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II. 맺음말
미술관, 박물관의 정상화를 위해 1991년에 제정되어 몇 차례 개정되어 온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과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시행령’에 관한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 나아가 국가전담기관 및 공공재단, 위원회 설치를 위한 개정만이 아니라 프랑스 문화부장관 자크 락이 취임한 이듬해인 1982년에 수립한 미술지원정책에서 보듯 국가 미술정책 전략의 획기적인 전환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63)
지금까지 덕수궁 석조전 건설이래 미술관과의 관계 그리고 덕수궁미술관 직제개편 전후 사정을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향후 신설될 국립근대미술관과 관련한 몇 가지 과제를 제기해 보았다.
그 결과 문제는 단지 미술관 하나를 만들어 가는 데서 발생한 새로운 것이 아니라 문화정책, 법과 제도, 운영 따위의 기형성이 서로 얽히고 섞인 매우 역사적인 산물이며 그 파행성의 요인 역시 관료의 오랜 관행에서 비롯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은 획기적인 미술관 정책과 관료의 의식 개혁이 선결 조건이며 그런 바탕 위에서 국가문화정책의 전략수립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같은 혁신은 단숨에 이뤄지기 어렵다. 법과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습과 의식 수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보전진을 거듭해야 하고 점진적 변화와 같은 개선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하나의 미술관, 하나의 정체성을 확보한 완전한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이 이뤄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2003년에 이뤄질 덕수궁미술관의 석조전 동관 이관 과정에서 독립된 국립근대미술관을 먼저 설립하도록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때 기형적인 직제를 정상화하는 노력도 병행함으로써 향후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각종 국공립미술관의 직제개정을 촉발시키는 모범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
20세기 덕수궁을 둘러싼 미술관의 발자취는 21세기 미술관 정책의 교훈이다. 교훈은 반드시 현실에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미술관문화정책을 결정하는 관료의 의식 전환만을 기다리고 있기엔 문제가 너무 많다. 그러므로 실현 가능한 것들을 우선 실천하는 미술관 학예사의 사명감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겠다.
법과 제도의 뒷받침 없이 윤리적 열정만을 요구하는 것은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지만 덕수궁 석조전의 곡절만큼이나 왜곡된 미술문화정책은 물론 학예사의 역사가 일천한 조건에서 현재 학예사들의 보상 없는 희생은 현실의 산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근대미술사학자들의 개혁 참여와 활동은 새로운 세기에 설립될 국립근대미술관에 가장 커다란 동력일 것이다. 그와 같은 운동이 함께 이뤄질 때 불행과 곡절의 혼란을 겪어온 덕수궁 석조전이 한국근대미술 중심으로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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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김영호, 「변화하는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 『현대미술학회 논문집』, 제1집, 재원,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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