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의 미술관 역사와 국립근대미술관 구상

최열(미술평론가, 한국근대미술사학회 회원)

 I. 머리말

II. 본 문
  1.덕수궁과 미술관
  2.덕수궁미술관 시대
  3.국립현대미술관의 출범과 정체성
  4.국립현대미술관과 덕수궁 석조전
  5.직제의 비전문성
  6.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직제의 기형성
  7.덕수궁 분관 개관
  8.덕수궁미술관 직제개정의 의미와 현황
  9.국립근대미술관을 향하여

III. 맺음말

* 도 판

II. 본 문

8.덕수궁미술관 직제개정의 의미와 현황

덕수궁 분관은 2002년 12월 현재 개관 4주년을 맞이하고 있는데 상당한 평가를 획득하고 있는 요인은 근대미술 전문 미술관이라는 성격의 일관성이라 하겠다.

숱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존재하고 있으나 장구한 시기에 해당하는 옛 미술 유산 아니면 과거와 현재 창작품을 넘나드는 포괄형 미술관들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덕수궁 분관이 근대시기의 미술에 집중함으로써 차별성을 확보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덕수궁 분관은 본관에 기생하는 미분화 상태에 놓여 있었다. 물론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으로 출범한 설립 과정의 한계를 따져볼 때 그와 같은 상태는 태생적 한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관의 3대 요소인 건물, 자료, 조직의 측면에서 보자면 먼저 건물은 석조전의 절반에 불과한 반쪽이며, 자료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에 의존하는 형편이고, 조직은 본관에서 파견 나온 임시 조직이었다.

이와 같은 미분화 상황을 벗어나는 일 단계 조치가 2002년 5월 ‘문화관광부와 그 소속 기관 직제 중 개정령’의 확정이었다. 그 핵심은 개정령 가운데 덕수궁 분관 관련 사항을 규정한 ‘제53조의 2(덕수궁미술관)’조항의 신설이다. 이 조항은 다음과 같다.

1) 제53조의 2(덕수궁미술관)

   1. 국립현대미술관의 업무 중 근대미술에 관한 업무를 분장하게 하기 위하여 덕수궁미술관을 둔다.
   2. 덕수궁미술관에 관장 1인을 두되, 관장은 학예연구관 또는 4급상당 별정직 국가 공무원으로 보한다.
   3. 덕수궁미술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의 명을 받아 소관사무를 통할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
   4.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덕수궁미술관에 관한 사항은 문화관광부령으로 정한다.48)

먼저 개정령은 첫째, ‘덕수궁미술관’이라는 공식 명칭의 부여 둘째, 4급 상당의 별정직 관장 확보 셋째, 국립현대미술관 조직의 독립 부서로 위상 확립을 특징으로 하는 것이다. 이것은 확실히 의미 있는 변화였다.

먼저 공식 명칭을 부여한 것은 이전의 분관이라는 편의성을 탈피하는 의의를 갖는 변화이고 다음, 분관장이라는 모호한 직제를 벗어나 학예직(또는 별정직 4급 상당) 관장을 확보한 것은 단위 미술관의 성격을 확인하는 조치였으며, 본관 직제 하부조직 일부 인력을 활용하는 상태를 종식시키면서 덕수궁 분관 직제를 본관 관장 직속의 독립 부서로 격상시킨 것은 사업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조치였다.

개정 이전의 국립현대미술관 산하 조직은 사무국과 학예연구실 2개 부서로 구성된 체제였고 따라서 과천 본관의 직원 일부가 덕수궁 분관으로 파견을 나가 업무를 수행하는 형편이었다. 인원도 지극히 소략하여 최초에는 분관장 1명, 학예직 2명, 행정직 1명, 기능직 3명을 포함 모두 7명뿐이었다. 따라서 과천 본관의 인력 지원을 꾸준히 받아야 했으며 이에 따라 정작 본관 사업에 손실을 끼치고 있었다.

개정 이후는 국립현대미술관 산하에 사무국과 학예연구실, 분관이라는 3개 부서 체제로 확장되어 분관이 독자한 하나의 부서로 자리를 잡아 비로소 건물과 조직 두 가지 요소를 갖추기에 이르른 것이다. 그리하여 현재 덕수궁의 정원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있다.

▣ 정원

  • 학예연구관 또는 4급 상당 별정직 1명
  • 일반행정직 2
  • 학예연구사 3
  • 기능직 449)

이 개정안은 2002년 5월 직제개정안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이와 같은 변화는 그간 임시조직의 파행성을 벗어나 독립 건물을 지닌 독립 부서로서 조직화를 성취하는 것이기도 했다. 결국 개정안은 그간 국립현대미술관 내규 정도 수준에서 머물고 있던 근대미술 전시관으로서 성격을 한 단계 격상시킨 것이었다.

또 안팎으로 근대미술관 성격을 천명한 것이란 점에서 덕수궁미술관이 ‘하나의 미술관, 하나의 정체성’을 일부분이나마 확보한 첫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현재 덕수궁미술관은 지극히 제한된 조직일 뿐이며 건물도 한계가 뚜렷하고 작품은 본관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직제개정 이후 덕수궁미술관이 조직상의 미분화 상태를 벗어났다고 하지만 개정안이 허용하고 있는 인원은 이전과 이후가 달라지지 않았다. 분관장을 제외한 학예직이 여전히 3명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1년에 6개의 기획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인력으로는 지극히 부족한 것이다. 물론 과천 본관의 사정을 감안한다면 2명의 인원도 과분한 것인지 모르겠다.

다음,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석조전 서관 총면적이 1,037평이고 이 가운데 전시실은 100평 4실 모두 400평이며, 70평의 수장고와 50평의 시청각실, 도서자료실, 사무실 그리고 517평에 이르는 현관,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규모는 국립 미술관으로서 유일한 근대미술 전문 기관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턱없이 비좁은 것이다. 소장품도 없는 단순 전시공간 이상이 될 수 없는 상태라 하겠다.

또한, 자료의 수집과 운영은 현재 조건에서는 불가능한 형편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산하 부서이자 전시공간일뿐인 조건에서 독자한 근대미술 작품의 구입 예산을 별도로 책정하는 것은 아예 가능하지도 않고 또 실제 무의미한 일이다.

구입 대상 작품들이 이미 지나칠 정도로 고가라는 점에서도 그러하거니와 획기적인 발굴이 있으면 모를까 이미 근대미술 작품의 상당수는 기존의 미술관, 개인 수장가들이 소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그밖에 하나의 미술관, 하나의 정체성을 위한 다양한 발굴, 조사, 연구 및 기획 사업과 후원기구, 부설 기구 설립과 같은 측면은 현재의 상태로서는 불가능한 영역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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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문화관광부와 그 소속 기관 직제 중 개정령」, 행정자치부, 2002. 5.
49) 「국립현대미술관 공무원 정원표」, 국립현대미술관, 20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