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시애틀 미술관 연수기
1. 시애틀 미술관 소개
필자가 연수한 시애틀 미술관(Seattle Art Museum)은 미국 태평양 북서부 연안의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인 시애틀의 대B적인 미술관으로서, 1931년 마가렛 풀러(Margaret Fuller)여
사와 그녀의 아들 리차드 풀러 박사(Dr. Richard E. Fuller)가 창립하였고, 1933년에는 볼
룬티어 파크(Volunteer Park)에 미술관을 개관하였다.
시애틀 미술관은 1991년 시애틀 시내에 새 건물을 지어 이전했으며, 볼룬티어 파크 소재 구
(舊)시애틀 미술관은 1994년 가을 개축 완공되어 동양미술 콜렉션이 전시되어질 예정이다.
시내에 있는 신(新)시애틀 미술관(도판 1)은 로버트 밴츄리(Robert Venturi)건축사무소의 로
버트 밴츄리, 로쉬(R며초), 스코드 브라운(Scott Brown)팀이 건축한 5층 건물로서, 대표적
인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인 로버트 벤츄리의 "단순한 것은 지루하다(Less in bore)." 라는
모더니즘의 건축에 반(反)하는 철학을 잘 반영하는 위풍 당당하면서도 장식적인 특징을
있다.
벤츄리는 이 야심적인 미술관 프로젝트에서 무엇보다도 대중적인 느낌의 미술관 다시말해,
전문가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나 어린이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친근한 느낌의 미술관
을 건축하려고 하였으며, 건물 내 ·외부의 연회석의 재료사용, 여러가지 밝은 색깔 가미, 장
식적 세부 등에서 풍겨지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의 건축의도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실현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미술관 정문 퍼스트 애브뉴(First Avenue)와 유니버서티 스트리트(University Street)에
는 1992년 새로운 미술관을 위한 공공기금으로 제작된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의 <망치질하는 사람(Hammering Man)>(도판 2)이 설치되어 있다. 검은색
강철로 된 48피트(약 14.4미터) 높이의 거대 인물상은 시애틀이라는 도시의 역사 형성과 발전
에 중요한 공헌을 해 온 도시 노동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모토 장치된 팔로 1분에 4번씩 망치
질을 반복해대는 끊임없는 노동의 제스쳐로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손짓한다.
미술관 건물 내부를 보면, 1층(도판 3)에는 강당, 회의실, 실기실, 서적판매부 등이 있고
2, 3, 4층은 전시실로, 5층은 사무실과 도서실로 쓰여지고 있는데, 2충은 기획전시를 위한 공
간으로, 3, 4층은 상설전시(도판 4)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된다. 현재 시애틀 미술관의 영구
소장품은 18,000점이 넘는 규모로,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유럼, 미국 등의 지역과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시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소장품들은 지역과 시기별로 구분, 전시되고
있다.
시애틀 미술관의 콜렉션은 1975년 시애틀 미술관에 현대미술부(Dept of Modern Art)가
설립되면서 이후 현대미술 부문의 콜렉션이 강화되었고, 세계 각국과 미국 다른 지역의
미술뿐 아니라 특히 정책적으로 미국 현대 북서부 미술(Contemporary American North-
west Art)에 대한 집중적인 콜렉션을 하고 있다. 지역미술에 대한 시애틀 미술관의 관심은
비단 콜렉션에서 뿐만 아니라, 지역작가들의 전시유치나 실험적, 진취적 성향의 젊은 작가들
에 대한 지원 등으로 지역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2. 시애틀 미술관 조직 및 운영
1) 미술관 조직 학예연구실 운영
시애틀 미술관은 관장실, 학예연구실, 개발과, 재무과, 사업과, 대외과의 6개과 25개 부서
(도표 1 참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조직이 매우 기능적이고 합리적이어서 각 과는 독자적으
로 운영되면서도 타 과와의 협조관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 가운데 학예연구실의 경우, 모두 9명의 연구원(Curator, Associate Curator,
Assistant Curator)들이 각 연구원의 전공에 따라 각 부문마다 1∼3명씩 현대미술, 유럽미
술, 아시아미술, 아프리카·오세아니아·미국 원주민미술, 장식미술의 5개 부문으로 구분, 다
시 그 안에서 조각, 회화, 사진 등의 분야별로 세분되기도 한다.
