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Ⅱ. 미국 현대 북서부 작가 조사연구
10. 제프리 미첼 Jeffry Michell
장난기 있으면서도 다소 수줍은 모습의 제프리 미첼(도판 38)은 필자가 이번에 소개하는 작가 가운데 최연소자로, 1958년 시애틀에서 출생하였으며, 1980년 달라스 대학(University of
Dallas)에서 학사, 1988년 필라델피아의 템플 대학 (trample University)의 타일러 미술학교
(Tyler School of Art)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스튜디오를 방문했을때, 스튜디오 안은 온갖 잡동사니들로 발디딜 틈 없이 어지러져 있
었으며, 제작 중이거나 제작을 마친 작품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다.
필자는 시애틀 미술관
의 4충 미국 현대미술 상설 전시장에 있는 대령 설치작품과 시애틀의 그렉 쿠서라(Greg
Kucera)화랑에 전시된 작품을 통해 이미 그의 작품의 경향을 잘 알고 있었으나, 그의 스튜디
오에서 본 잡동사니 작품들은 그의 어린아이 같은 천진하고 꾸밈없는 제작태도를 그대로 잘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그의 작품들은 주로 석고, 종이, 고무, 합판 등의 값싸고 구하기 쉬운 재료들과 쌓아올리
기, 늘이기, 주름접기, 몰딩 등의 다양한 기법들이 사용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는 주로 覹
이나 토끼, 원숭이, 코끼리, 양 등의 동물들, 케이크, 과자 등의 음식, 풍선, 비취볼 등의 장
난감과 같은 싸구려의 소박한 물건들로, 매우 장식적, 오락적이며, 이것들이 이루어내는 느낌
은 그 색채와 질감으로 인해 묘하게 감각적이고 달롬하여, 시각적, 촉각적인 만족을 준다.
미챌의 작품들은 어린시절에 대한 회상과 관련된 주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는데, 그가 1990 년에 시애틀 미술관의 전시에서 보여준 설치 작품(도판 39)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그 작품은
〈샘(The Fountain)〉, 〈토끼(The Rabbits)〉, 〈코끼리 더미(The Pile of Elephants)〉의 크
계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들 주위의 벽에는 혹백의 줄무늬를 이루는 휘장이 쳐져
있다.
그 휘장은 관을 덮는 천으로, 어린시절의 기억들을 장막으로 덮음으로써, 매몰시킨다는
의미로도 생각해 볼 수 있어, 이 작품에 제목을 붙이자면, 일종의 "어린시절에 대한 미사곡
(requiem)"이라고 할 수 있다.
설치 작품의 맨 앞에 있는 〈샘〉은 눈과 같이 하얀 석고로 뒤덮여 있는데, 샘의 정면은 그의
1987-88년의 로마체류의 영향으로 보이는 고전시기의 석관 대야, 삼각지붕, 바로크식 항아리
의 형태로 되어있으며, 뒷면은 1981-84년 사이의 일본체류를 환기시키는 눈사람 같은 작은 부
다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294개의 석고로 만든 토끼로 이루어진 〈토끼〉는 〈샘〉뒤에 놓여져 있으며, 무덤의 수호신,
젊음과 함께 기억 속에 묻혀진 어린시절의 숭배대상 혹은, 득도(得道)를 기다리며 명상하는
승려로 해석되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토끼〉뒤에는 장난감 코끼리가 9피트 높이로 쌓아올
려져 있는데, 그것은 세속적 체념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한편 휘장에는 〈우유(Milk)〉, 〈진주같은(Like Pearls)〉, 〈에델바이스(Edelweis)〉, 〈세탁
(The Wash)〉, 〈자연의 공포(Natural Horror)〉, 〈완전한 세상(The Perfect World)〉의 제
목이 붙여진 드로잉들이 그려져 있다. 드로잉의 우유, 케이크 등은 구강만족과 연관되며, 그
러한 유아적 만족과 성적 성취감에 대한 충동이 탐식과 육욕에 대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미첼은 우유와 정액을 연관시킴으로써, 빨려는 충동이 에이즈(AIDS)로
죽음으로 이끄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즉, 이 작품은 죽음과 무분별한 쾌락을 대비하여 죽음에 직면하여 어린시절의 멩목적인 쾌
락에 대한 후회와 포기, 어린시절의 종말과 결국 죽음이 승리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
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을 지배하는 것은 침묵이다. 모든 소리들과 욕망들은 하얀 석고에 잠
식되어 침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