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과 리얼리즘 : 형식주의의 인식론적 지평과 올바른 예술방법의 단초.

심광현(서울미술관 기획실장)


Ⅰ. 머릿글
Ⅱ. 포스트모더니즘
    1) 미적 질서와 개념에 있어서의 단절
    2) 포스트모더니즘의 인식론적 방법론과 자기 모순 -
        후기 구조주의와 해체론

    3) 지식(또는 인식)과 권력
    4) 권력에 익명성과 주체의 부재
Ⅲ. 리얼리즘
    1) 권력의 도구로서의 재현
    2) 포스트모더니즘 소비사회
    3) 구체적인 사회생활로서의 역사에로의 복귀
    4) 리얼리즘의 방법과 예술의 진보성

전 망

4) 권력에 익명성과 주체의 부재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되면 지식과 권력의 관계분석에 있어서 주체의 문제가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된다.

푸코에게 있어서 (주체)의 개념은 본래 능동적 주체라는 의미와 수동적인 주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간주되었으나, 이는 사회적 실천의 과정에 대한 분석과정에서 점차 후자의 의미로 기울어지게 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즉 주체는 (대상화)된다.

푸코는 주체의 대상화과정이 봉건적 지배질서의 느슨한 권력구조가 무너지고,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구조가 전국적 단위로 확립되는 동시에 인간의 동원과 통제를 본격적으로 체 계화하여 통치의 기술로 삼았던 근대자본주의 국가의 형성과정과 발맞추어 진행되었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마르크스와는 달리 권력의 문제를 계급간의 문제로, 즉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억압하는 강제력으로 파악하지 않고, 계급과 무관한 다양한 권력의 원천을 상정함으로써 권력의 (주체)가 누구냐는 문제를 의미없는 질문으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주체)의 대상화과정과 마찬가지로 근대자본주의의 분업화과정에 따라 권력의 익 명화과정이 발생한다. 말하자면 자본을 집적, 집중시키는 과정에서 지본가가 자본의 소 유자-소비자라기보다 오히려 자본의 운동이 그를 통해 관철되도록 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하듯이 권력의 담지자, 행사자는 권력순환의 복잡한 유통구조 내에서 한나의 매개고리 역할을 할 뿐 권력의 원천은 아니라는 것이다.

권력은 제도도 아니며, 구조도 아니며, 어떤 특정한 사람들에게 부여된 특정한 힘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주어진 사회 내의 어떤 복잡하고 전 략적인 상황에 부여된 명칭인 것이다.

이 때문에 지식과 권력의 보이지 않는 관계에 대항하는 투쟁에서 특수한 지식인의 역할은 애매해지게 되며, 투쟁의 (주체)와 극복 대상및 그 방향, 그리고 방법 등이 지극히 불투 명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푸코는 (언술행위의 불가시성)이라든가 (권력의 익 명성)으로 나타나는 사회현상을 추동적으로 뚫고 나갈 수 있는 변혁의 (주체)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음로써 사회현상은 본래(주체)의 힘으로는 대항하기 힘든,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어떤 무엇으로 보는, 지극히 암울한 전망에 사로잡힌다.

따라서 푸코가 탈구조주의자들 중에서 누구 못지 않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에드 워드 사이드에 의하면 '세속적인'-문제를 소재로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시 구조 주의의 치명적인 한계인 (주체의 부재)를 극복하지 못함으로써, 여타의 해체론자들과 별 차이 없이, 벼랑에 서서 권력의 의지들의 투쟁과 갈등으로 가득찬 역사의 소용돌이를 다분히 방관자적 입장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고 보인다.