모든 미술관 업무 즉, 작품의
조사, 연구, 수집, 전시, 교육은 이러한 구분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게 되어 각 부문의 담당 연
구원은 자기 담당 분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필자는 수석 큐레이터이자 미술전시 부관장(Associator Director of Art and Exhibitions)
인 패터슨 심스(Patterson Sims)의 인턴 형식으로 그의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였는데, 시애틀
미술관에서는 외국 미술관의 큐레이터를 연수시키는 것이 처음이어서 구체적으로 준비된 연수
프로그램을 제시하기보다는, 필자가 연수 목표로 삼았던 「해외 미술관 운영실태 조사」와 「전
시 프로젝트 개발」이라는 것에 촛점을 맞춰 일정이 조정되었다.
우리 미술관으로 보면 국장과 학예실장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 셈인 패터슨 심스는 1987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The Whiteny Museum of Modern Art)에서 옮겨왔으며, 시애틀 미술
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로써, 매우 유능하고 매력적이며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그가 어느 정도로 바쁜가 하면, 같은 사무실 바로 옆 책상에 있으면서도 중요한 이야기를 하
려면 따로 미팅 예약을 해야할 정도였다.
사무실 내에서는 항상 전화에 매달려 있거나 손님을
맞고 이 사무실 저 사무실 뛰어다니며 점심시간은 주로 비지니스 미팅으로 할애하는 그에게서
비즈니스맨과도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기금모금(fundraising)이나 후원자들과의 관계
가 매우 중요한 미국 미술관의 생리를 고려할 때, 그 부분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수석 큐레이터로서 전체 학예연구실의 일을 통괄하면서, 한편으로는 현대미술 부문의 큐레이
터로서 수집, 전시, 교육 등 자신의 고유의 역할 또한 겸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자기나름의 확
고한 전문성(Speciality)을 유지하면서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수석 큐레이터가 미술관의 경영이나 대외적인 일에 관여하는 반면, 그를 제외한 다른 큐레
이터들은 자기 분야에 대해 순수하게 학문적인 지식을 쌓고 연구와 기타 미술관에 업무에 전
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는데, 예를 들면, 전직교수 출신의 로드 슬레몬스(Rod
Slemmons)는 현대미술 부문의 사진·판화 담당 큐레이터로서, 시애틀 미술관의 사
진 판화 콜렉션을 전담하면서 관련된 전시,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었다.
그는 미술사를 전공
했으며, 실제로 스스로 오랜동안 사진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필자가 놀란 것은 그
가 사진·판화작품의 관리, 보존(Conservation)에 관한 공부를 따로 하여 사진·판화 수장고
까지 관리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그야말로 전문성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것
이었다.

학예연구실에서는 한달에 두번씩 정기적으로 『학예연구실 회의(Curatorial Division
Meeting)』(도판 6)가 열리는데, 이 때는 시내의 신(新) 시애틀 미술관과 볼룬티어 파크의 구
(舊) 시애틀 미술관의 큐레이터들과 그밖에 행정서기, 전시 코디네이터 등 학예연구실 직원들
이 전부 모이며, 미술관 사업전반에 대한 중요한 정책논의, 예산문제, 앞으로의 프로젝트, 타
연구원의 업무에 관한 정보교환 등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연구원들이 모
두 간막이 방식의 독립된 공간을 가지고 있으며, 각자 전공에 따라 독자적으로 고유의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모임은 정보공유라는 차원에서 매우 필요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시애틀 미술관 조직의 효율성은 학예연구실 구성원 중에 전시 코디네이터(Exhibitions
Coordinator)라는 존재에 의해 잘 알 수 있었는데, 전시 코디네이터는 우리 미술관의 전시과
행정직에 해당하는 직원으로, 큐레이터들에 의해 발의된 전시 프로젝트에 대한 예산, 규모,
일자 등의 검토, 조정과 기타 전시행정 업무를 총괄함으로써, 즉, 계획된 프로젝트와 그것의
실현 가능성과 구체적 실험 방법에 대한 검토가 큐레이터와 전시 코디네이터 간에 한 부서 안
에서 긴밀하게 이루어짐으로써, 업무의 일원화를 꾀하고 있었다.
