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시작하는 말
한국의 근 현대사는 급작스런 변화와 성장이라는 단어로 규정 할 수 있다. 국가의 체제나 형태, 제도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방과 함께 맞은 미군정을 통해서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이루어진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부분 우리의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와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사안들이 커다란 고민과 성찰 없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제도의 보완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를 바로잡고자 노력해왔고 그 성과가 조금씩 가시화 되어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한번 잘못 인식되면서 이미 관성을 가진 하나의 제도로 자리 잡은 여러 가지 모순 된 제도와 시스템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부 개선의 성과는 우리의 경제적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성장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그 성장의 그늘 또한 더욱 깊어가고 왜곡된 사회적 문화적 환경의 개선을 위해서 우리는 초기 투자비에 비해 과다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하는 모순도 경험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모순과 불합리한 요소들 중 하나는 문화 제도이자 문화적 환경과 관련한 것들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이는 사회가 변화하고 경제가 성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에서 후 순위로 밀려났고 이러한 상황은 크게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술문화의 제도적 중추이자 핵을 이루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위시한 미술관 문화에 대한 인식은 일천하여 미술관의 지리적 여건 즉 접근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미술관은 아직도 전시관이나 화랑과 큰 구분 없이 이해되고 다루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나 원칙적인 이해와 접근 없이 일제의 강점기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여 국전과 일부 단체의 대관전시를 전제로 소장품 없이 건립되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관이라 함은 적어도 당대의 문화를 육성하고 이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야한다. 그리고 최소한 현행 국립박물관과 같은 위상과 조직과 시설을 갖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왕가 미술관이라는 전통적이고 반듯한 미술관의 역사를 계승하지 못한 채
1) 1969년 새롭게 출범하면서 소장품조차 없는 상태에서 단순하게 전시장만 가지고 일반 사무요원들에 의해 운영되는 시스템으로 출발함으로써 오늘의 왜곡된 미술관 문화의 바탕이 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설립당시의 한계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고 현재 지방에 새롭게 개관하거나 준비 중인 공립미술관의 전형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와 이에 바탕을 둔 미술관에 대한 인식은 왜곡된 미술관 문화의 근거가 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우리현실에서 이렇게 건립 초기 잘못된 출범한 왜곡되고 모순 된 미술관 문화의 근저를 한국 근 현대기에 설립된 미술관, 박물관의 역사와 활동 속에서 살펴봄으로써 향후 올바른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상과 제도적인 문제점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보고자 한다.
1)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5월 공식적으로 국립박물관에 흡수되고 같은 해 10월 미술관으로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미술관에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개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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