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미술관 연수 - 미국 시애틀 미술관(Seattle Art Museum. U.S.) -

강 승 완(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Ⅰ. 시애틀 미술관 연수기

Ⅱ.미국 현대 북서부 작가 조사연구
    1. 대일 치홀리 Dale Chihuly
    2. 버스터 심프슨 Buster Simpson
    3. 글로리아 본스타인 Gloria Bornstein
    4. 클라우디아 피취 Claudia Fich
    5. 게리 힐 Gary Hill
6. 폴 버거 Paul Burger
7. 크리스 브루포 Cris Bruch
8. 존 벅 John Buck
9. 알프레드 해리스 Alfred Harris
10. 제프리 미첼 Jeffry Michell

Ⅱ. 미국 현대 북서부 작가 조사연구

4. 클라우디아 피취 Claudia Fitch

글로리아 본스타인과 더불어 시애틀의 대표적인 여류 작가들 중 하나인 클라우디아 피취(도판 26)는 시애틀 출생으로, 1975년 시애틀의 워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회화전공으로 학사를 받았고, 1979년에는 필라델피아의 타일러 미술학교(Tyler School of Art)에서 수학하였다.

필자가 그녀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시애틀의 미아 갤러리(MIA Gallery)에서 였는데, 그 것은 조각작품인 〈인물 #1 (figurine #1)〉, 〈인물 #2 (Figurine #2)〉(도판 27)로 병적일 정도 의 섬세함을 띤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여성 특유의 감수성이 돋보이는 이 작품을 제작한 작가가 누구일까 내심 궁금했는데, 직접 만나보니 피취는 시애틀에서의 생활이 그리 만족지 않은듯 약간 피곤한 기색에 우울해 보였고, 역시 그런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예민한 감성 의 소유자로 필자에게 느껴졌다.

그녀의 조각 혹은, 조각적 설치작품들의 재료로는 용접철, 철판, 스티로폼(stiroform), 플 라스틱 관목, 벨벳 등이 사용되며, 밀도, 부력, 견고함, 구성, 견제, 확장의 원리에 의해 이러 한 비전통적 재료들과 재질감의 결합이 이루어진다.

작품들의 형태는 유사 기계적, 단순 기하학적인 모습으로, 머리부분, 토르소, 골격을 연상 시키는 인체의 모습, 관목, 정원, 안테나, 밧데리, 풍선, 헤어스타일, 옷 등을 연상시키는 형 태이다. 그 기원은 17, 18세기 로마의 건축과 무대 디자인, 빅토리아 풍의 잘 다듬어진 정원 (topiary garden)과 건축, 1960년대의 실내장식, 무대장식, 의상, 가발 등의 디자인에서 찾 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이 절충적인 다양함을 띠면서 그녀의 작품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녀의 조각적 설치작품들은 연극적 요소를 띠면서 무의식적 꿈과 의식적 현실이 공존하고 있는, 자연세계로부터 분리된 독자적인 마술, 환상, 신비, 위엄의 감각을 전달한다.

작품의 의 미는 모호하며, 의도적인 낯설음을 조장하고 있고, 그 공간과 구조는 "가상의 감옥"과도 같이 심리적, 정서적 긴장과 불안감을 조성한다.

그 원인은 바로 서술적, 연속적 논리의 무시, 시간 의 단축과 확장, 기억의 파편과 유동으로부터 창조되는 매우 개인적, 주관적이며 불가해한 "꿈 이미지(dream scan)"로, 이러한 "꿈 이미지"속에서 억압된 감정과 정서는 생명을 얻게 된다.

피취는 이러한 꿈 이미지를 형상화하기 위해 2차원의 실루엣을 사용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이러한 실루엣은 3차원의 사물에 던져진 그림자로부터 유래한다.

그것이 이루어 내는 곡선의 미는 섬세함과 세련됨의 극치이며, 마치 공간에 그려진 예리하고 정확한 선과 같다. 또한 그 녀의 작품에서 그림자는 중요한 요소이며, 작품의 그림자가 전시공간의 벽과 바닥에 멀어지면 서 만들어 내는 형상은 작품의 또 다른 일부로서 존재한다.

조각은 중력이 정지된 듯 보이고, 하나의 구체적 사물이라기 보다는 환영(일루젼)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각 작품들은 마치 조 각의 3차원적 규범에 반대하여 일종의 "공간의 그림(spacial picture)"을 만들기 위해 신중하 게 배열된 배경의 몽타쥬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