시애틀 미술관의 전시 코디네이터인 조라 후틀로바 포이(Zora Hutlova Foy) (도판 7)는 체
코 태생으로 법학을 전공하였다. 오랜 실무경험을 가진 그녀는 미술관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의 하나로, 시애틀 미술관의 모든 전시 업무가 최초 단계에서 그녀를 통하고 있었다.
필자에
게 그녀는 자신의 업무가 행정 실무이어서 큐레이터들이 하기를 꺼리지만, 자신의 역할에 만
족하며 큐레이터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하였다. 그녀는 학예연구실에서의 하드웨어적인 자신
의 역할에 대해 나름의 자부심과 전문직으로서의 긍지를 갖고 있었다.
시애틀 미술관의 학예연구실의 운영에 있어 필자가 가장 부러웠던 것은 각 큐레이터의 전공
에 따른 업무의 분화와 그것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바침해주는 각종 행정 시스템이었다.
우리
미술관의 경우, 각 연구원이 자신의 전공 영역에 대한 경력을 쌓아 올리기 보다는 단위 사업
별로 매번 다른 성격의 업무가 주어지므로 한 분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의 축적이 어려운 실정
이고, 거기다가 행정적인 일도 업무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업무의 비전문화와 미
분화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각 미술관마다 나름의 조직과 체계가 있고 그것에 따라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하겠지
만, 큐레이터라는 직책이 고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니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개개인의 전공과 독자성이 최대한도로 고려되고 존중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2) 전 시
시애틀 미술관의 전시는 미술관 소장품으로 이루어지는 상설전시, 특별한 주제로 일정기간
전시하는 기획전시, 그리고 대여전시의 세 가지로 나뉘어 진다. 특이한 것은 우리 미술관 처
럼 따로 전시과가 있어서 전시과를 중심으로 전시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과의 유기적
인 협조 체계 하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시애틀 미술관 조직의 효율적 운영은 무엇보다도
하나의 기획전시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통해 잘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이가 잘 맞는 톱
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돌아가는 모습과 같았다.
우선, 학예연구실의 큐레이터에 의해 전시 프로젝트가 발의되며, 발의된 전시 프로젝트는
관장실과 학예연구실의 수석 큐레이터에 의해 그 개최여부가 검토된다. 전시실행이 결정되면
학예연구실의 전시 코디네이터에 의해 전시 규모, 예산, 일정 등 행정적인 문제들이 처리 조
정된다.
전시 담당 큐레이터는 전시의 내용적인 측면을 책임지게 되는데, 작가와 작품의 선정을 포함
한 전시의 전체 구성과 전시에 대한 연구의 결과물인 전시도록의 논문을 쓰게된다. 이러한 논
문은 큐레이터의 역량과 지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통 두툼한 책자로 나오게 된다.
