에게는 매우 호기심이 울어
나오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반면 그 동안 적기시대와 지배양식과의 적용문제가 완결되지 않고
열려있는 많은 미술의 역사적시대 문제가 이와 연관하여 다시 전면으로 부각된다.
가령 20세
기 미술의 징후로서 19세기 미술을 보는 시각도 있으나 반대로 20세기 미술의 근원으로 19세
기 미술을 보고, 또 19세기 미술연구자는 그것의 근원을 18세기에서 찾지 않을 수 없는 사실
들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은 특히 르네상스 다음에 이어지는 16세기 미술의 한
특징적인 현상이라 할 소위 만네리즘 미술에서 아주 극명하계 드러난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
최종의 경우가 가장 풀리지 않은 미술사적인 난제중의 하나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다. 미술
사 연구영역에서 야기되고 있는 이와같은 미술의 역사시대와 개별미술의 관계를 양식적이고
도상학적인 연구의 대상으로 고찰해 봄으로서 획기시대와 양식이라는 이 문제를 또 다른차원
에서 하나의 문제 형식으로 끌어낼 수 있다.
만네리즘 연구에 관계되는 미술사적 개념으로서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 고전(Classic)과
순환론의 개념이 있다.
가령 고전(Classic)이라는 개념은 일찍부터 예술에 있어서의 절대적인 미적가치로서 미술사
를 보는 관점에도 하나의 기긴 되어 왔다. 따라서 고전미술이 중심이 된 이전의 미술은 역
사적으로 준비단계 혹은 미비의 미술로서 해석되고 그 이후의 미술은 정점을 넘어선 쇠퇴기
또는 허약한 미술로서 해석 되어 왔다.
여기에 적용된 미술사를 보는 관점은 바자리(Giorgio Vasari) 이후 줄기차게 계승되어 온
소위 순환론(Circulation Theory)에 연유된다. 마치 인간의 생애나 자연의 순환(循環)처럼
생성, 성장, 쇠퇴, 소멸의 과정을 반복한다는 뜻에서의 널은 의미에서의 자연의 순환에서 응용
된 순환개념이 그것이다. 이와같은 서양미술사학의 역사적 전개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또
다른 개념이 리글(Alois Riegl)의 소위 예술의욕(Kunstwollen)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고대
후기 로마의 미술공예」 (1901)에서 적용된 이「예술의욕」은 각 시대마다의 예술은 그들이 나타
내려는 의욕에 따른 표현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역사적으로 후기나 말기에 해당하는 시기나
미술의 분야로서도 그들의 예술의욕에 따라 거기에 맞는 미술표현이 발현되므로서 이는 표현
능력상의 우열의 문제가 아니며 따라서 미술시기 간의 등차가 소멸되는 동등한 미술사로 재
정립하는 길을 열어 주었다.
위에서 언급한 획기시대와 양식, 또는 고전과 순환론적 관점을 16세기의 실제했던 만네리즘
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개념들이라 하겠다.
다시말하자면 르네쌍스 고전미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결코 순환에 의한 쇠퇴적인 미술이 아
닌 자연을 넘어선 인간이념과 정신에 근거한 미술로서의 공통적인 양식을 지니면서 획기시대
는 구성하지 않는 특수미술로서 규명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