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Ⅵ. 이코닉(Ikonik)
임달은 이상에서와 같은 자신의 연구방법을 ‘이코닉(Ikonik)’이라고 이름 붙였다. 미술작품의 현존성을 드러내는 것이 목적인 미술사학에서 이코닉은 그 방법이 된다.
이코닉은 미술작품의 현상적 존재구조를 규명함으로써 미술작품이 경험될 수 있도록 한다. 이코닉이란 명칭은 연구의 관찰대상이 오직 미술작품에서 보여지는 현상에만 관계되어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이코닉이라는 명칭은 임달의 방법이 기존의 미술사학에 있어서 내용의미의 연구방법인 도상학 및 도상해석학과 관련되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임달은 파노프스키의 도상학에 대한 정의와 구분해 이코닉을 정의하려한다.
우선 임달에 의하면 이코닉을 포함한 모든 도상학, 도상해석학은 모두 형상의미(Bildsinn)의 내용(Inhalt)을 밝혀내는 것이라고 전제한다. 그리고 그내용은 작품의 주제와 관련되는 도상내용(Bildinhalt), 본질적 의미와 관련되는 의미내용(Bedeutungsinhalt), 그리고 보는 것 자체의 의미와 관련되는 시각내용(Anschaungsinhalt)등이 있다.
그런데 파노프스키의 정의에 따르면 도상내용은 도상학(Ikonographie)이, 도상의미내용은 도상해석학(Ikonologie)이 다루지만 미술작품의 또 한가지 중요한 구성물을 이루는 도상의 ‘보여지는 것 자체’에 대한 의미내용을 다루는 분야가 없다. 이에 임달은 자신의 이코닉에서는 바로 그 보여지는 것 자체에 대한 의미내용을 다룬다고 한다.
즉 시각적인 차원의 의미를 추적하는 것이 이코닉의 임무가 된다는 것이다. 여타의 도상학과 같이 이코닉은 도상의 내용을 다루지만 그 범위가 도상의 시지각적 내용에만 한정된다. 그것은 미술작품의 현존성의 구조를 이루는 원리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방법이다.14)
따라서 이코닉은 미술작품을 현상으로써 다루며, 작품에 나타난 도상 역시 대상의 재현물이라는 고전적의미로 다루지 않는다. 따라서 임달의 방법에서 도상은 ‘재현’이라는 원래적 의미가 아니다. 대신에 도상은 본래 드러내려고 했던 내용을 넘어선 것을 스스로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즉 도상은 예기치 못한 것(Unvordenklichkeit)을 도상이 지닌 형태 나름의 고유한 방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연구되는 것이다. 자코메티의 인물조각은 좋은 예가 된다. 그의 조각은 현실의 구체적인 사물을 정확히 드러내지 않는다. 일그러지고 왜곡된 인물상은 누구를 대상으로 했는지 조차 모르게 한다. 대신에 자코메티 조각의 구체적인 시각적 형태들은 비록 대상의 진실성과는 무관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것을 보여줌으로써 의미있게 경험되어지는 것이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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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Imdahl, Max, “Bis an die Grenze des Aussgbaren”, 위의 책 pp.246-272.
15) Imdahl, Max, “Alberto Giacometti-Diego” Erlauterungen zur Modernen Kunst -60 Texte von Max Imdahl seinen Freunden und Schuler - (h.r.g) Norbert Kunisch, Bochum, 1996, pp.37-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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