이것은 물
론 전시에 대한 충분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수년간의 준비기간이 주어짐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도록을 포함한 전시에 대한 각종 교육용, 홍보용 출판물의 제작은 대외과의 출판부서에서
제작하는데, 현재 출판 부서에는 한 명의 편집자, 두 명의 사진사, 두 명의 그래픽 작가를 포
함한 아홉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으며, 이들이 미술관의 모든 홍보물을 제작한다. 또한 대
외과의 홍보 부서에서는 전시에 관한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한편, 사업과의 전시준비는 부서에서는 전시의 기술적 측면, 즉, 선적, 작품 관련 기록, 작
품설치, 전시 디자인 등의 전시장 조성의 일을 팀을 이루어 하고 있다. 그밖에 전시와 관련된
강의나 심포지움, 전시장 투어 설명회 등은 관장실 내 있는 교육 부서에서 하고 있는데, 이 모
든 전시와 관련된 업무들이 그 전시의 담당 큐레이터와 관련 부서와의 협조 속에서 이루어지
끝까지 전시와 관련된 거의 모든 업무에 관여하는 실정이다.
도록제작을 예를 들면, 우리 미술관의 경우는 담당 큐레이터가 책의 구성, 편집, 교정 등 인쇄와 관련된 하드웨어적인 모든것을 하게되며 정작, 전시에 대해 최종적으로 남게되는 인쇄된 기록물인 도록의 논문은 외부
필진에게 맡기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 있어서도 충분한 연구가 되지 않고, 그 내용의 깊이에
있어 미진한 결과를 낳게 된다.
이것은 우선 큐레이터에게 책임이 있겠고 전시 준비기간의 부족도 문제가 되겠으나, 업무의
미분화로 인해 큐레이터가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해야하므로 소비되는 에너지의 낭비
라는 측면에서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한 예는 전시장 조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우리 미술관에서 최근 몇몇 대규모 국내 기획전의 전시장 조성을 전문
전시디자인 업체에 용역을 준 경우도 있으나, 예산 문제도 있고 아직 전문 전시 디자이너가 없
는 이유로, 디스플레이에 관한 이론적, 기술적 지식이 없는 큐레이터가 전시공간 구성, 작품
설치, 부속설비 설치, 조명 등 전문성을 요하는 전시장 조성까지 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우리의 미술관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체제가 정비되지 않았고 특히, 큐레이
터제가 도입된 것이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과도기적인 과정으로, 앞으
로 개선과 보관의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 『전시조정 회의(Exhibition Coordination Meeting)』
필자가 참관했던 회의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으며, 시애틀 미술관의 조직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회의가 바로 『전시조정 회의』(도판 8)였다.
당시 준비중이었던 기획전 (베니스의 보물들 : 부다페스트 미술관의 그림들(Tresures of Venice : Paintings From the Museum of
Fine Art Budapest)의 담당 큐레이터가 주관한 이 회의는 관장, 수석 큐레이터를 포함 모
두 17명의 미술관 직원들이 참석했는데, 특이한 점은 이러한 회의들이 우리 미술관처럼 학예
연구실이나 전시과 등 과별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각과의 관련된 실무자들로 구성된다는 것이
었다.
즉 전시장 조성, 작품기록, 교육, 출판, 홍보, 예산, 기금모금, 회원제 활용, 부대행사,
보안, 대일반 서비스, 매표, 뮤지업 샵 등 전시와 관련된 모든부문의 담당자들이 참석하였다.
회의의 진행은 우선 담당 큐레이터인 치요 이시카와(Chiyo lshikawa)가 전체적인 전시의
성격과 내용, 규모 등을 브리핑하고 슬라이드를 통해 개별 작품에 대한 미술사적인 설명과 전
시 기술적 문제, 작품관리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 한 다음, 참석한 각 부문의 담당자들이 해당
되는
사항들에 대해 토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여기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전시장의 벽면
도색, 강연회 준비, 도록제작, 효과적인 홍보 방법, 기획전 추가요금 받을 시 서비스 제공, 작
품 보안대책 등이었으며, 참석자들과의 상호 의견교환을 통해 제문제들에 대해 토의하였다.
