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Ⅲ. 구조
임달의 관점에서 미술작품에 대한 연구는 미술작품의 내적인 존재원리를 찾는 일이다. 따라서 미술작품 연구는 ‘구조분석(Strukture Analyse)’의 방향으로 전개된다. 임달에게 있어 그 미술작품의 구조는 스스로의 현 존재성을 규명하는 일이기 때문에 ‘현존재적 구조(Existenz Strukture)이기도 하다. 개별작품마다 있는 이 구조를 찾아 정의하는 일이 작품 개념화의 주요 내용이 된다.
그런데 임달에 따르면 완결된 단일한 체계로써 구조를 파악할 경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왜냐하면 미술작품엔 여러 개의 구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미술작품의 구조에는 당초 작가가 만들어놓은 구조(Bildstrukture)가 있을 수 있고, 현재적 시점에서 관람자에 의해 경험되어지는 구조(Sinnstrukture)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전자는 이른바 작가의 의도로 이해되어지며 대개 후자의 구조와 일치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선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데 실용을 의도한 도자기가 후대에 순수미술품으로 감상되어지는 게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임달은 후자의 구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연구가 현존적 의미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9)
임달은 이와같이 구조분석을 통해 미술작품을 정의한다. 이 구조는 미술작품의 외연적 연관성을 추적하는 양식분석이나 도상분석 등과 달리 개별작품의 고유한 내재적 측면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써 적절하다.
임달의 구조개념을 깊이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들마이어(H. Sedlmayr)의 ‘구조분석’과의 비교가 필요하다. 임달의 구조분석은 언뜻 제들마이어의 그것과 유사하다. 제들마이어 역시 개별적인 미술작품을 관찰하여 그 작품의 법칙을 내면적인 필연성으로부터 구하였다.
그러나 임달은 자신의 구조분석방법이 제들마이어의 방법으로부터 영향받았지만 그 차이점도 분명하다고 말한다. 임달에 따르면 미술작품내에는 미술작품의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으로써 제층위(예컨데 형태적 층위, 도상적 층위 등)가 있다. 그러나 임달은 말한다. “제들마이어에 있어 제층위는 항상 전체라는 구조의 관념에 종속된다.
여기서 빠지는 부분이라든가, 모순되는 부분은 작품에서 제외된다. 이에 비해 나의 방법에서 제 층위는 상호 다를 수 있고 모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상호 배제하지 않고 단일한 작품내에서 공존한다.(내가 말하는) 구조는 바로 그 각자의 층위내에서만 전체로써 기능하는 구조이다.”10) 즉 제들마이어의 구조는 개별작품 전체로써의 의미를 지니는데 반해 임달에게 있어 구조는 개별작품내에 나뉘어진 각각의 층위가 전체로써의 구조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술작품의 제층위는 상호연결되지 않고 어긋날 수 있으며 심지어 충돌할 수도 있다. 임달에게 있어 미술작품의 구조는 미술작품의 제 부분이 모여진 전체라기 보다는 상호 무관할 수 있는 제 요소의 집합으로써 이른바 “열려있는 구조”가 된다. 임달의 작품분석에서 대상으로되는 것은 미술작품내에 있는 제 구조 가운데 현재적 경험과 관계되는 현존적 구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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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Imdahl, Max, 앞의 글, p.251.
10) Imdahl, Max, 앞의 글,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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