이러한 회의는 하나의 전시가 특정한 한과의 일이 아니라, 경비원부터 뮤지업 샵 직원까지
미술관 종사자 전체와 관련된 일이라는 인식 하에, 전시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모든 관련 부서
의 직원들이 공유함으로써 보다 조직적이고 효과적으로 전시를 준비하고 진행시킬 수 있는 것
으로, 매우 유용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 『전시디자인 회의 (Exhibition Design Meeting)』
시애틀 미술관에는 사업과 내에 전시장 조성을 맡고 있는 전시준비 부서가 있으며, 전시 디
자이너, 작품 및 전시장 시설 설치요원 등이 한 팀을 이루어 작업하고 있다. 「전시디자인 회
의」(도판 9)는 전시 디자이너에 의해 주관되는 회의로서, 여기서 전시 공간구성, 작품배치, 바
닥·벽면처리, 파티션 설치, 조명 등 모든 전시장 조성에 관련된 사항들이 논의된다.
필자가 참석했던 『전시디자인 회의는 〈신들의 얼굴 : 아프리카와 아프리카계 미국의 미술과
제단들(Face of the Gods : Art and Altars of African Americans)〉이라는 순회 기획전
의 회의였는데, 작품이 도착되기 전 날, 전시 디자이너, 담당 큐레이터, 모든 전시 준비요원,
작품 기록요원(registrar)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시장 안에서 진행되었다.
회의의 진행은 우선, 수석 전시 디자이너인 마이크 맥커퍼티(Mike Mccafferty)가 설치될
작품들의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개별 작품들의 설치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였고, 담당 큐레이
터는 간단한 작품설명과 효과적, 교육적 측면의 전시방법론, 작품 취급상의 유의점 등에 대해
보완 설명했다.
그 다음, 전시 디자이너는 사전에 전시의 성격, 작품의 특징, 예산규모 등을
고려하여 미리 설계, 제작한 작품 설치 모형을 제시하면서 파티션 설치, 추가 시설물 설치 등
공간 분할에 관한 계획을 설명하였고, 마지막으로, 모든 회의 참석자들이 전시장 곳곳을 돌아
다니면서 구체적인 작품 설치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회의를 마쳤다.
필자가 무엇보다도 관심이었던 것은 전시장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전시 디자이너의 역할
이었는데, 시애틀의 전시 디자이너는 마이크 맥커퍼티와 크리스 마노이로빅 (Chris
Manojlovic)(도판 10, 11).두 명이 있었고 이들에 의해 시애틀 미술관의 상설전과 기획전의
전시 디자인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필자가 이들에게 업무에 있어서 고충이나 큐레이터와의 협조가 원만히 이루어지는 지에 대
해 질문했을 때, 이들은 시애틀 미술관의 소장품이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유럽, 미국의 지역을 포함하며, 그 분야도 회화, 조각, 공예, 설치, 사진, 디자인
등 다양한 성격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신(新) 시애틀 미술관으로 옮겨 새로 상설 전시
장을 조성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면서, 큐레이터와의 관계는 큐레이터들은 전시 디스플레
이의 교육적, 미술사적인 측면에 비중을 두는 반면, 자신들은 시각적 효과에 더욱 비중을 두
는 차이가 있으나, 엄밀하게 업무의 영역이 구분되어 있어, 서로 충돌하기보다는 상의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고 대답했다.
마이크와 크리스가 처음 미술관에서 일하기 시작했던 15여년전만해도 미국 대학에는 전시
디자인을 가르치는 과가 개설되어 있지 않았고, 이들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건축, 역사, 철학
등을 전공한 후 미술관에 들어와서 전시 디자인 실무를 익히면서 대학원에서 관련된 분야의
공부를 했으나, 지금은 대학원 과정에 전시 디자인과가 개설되어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고 하였다.
어차피 전시란 보여주기 위한 것이니 만큼, 어떻게 보여주느냐 즉, 다양한 유형의 전시방법
론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특히 전시장의 공간 구성이 작품자체의 성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
을 미치는 현대 미술작품의 경우, 적절하고 효과적인 전시장 조성을 책임지는 전시 디자이너
들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미술관에는 전문적인 전시 디자이너가 부재한 실정이다. 전시 디자인을 가
르치는 전문기관도 없고, 외국에서 그 분야에 관해 공부하고 온 사람도 매우 회귀하다. 전시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증가와 더불어 전문기관과 전문가의 육성이 뒤따라야겠다.
■ 기 타
기타 전시와 관련하여 필자가 주의 깊게 본 것은 전시관련 자료 비치,『오디오 프로그램』
운영, 『전시감상 노우트북』비치 등이었다.
시애틀 미술관에는 관람객들의 전시 관람을 도울 수 있는 여러가지 참고 자료들이 다양하게
비치되어 있었다.
우선, 상설전을 위해서는 전시장에 전시장별 특성과 작품설명을 해 놓은 브
로슈어를 비닐로 코팅을 해서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전시장 한 모퉁이에 걸어놓았
고, 보다 더 상세하고 체계적인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서실에는 『미술관 관람
안내자료(Seattle Art Museum Tour Resource Book)』가 전시장별, 국가별, 지역별, 연대
별, 테마별로 각각 구분, 정리되어 있었다.
또한 기획전의 경우에도, 전시관람 참고 자료들이 제공되어, 필자가 연수할 당시 열리고 있
었던 〈수잔 로덴버그(Susan Rothenberg)〉전에는 전시장 한 편에 따로 테이블을 마련하고
그 위에 당시 전시 도록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제작되었던 로텐버그의 개인 도록들, 그리고
기사나 논문들을 철(file)해 놓고 관람객들이 앉아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도판 12).
관람
객들은 전시를 관람하다가 작가와 작품에 대한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기 위해 진지한 모습
으로 참고 자료들을 뒤적이고 있었다.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이러한 인쇄된 각종 자료들의 제시는 특히 현대미술품의 전시
에 있어서 많은 부분 관람객이 이해하지 뭇하고 단지 의문점만을 안고 전시장 밖을 나가는
것을 생각할 때, 교육적 측면과 대관람객 서비스 측면에서 매우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필자가 흥미 있게 보았던 것으로 상설 전시장에 설치된 『오디오 프로그램(Audio
Program)』(도판 13)이 있었는데, 이것은 시청각을 사용한 입체적 전시관람을 위한 아이디어
로서, 예를 들면, 미국 원주민미술 전시장에 결혼, 성년식, 마을축제 등 원주민의 각종 행사때
에 쓰여지는 토속음악이 녹음되어 있어, 각 행사에 해당하는 선택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나오
면서 음악과 작품을 동시에 즐기며 좀 더 재미있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것이었다.
또한 기획 전시장에 관람객에게 전시를 관람한 후, 전시를 본 소감을 적게하는 『전시감상
노우트북』을 비치함으로써, 전시에 관한 일반인들의 호응도를 가늠하고 다음 전시를 위한 참
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전체적으로 시애틀 미술관의 전시는 단순히 작품들을 보여주기 보다
는 관람객의 미술작품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고 보다 효과적인 방식으로 관람객들이 작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애쓰고 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3) 교 육
시애틀 미술관의 교육부서는 관장실 직속으로 네 명의 교사(educator)를 포함, 모두 아홉
명의 직원들이 있다. 우리 미술관의 경우와 비교해 특이할 만한 것은 우리 미술관은 교육 담
당 큐레이터들이 있어 교육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반면, 시애틀 미술관에는 교육 프로그램의
기획과 실행을 따로 교육을 전담하는 교사들이 하고 있고, 그대신 큐레이터들은 『갤러리 토크
(Gallery Talks)』, 『아트 토크(Art Talks)』, 강의, 심포지움 등 미술관의 각종 교육 프로그
램에 참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술관 교육에 있어서의 "미술"과 "교육" 두가지 측면 중, "교육"이라는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으로, 미술관 교육의 목적을 미술 전문가를 양성하기보다는 학생, 일
반인들이 미술에 좀 더 가까워지도록 동기부여를 한다는 점에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애틀 미술관의 교육 프로그램은 관람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연령, 계층에 따
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데, 크게 일반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
로그램, 미술관 안내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일반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아트 토크』와 강연, 심포지움, 『아트 스튜디오(Art
Studio)』등이 있다. 『아트 토크』는 기획전에 관련된 주제, 소장품, 미술사 이론을 내용으로
하며, 관내 큐레이터들이나 외부 초빙 강사들의 강의로 이루어진다. 강연, 심포지움들도 특별
한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되며, 보통 『아트 토크』 보다 더 큰 규모이다. 『아트 스튜디오』는
일반인들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기반으로, 미술관 교사가 맡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미술실기와 이론 위주의 내용으로 진행되는 『어린이를 위한 워크 샵(Workshop for Children)』, 『아트 스튜디오』(도판 14, 15) 등이 있는데, 이러한 프로
그램은 어려서부터 미술과 자연스럽게 접하고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을 목
적으로 하며,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에게 잠재한 무한한 상상력과 창작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중점을 둔다.
가장 기본적인 교육 프로그램인 『미술관 전시장 관람(Guided Tour)』은 자원봉사자들이 실
시하는데 1층에 투어 대기장소(Tour Waiting Area)가 따로 있어 모든 전시장 투어는 매일
이곳에서 모여서 출발하여 상설 전시장을 돌게 되며, 이 투어에는 일반인들뿐 아니라 학생 단
체 등 투어를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미술관에서는 안내를 원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1년 과정의 소장품 교육을 실시하여 프로그
램에 활용하고 있는데, 1993의 경우 13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매일 다개국어를 병행한 미
술관 전시장 투어를 실시했다.
상설전, 기획전 작품들에 대한 큐레이터들의 설명회인 『갤러리 토크』 (도판 16)는 한 달에 두번
정도 실시되며, 구체적인 일정은 미술관 신문에 게재된다.
이 『갤러리 토크』는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전시장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기회로써, 상설전은
큐레이터들의 전공별로 각 실을 나누어서 하고 있었고, 기획전은 담당큐레이터가 맡아서 하고 있었다. 필자가 직접 이 『갤러리 토크』에 참가해 본 느낌은 인솔자의 일방적인 설명회가 아니라, 질의문답이 매우 활발하
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고, 참석자들이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편, 일반 관람객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상설 소장품과 관련된 비디오, 도서, 브로슈어 등
의 시청각 자료를 구비해 놓은 『교육자료실(Educational Resource Room)』(도판 17)이 상
설 전시실이 있는 3충에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는 특히 여러가지 비디오 자료가 풍부하며, 전
시되어 있는 작품과 똑같이 만든 모형들 - 예를 들면 중국의 산수화나 미국 원주민 미술의 목
각, 드럼 등의 오브제들 -과 이것들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화구들 -화선지, 붓, 먹, 벼루, 조
각상, 나무, 물감 등 -을 비치해 놓음으로써, 관람객들이 작품을 직접 만져보거나 제작하는
등 작품에 대한 직접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 『교육자료실』에는 개별적인 소장품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전산
서비스 시설인 『뷰 포인트(View Point)』(도판 18)가 설치되어 있는데, 미술관 1충 투어 대
기장소 앞에도 설치되어 있는 이 『뷰 포인트』는 컴퓨터 스크린에 손가락을 대면 원하는 정보
가 나오는 화면 터치 방식으로, 작가명이나 작품제목을 정확히 모르더라도 미술사적 경향이나
유파, 전시실만으로도 찾고자 하는 작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미술관 소장품 뿐만
아니라, 전시장을 포함한 미술관 시설물 등 미술관 일반 안내 사항들이 입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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